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유럽 탄생)③하향 평준화·갈등고조 전망도

  • 등록 2004-04-29 오후 3:08:50

    수정 2004-04-29 오후 3:08:50

[edaily 피용익기자] 이틀 뒤면 유럽연합(EU)이 동유럽 국가 일부를 포함한 25개국 거대 연합으로 재편된다. 이에 따라 EU가 미국과 중국에 맞설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정반대의 전망도 만만치 않다. 25개국 체제의 EU가 직면하게 될 문제점으로는 ▲동구권 국가의 편입으로 인한 하향평준화 ▲옛 우방국을 잃은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 ▲영국 독일 프랑스와 같은 강대국들의 자국 이기주의에 따른 협력 저하 ▲회원국 확대에 의한 국가간 이해 대립 가능성 등이 꼽히고 있다. ◆동구권 EU 편입..하향평준화 우려 25개국 유럽연합 출범의 가장 큰 특징은 EU가 동유럽 국가들의 편입으로 인해 기존의 서유럽 편중 체제에서 명실상부한 `유럽` 연합으로 거듭난다는 점이다. 그러나 동구권 국가의 EU 편입이 유럽지역 경제를 하향평준화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보고서도 이같은 우려를 확산시키고 있다. WEF는 지난 27일 `EU-미국 경쟁력 보고서`를 통해 "신규 편입되는 국가들을 포함한 EU 25개 회원국의 평균 국가경쟁력은 4.97로 미국의 5.55에 크게 뒤졌다"고 발표했다. 특히 체코 헝가리 폴란드 등이 모두 하위권을 기록했다고 밝혀 EU 25국의 하향평준화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와 함께 동유럽 국가들의 높은 실업률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기존 EU 15개국의 평균 실업률은 8.0%인데 반해 신규 편입국의 실업률은 평균 14.3%에 달해 EU 25개국의 전체 실업률은 9.0%로 높아지게 된다. 과거 공산주의를 따랐던 이들 국가의 `경제 감각`이 기타 유럽 국가들의 기준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주장도 빈번히 제기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유럽지사의 팔라이스 새버린 부사장은 "동유럽 국가들은 판매 및 마케팅 기술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며 이들 국가의 경제감각 부재를 지적했다. 체코 태생인 그는 "과거 정부 통제의 경제체제 하에서 경제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동유럽 국가들의 노동 임금 인상과 이에 따른 미국 및 아시아 기업들의 투자 감소, 동서 간의 빈부 격차 및 문화차로 인한 갈등 등 산적한 문제들은 단기간 내에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U-러시아 관계 악화 가능성 옛 공산주의 동맹국들이 대거 EU 회원국으로 편입됨에 따라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도 EU가 직면한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동구권 국가들이 과거 러시아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친미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은 러시아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폴란드의 경우 이라크에 네번째로 많은 군대를 파병하는 등 친미주의 노선을 걷고 있다. 감정적인 부분 외에 실질적인 측면에서 러시아가 경제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는 점도 EU와의 관계 악화를 예고하고 있다. 당장 러시아는 자국 제품의 가장 큰 수요처인 옛 우방국들로부터 EU 관세를 부과 받게 되기 때문이다. EU와 러시아는 지난 27일 기존 우호협력협정(PCA)를 연장키로 합의했으나 여전히 갈등의 소지는 남아 있다. 파스칼 래미 EU 통상 집행위원이 이날 PCA 체결 직후 "현안에 대한 이견이 상당 부분 해소됐으나 어려운 문제들이 여전히 많다"고 말한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서 지난 2월 EU는 정책 보고서에서 유럽과 러시아의 관계가 과거 소비에트연방 시절 이후 최악의 상황에 근접했거나 이미 최악의 상황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한 바 있다. ◆각종 현안 합의 도출 어려울 듯 유럽연합이 25개국으로 확대됨에 따라 회원국 간의 의사결정 과정이 순조롭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초기 6개국으로 출범했던 당시에 비해 합의 도출이 현저하게 어려워질 것이 예상된다. EU는 그동안 15개 회원국 체제에서도 합의 도출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이라크전쟁에 군대를 파병하는 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회원국간의 입장 차는 그 일부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이른바 빅3 국가인 영국과 독일, 프랑스의 자국 이기주의 정책이 EU의 존재 의미를 무색케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지난 11월 안정적인 EU 경제를 위한 `안정성장협약`을 사문화하려다 나머지 국가들의 반발로 포기한 바 있다. 당장 오는 6월에 만들어질 EU 헌법도 25개 회원국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집행위가 합의하더라도 회원 각국의 의회비준이나 국민투표 등 인준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잡음이 예상된다. 과거 핀란드의 EU 가입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것으로 알려진 페르티 살로레이넨 주영 핀란드 대사의 최근 발언은 유럽 연합이 당면한 문제점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살로레이넨 대사는 최근 한 모임에 참석해 사견임을 전제로 "EU는 혼돈 상태에 있다. 비전도 없고 리더십도 없다. EU 헌법도 제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제야 웃는 민희진
  • 나락간 '트바로티' 김호중
  • 웃으며 시작
  • 디올 그 자체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