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골드만삭스 파동`이 남긴 교훈

`싼 수수료의 함정`…"IB라면 할 수 없는 요구"
"내부 자문사 선정, 공정성 문제 없어"
  • 등록 2008-05-20 오후 5:17:15

    수정 2008-05-20 오후 5:17:15

[이데일리 김현동기자] "싼 게 비지떡입니다."

대우조선해양(042660)의 매각 자문사가 결국 산업은행 M&A실-골드만삭스 공동 자문사에서 산업은행 M&A실 단독 자문사로 결정됐다.

골드만삭스는 매각 자문사 선정위원회 평가 결과에서는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대우조선해양의 방산기술 유출 가능성과 중국 조선업체 지분투자에 따른 이해상충 우려로 선정이 취소됐다.

일부에서는 골드만삭스의 매각 자문사 선정에 정치적 특혜가 작용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대우조선 매각 문제는 사회적 이슈로 비화됐을 정도다.

결과적으로 이번 골드만삭스 파동은 금융권에 두 가지 교훈을 남긴 것으로 평가된다.

◇"수수료로 자문사 선정하지 마라"

먼저 `싼 수수료의 함정`을 들 수 있다. 골드만삭스가 매각자문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요인에는 경쟁사에 비해 싼 수수료가 주효했다.

골드만삭스가 제시한 자문 수수료는 300만달러로 UBS(350만달러) 메릴린치(400만달러) 씨티글로벌마켓증권(600만달러) 등 경쟁사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국내 증권사는 대부분 500만달러 이상의 수수료를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차순위 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의 경우, 자문 수수료를 100만달러를 제시했지만 투자은행(IB)이 아닌 회계법인이라는 점에서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이와 관련해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는 최근 "애국심만으로 국내 증권사를 선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감사원의 감사를 받는 입장에서 공개 입찰할 때 가장 싼 수수료를 낸 곳을 선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골드만삭스가 선정된 배경을 간접적으로 설명했다.

국내 M&A 컨설팅업체 대표는 "M&A에서 자문사를 선정할 때에는 절대 수수료를 판정 기준으로 해서는 안된다"면서 "자문사들은 자문 수수료 이상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법"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골드만삭스가 자문 수수료로 300만달러를 제시했다면, 그 돈으로는 우수한 해외 전문인력을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과거 LG카드(현 신한카드) 매각 당시, 싸다는 이유만으로 법률 자문사로 법무법인 서정을 선택했다가 공개매수 절차를 빠뜨리는 실수를 범해 명성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겼다.

김창록 전 총재는 이를 "싼게 비지떡"이라고 꼬집었다. LG카드 매각 당시 법무법인 서정이 금융감독원에 증권거래법 관련 조항에 대한 문의전화만 한통 했더라도 알 수 있는 문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IB라면 할수 없는 무리한 요구"

산업은행이 골드만삭스에 요구한 자문계약서 조항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영기 산은 기업금융본부 이사는 "골드만삭스가 중국 조선업체에 지분 투자를 한 사실 자체로는 이해상충이 없고, 투자를 한 업체가 대우조선 입찰에 참여할 경우 이해상충 우려가 높아지니까 이를 보장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배상 문제도 무한책임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이해상충이 고의나 과실에 의한 것이라면 배상을 해야 한다는 조항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산은의 이 같은 요구는 국제 관례에 비춰봤을 때 절대로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국내 한 IB 대표는 "매도인측은 자문사에게 본인이 원하는 것을 항상 요구할 권리가 있다. 다만 산은의 이번 조건은 무리한 것"이라면서 "국책은행인 산은이 지나치게 여론을 의식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외국계 한 IB의 대표도 "골드만삭스에 지분을 투자한 중국 조선업체의 입찰참가를 막아달라고 하는 것은 할 수 없는 것을 요구한 것"이라면서 "대주주가 아닌 회사에 딜 참가 여부를 요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자문사에 손해배상 요구를 한 것도 과도한 요구"라면서 "이런 요구는 국제 관례도 아니고, IB라고 한다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을 했다"고 비난했다.

◇"자문사의 역할은 고객 이익 극대화"

한편 산업은행이 산업은행 M&A실을 단독 자문사로 선정한 것에 대해서는 절차상 오류가 있기는 했지만, 공정성에서 큰 문제가 없다는 게 IB 업계의 평가다.

한 IB 대표는 "내 물건을 내가 팔 때 가장 공정할 수 있다. 자문사의 역할은 고객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면서 "제 3의 자문사를 고용하는 것은 자신이 전문성이 없을 때 이를 보충하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외국계 IB 대표 역시 "외국에서도 계열사 지분을 매각할 경우 통상적으로 내부에서 직접 자문을 한다"면서 "내부 자문을 할 때도 보통 제 3의 기관을 선임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내부 자문사를 단독으로 선정한다고 하더라도 공정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산은이 대우조선의 잠재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두산중공업과 STX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이해상충 우려가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영기 이사는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포스코 GS 두산 한화 등에 여신을 제공하고 있지만, 여신 비중이 매각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면서 "입찰 제안서를 받으면 가격은 물론이고 비가격적인 평가 요소를 정할 때 산은과 캠코 뿐 아니라 외부 인사를 포함시켜 투명성과 공정성 우려를 없앨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산은은 또 계열사인 대우증권에 대우조선 매각이 종료될 때까지는, 대우조선에 대한 리서치 업무를 중단해줄 것을 요청했다.

▶ 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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