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 "쟤가 먼저 "CEO" 라고 욕했어요"

  • 등록 2002-07-02 오후 5:02:49

    수정 2002-07-02 오후 5:02:49

[edaily 강종구기자] 지난 주 중반이후 반등세를 보이는 듯 하던 미국 증시가 하락세로 다시 반전되며 급락세로 올 하반기를 시작했습니다. 달러화도 주요 통화에 대해 약세를 면치 못하는 형국입니다. 이렇듯 미 증시와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데는 미 기업들의 신뢰 상실이 큰 몫을 하고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국제부의 강종구기자가 생각해 봐야될 점들을 짚어봤습니다. 뉴욕증시가 올해 하반기 시작을 큰 폭의 하락으로 시작했습니다. 7월 첫째 거래일 다우지수는 9100선을 위협받는 수준으로 밀려났고 나스닥지수는 4%이상 급락세를 시현했습니다. 지난 주 뉴욕증시가 5주간의 하락세를 마치고 반등에 성공하자 일부 투자자들은 “드디어 바닥을 쳤다”며 반겼지만 기쁨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강한 미국의 상징인 달러화도 체면을 구기고 있습니다. 엔화에 대한 달러환율은 올초 135엔대에서 120엔 밑으로 떨어졌고 전문가들사이에서는 1유로=1달러의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얘기마저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증시와 달러화의 약세를 설명할 수 있는 배경은 사실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9.11테러 이후 미국 전역은 추가테러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고 엔론에서 시작한 기업회계스캔들은 최근 월드컴과 제록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증시에서는 해외투자자금이 유로존으로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포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증시를 뒤흔들고 있는 가장 큰 화두는 뭐니 뭐니 해도 “신뢰의 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업들의 잇따른 분식회계사건으로 말미암아 투자자들은 더 이상 기업의 재무제표를 믿지 않고 있습니다. 엔론의 충격이 가실만하자 이번에는 월드컴이 사상 최대인 38억달러의 회계부정을 저지른 사건이 밝혀졌고 제록스도 매출을 두 배 이상 과대계상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신뢰상실의 정점에는 미국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를 속이기 위해 정치권과 줄대기(엔론과 월드컴)를 하거나 내부자 거래(마사스튜어트와 임클론)는 물론 탈세나 회사 공금 횡령(타이코의 코졸르스키)도 서슴지 않는 최고 경영진들을 보면서 투자자들은 “더 이상 무엇을 믿으란 말인가”라며 주식을 내던지듯 팔고 있습니다. 미국의 CEO들은 1990년대에는 경제활황을 이끈 영웅이었으나 이제는 조롱거리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그랜트 이자율 옵저버’라는 금융잡지의 최근호에는 재미있는 한 컷의 만화가 실려 있습니다. 두 명의 아이가 싸우고 있고 그 아이들의 어머니가 두 아이를 뜯어 말리고 있죠. 그 중 한 아이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쟤가 먼저 나보고 CEO라고 욕했단 말이예요” 미국기업 CEO 들의 위상추락을 이보다 절묘하게 묘사하기도 힘들 것입니다. 사실 미국증시는 붕괴직전까지 내몰리고 있지만 미국 경제는 상황이 그리 나빠 보이지 않습니다. 미국경제는 올해 1분기 6.1% 성장했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1일(현지시간)자는 미국이 올해 하반기 3.5%, 내년 상반기 3.6%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에렌크란츠 킹 누스바움의 투자전략가인 배리 하이만도 "만약 더이상 새로운 회계 스캔들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증시는 펀더멘틀에 기초해서 착실히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배리 하이만은 "월드컴과 같은 기업이 앞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꼬집고 있습니다. 켄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매매팀장인 홀리 스타크는 "시가총액 상위기업중에서 또 다시 회계스캔들에 연루되는 기업이 나온다면 시장은 거의 초죽음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을 기억하십니까. 지난해 이후 급속도로 투자자들 뇌리에서 잊혀져 가고 있지만 우리 국내주가의 장기적인 저평가 현상을 일컫는 말이죠. 외국인투자자들(주로 미국인들이지만..) 우리 기업들의 회계투명성이 국제기준에 떨어지고 기업지배구조가 ‘후진적’이라며 우리 기업의 가격을 "후려치기" 일쑤였죠. 코리아디스카운트는 이제 아메리카디스카운트로 바꿔 불러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장 선진적인 자본시장을 갖추고 있고 회계기준도 가장 앞서가고 있을 정도로 하드웨어는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실제로 그 하드웨어를 운용해야 하는 소프트웨어(CEO 등)는 낙제점이하를 줘도 될 상황이 돼 버렸으니까 말입니다. 월드컴 분식회계 사건이 터진 직후 전세계 증시는 급락했지만 미국 증시는 오히려 막판 급등하며 견조한 모습을 보여 준 바 있습니다. 그러나 비즈니스위크는 27일자 온라인판에서 “시장은 마치 물고문을 당하듯 조금씩 장기간의 침체로 빠질 것”이라며 이날의 반등을 비웃었습니다. 경제가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기업 실적이 호전된다는 신호가 나오더라도 신뢰가 회복되지 않으면 증시는 살아날 수 없다는 경고이지요. 비즈니스위크는 특히 미 정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업 재무제표 공시자료에 최고경영자들이 회계처리의 정확성을 보장하는 도장을 찍도록 할 것이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규제로 더 많은 미국 기업들이 상장폐지나 파산으로 내몰릴 수 있고 수많은 최고경영자들의 목이 잘려 나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국내 투자자들도 “기업실적이 좋아지고 그 수치를 투자자들이 믿을 수 있어야 증시가 상승반전할 수 있다”는 월가 전문가들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국내 증시가 미국 증시에 따라 춤을 추는 상황에서 하루 하루의 등락에 기뻐하고 실망하기보다는 미국경제와 미국기업이 어떻게 이 난제를 풀어나가고 있는지 가만히 지켜볼 수 있는 여유가 요구되는 때입니다. 아울러 우리기업들의 경영자들은 어떤지, 우리 회계시스템은 회사의 부정을 사전에 차단할 만큼 튼튼한지도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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