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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DB하이텍 등 국내 반도체 업계는 지난 6일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가 밝힌 R&D와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를 검토하겠다는 정책 구상에 대한 첫 반응으로는 화색을 보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시설투자나 R&D 투자는 비용이 수조원 단위에 달한다”며 “세액공제 1% 확대로도 몇백에서 몇천억이 왔다갔다하는데 기업입장에선 큰 도움이 된다”고 반겼다. 그러면서 “어차피 국내에 투자계획이 있고 투자를 집행하는 상황이면 아낀 세금으로 새로운 장비를 들여오거나 다른 필요한 부분에 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연초부터 시작된 반도체 수급난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들은 예상보다 앞당겨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 장기화를 예상해 평택3캠퍼스(P3) 양산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부터 기초 공사를 진행했고 이르면 다음달 건물이 올라갈 전망이다. P3는 단일 반도체 라인 중 세계 최대 규모로 30조원 이상의 투자금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노종원 SK하이닉스 경영지원 담당 부사장(CFO)는 지난달 28일 열린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전화 회의)에서 “반도체 업계 전반의 공급 부족에 따른 장비 투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길어진 장비 수급 리드타임과 셋업 기간 등을 고려해 내년 케펙스(시설투자) 일부를 올 하반기 앞당겨 집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존 10% 미만이었던 세액 공제를 대폭 늘려준다면 절약한 돈으로 인력 투자, 반도체 장비와 소재에 활용하는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리스크가 왔을 때를 대비해 미래 대비책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美 러브콜에 국내 투자유치 카드꺼낸 정부…삼성 등 ‘투자 압박’↑
정부의 이번 계획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반도체 생산 역량을 강화하는 움직임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인센티브를 앞세워 삼성전자 등 전 세계 반도체 기업에 러브콜을 보내자 국내 반도체 투자 유치를 위한 카드로도 읽힌다.
기존에는 대기업들에게 일반 R&D의 경우 투자액의 0~2%, 시설 투자는 1%만 세제 혜택을 줬다. 신성장·원천기술에는 R&D 20~30%, 시설투자 3% 세액공제 제도를 운용 중이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이번 정책 구상이 실현되면 현행 제도 외 별도 방식으로 반도체 R&D와 시설투자 세제 지원이 늘어날 전망이다.
안진호 한양대학교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정부에서 세제혜택을 주는 것은 외국으로 나가지 말고 한국에서 하라는 것”이라며 “미국은 자국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까지 자국 내 생산해서 공급망을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자국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세금 혜택을 주는 것은 방향성은 맞다”고 말했다.
한편 홍남기 부총리는 회의 직후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려 “반도체를 둘러싼 세계 주요국들의 ‘총성없는 전쟁’이 전개되고 있다”며 “디지털·그린 경제 전환에 따른 반도체 슈퍼사이클 선점경쟁과 함께 미·중 갈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이슈가 결합되며 2000년대 가격경쟁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반도체 치킨게임’보다 훨씬 복잡다기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계적으로 대규모 보조금, 세금감면을 통한 자국 내 공급망 유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며 “반도체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도체 산업에 획을 그을 수 있는 국가적 종합전략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