(문기환의 홍보에 울고 웃고) 홍보맨의 맛 집

  • 등록 2010-05-18 오후 3:56:48

    수정 2010-05-18 오후 3:56:48

[이데일리 문기환 칼럼니스트] 며칠 전 점심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약속 시간인 12시 조금 전에 갔는데도 입구에서부터 자리를 못 잡은 손님들로 장사진이다. 을지로 1가 근처 이면 도로에 있어 눈에 잘 안 뜨이고 게다가 상호도 찾기 어려운 건물 지하에 있는 한 작은 해산물 음식점이었다.

규모나 시설 면에서 보잘것없어 보이는 그곳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그 수수께끼는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싱겁게 풀렸다.그 음식점은 이른바 기자들의 단골 식당이었던 것이다.

그날 메뉴 추천을 한 A기자가 예약을 잘 해놓은 덕택에, 우리는 인파(?)를 헤쳐가며 테이블이 몇 개 안 되는 방안으로 안내되었다. 이른바 단골 손님에게만 제공되는 로얄석이다. 그런데 그곳에서 뜻 밖에 학교 선배를 만나게 되었다.

그 분은 언론사 간부로 지내다가 수년 전에 대기업 홍보 임원으로 직장을 옮겼는데, 아직 다른 일행이 도착하기 전이라 혼자 자리를 지키고 계셨다. 마침 우리 모두와 안면이 있는 사이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몇 분 후, 선배가 기다리던 일행이 도착했는데 모두가 선배 연배의 언론인들이었다. 그 것만 보아도 분명히 그 식당은 기자들의 점수를 후히 받은 맛 집임에 틀림 없었다.

필자의 예상대로, 차례로 나온 해산물들은 남쪽 바다에서 그날 새벽에 올라온 것들로, 하나같이 싱싱하고 정갈했으며 특히 그곳이 아니면 먹기 힘들다는 특별 해산물도 포함되어 있어 오랜만에 정신적 만족감과 육체적 포만감을 함께 느낀 한 끼의 식사였다.

어느덧 즐거운 대화와 함께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서자, 50대 후반의 식당 사장님이 뛰쳐나온다. 부인과 함께 말이다. A기자와 손을 마주 잡은 채 ‘잘 가시라, 또 오겠노라’ 하고 나누는 대화가 마치 오랜 친구나 친인척 사이를 보는 듯 했다. 아마 십 수년간 축적된 친분의 표시이리라.

홍보 업무를 오래 하다 보면 얻는 것이 많다. 초심자라 할 지라도 매일매일 하다 보면 어느새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된다. 아울러 만나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 대인관계도 좋아지고 넓어지게 된다. 그러는 과정에서 또 한가지 덤으로 생기는 것이 있다. 시내 곳곳에 있는 맛 있는 음식점을 알게 되는 것이다.

업무상 늘 보고 있는 신문, 잡지, 방송 등에 소개된 맛 집 기사를 통해서가 아니다. 직접 방문해서 먹어보고 체험하고 습득한 그야말로 산지식이다. 이쯤해서 경력 많은 홍보맨들은 무슨 말인지 짐작할 것이다. 그렇다. 기자들과 같이 갔던 음식점을 두고 한 말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홍보맨들은 거의 매일 점심식사를 기자들과 함께 한다. (물론, 술자리로 이어지는 저녁식사도 대부분 그렇지만.) 미리 약속을 한 경우도 있지만, 약속이 없을 경우에도 갑자기 찾아오는 출입기자들을 위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점심 약속을 비워두게 둔다.

세상에 기자처럼 시내 곳곳에 위치한 맛 있는 음식점을 잘 아는 직업도 없다고 생각한다. 개중에는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유명 음식점도 있지만, 대부분이 골목 골목에 숨어 있는 명품(?) 식당을 잘 알고 있다. 생각나는 대로 잠시 열거해 보겠다.

남대문 시장의 갈치조림집, 덕수궁 뒤편의 추어탕집, 을지로의 냉면집, 영등포시장의 도루묵집, 여의도 상가 지하의 대구탕집, 북창동의 생태집, 효자동의 설렁탕집, 서대문의 김치찌개집, 종로구청 근처의 청국장집, 혜화동의 칼국수집, 성북동의 손만두집, 홍대 근처의 스파게티집, 동교동의 중국집 등 헤아리기 조차 어렵다.

그런데 이 들 음식점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우선 수 십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객들의 연령대가 젊은 직장인들에서부터 오래 전에 은퇴하신 어르신들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12시에 맞춰 가면 대기자들의 줄이 항상 길게 서있다는 점이다. 해서 미처 예약을 하지 못한 단골들은 30분 일찍 가거나 아예 한 시 이후에 가곤 한다. 그리고 마지막 한가지. 이들 식당의 위치가 기자들의 출입처 근처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점심 식사를 자신이 담당하는 분야의 대표 기관이나 기업체, 이른바 출입처 부근에서 한다. 하루 업무 시작과 끝을 그곳 기자실에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인들의 점심 약속 장소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늘 그 근처로 정하기 마련이다. 출입처 임직원들과도 자주 하겠지만 업무상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과의 만남도 인근에서 해결한다. 그러다 보니 식도락가가 아닌 기자들도 자연 그 동네 맛 집 정보를 훤히 꿰차고 있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

문기환 새턴PR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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