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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시중에 유통 중인 은행권 중 5만원권은 전체 금액 중 84.6%(98조3000억원)을 차지하고, 장수로는 36.9%(19억7000만장)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은 물론 장수까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 최고액면 은행권인 5만원권은 지난 2009년 6월 23일 처음 발행됐다. 5만원권은 만원권이 발행되기 시작한 1973년 이후 36년 만에 탄생한 최고액면이다. 만원권 탄생 이후 국내총생산(GDP)이 200배 넘게 확대되고 소비자물가가 14배 상승하는 등, 달라진 경제규모에 맞춰 새 은행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5만원권이 화폐 제왕 자리를 꿰차는 것은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금액 기준으로는 발행 이후 2년 만인 2011년에, 장수 기준으로는 지난 2017년에 1위 자리에 올랐다.
특히 경조금에 사용하는 은행권은 5만원권이 사실상 독식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의 경조금 지출에 5만원권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전체 82.4%에 달했다. 지난해 10~12월중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가구주 11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다. 실제 2008년 가계의 경조금 지출은 월평균 9만원이었는데, 이 중 8만원 정도를 5만원권으로 지출했다 .
지난해 말 기준 예비용 현금의 79.4%가 5만원권이었다. 전체 가계의 23.3%가 예비용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들 가계가 평균 54만3000원을 보관하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중 40~45만원(5만원권 8~9장) 정도는 5만원권이라는 뜻이다.
5만원권이 자리잡으면서 시중에서 자기앞수표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한은에 따르면 소액결제를 할때 자기앞수표를 사용하는 비중은 5만원권이 발행되기 전인 2008년에는 14.4%에 달했지만 10년 만인 지난해엔 0.6%로 급감했다.
5만원권 발행이 지하경제를 확대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로 끝났다.
5만원권 위조지폐 발견장수는 지난 10년(2009년 7월~올해 3월)간 총 4447장 정도로, 같은 기간 중 전체 위폐 발견 장수의 9.2% 정도였다. 이들 위폐 대부분도 조악한 수준이라 실제 피해는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지난해 발간된 국제통화기금(IMF)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는 2009년 GDP의 23.1%에서 2015년 19.8%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그간 고액권 잠재수요를 충족시키면서 5만원권의 발행이 단기간에 큰 폭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권 휴대 편의가 증대되고 화폐관리 비용도 감소하는 등 긍정적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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