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이제는 가을에도 마음 설레지 않아"

박 대표, 100만1번째 홈피 방문객과 신촌·한강에서 공개데이트
  • 등록 2004-08-31 오후 7:20:00

    수정 2004-08-31 오후 7:20:00

[오마이뉴스 제공] "왜 이렇게 시간을 안 지켜요? 오랜만에 하는 데이트에 바람맞는 게 아닌지..." 8월31일 오후 신촌의 한 세미나 카페. 일찌감치 창가에 자리잡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투정"을 부리면서도 모처럼의 기다림이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박 대표는 공개데이트를 약속한 100만1번째 미니홈페이지 방문객 권순호(17·대입준비생)군을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를 기다리게 하는 데 익숙했던 박 대표로서는 한번도 만나지 못한 10대 소년을 기다리게 된 것이 생경하게 다가오는 듯 했다. 잠시 후 백합 꽃다발을 든 "꽃미남" 권군이 친구들(박설빛나, 송기)과 함께 나타나자 박 대표의 표정도 금세 밝아졌다. 박근혜 : 반갑습니다. 이번에 굉장히 좋은 성적으로 (검정고시에) 합격했다고 들었어요. 축하합니다. 이렇게 특별히 백합을 고른 이유가 있었어요? 권순호 : 고맙습니다. 그냥 순결한 마음으로... 꽃을 샀는데, 좀 시들어서 마음에 드실 지 모르겠어요. 박 대표가 데이트 코스를 잠시 화제에 올린 뒤 10대들의 장래희망을 물어보자 권순호군과 박설빛나양은 각각 연예인 매니저와 음향엔지니어가 되고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송기군이 "평범한 직장인이 되고싶다"고 하자 박 대표는 "평범함 속에 행복이 많이 있는 것 같은데, 눈에 많이 띄는 자리로 갈수록 자유가 없다. 어떻게 그런 지혜로운 생각을 했냐?"고 되물어 10대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보석보다 소중한 게 친구들... 그렇지만 자기 운명대로 살아야" 박 대표는 이날 10대들과의 대화에서 평범하지 못했던 삶의 궤적에 대한 회한과 함께 정치지도자로서의 각오를 함께 드러내기도 했다. "대학교 졸업하자마자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어머니 역할을 해야했던 게 22살 때였다. 하도 바쁘게 살아서 청바지 입고 어디 다닐 시간이 없었다." (10대들이 친구들의 근황을 묻자) "여학생들은 다 시집가고, 남학생들은 직장 다닌다. 살다보면 특별한 일도 많고, 서로 기대고 싶을 때가 많은데... 여러분들은 (우정을) 영원히 간직해라. 보석보다 소중한 게 친구들이다. 그러다 국회에 들어오니 나름대로 바쁘게 보내게 돼서 아쉬운 게 많다. 그렇지만 자기에게 주어진 운명대로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 "70년대에는 테니스라켓 안 잡아본 사람 없을 만큼 인기가 많았다. 테니스 치면서 여기저기 다니고 맛있는 것 먹던 시절이 생각나는데, 그때가 좋았던 것 같다." 박 대표는 권군이 "하고싶은 게 무엇이냐?"고 묻자 "가을이 되면 어디 가고 싶었는데, 이제는 어차피 못갈 테니 마음이 설레지도 않는다"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권순호군이 "한나라당을 살리시고... 대단하다"고 박 대표를 추켜세우고, 박설빛나양이 "검정고시를 볼 때 순호가 박 대표의 이메일을 친구들에게 자랑했다"고 할 때는 박 대표가 "그러냐"며 환하게 웃기도 했다. 박 대표는 10대들과 가벼운 식사를 한 뒤 인근의 보드게임 카페로 자리를 옮겨 젠가(나무쌓기)와 클루(추리게임)를 즐겼다. 이후 권군과 함께 선유도공원을 찾은 박 대표는 한강 유람선에서 야경을 보는 것으로 이날 데이트를 마무리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제야 웃는 민희진
  • 나락간 '트바로티' 김호중
  • 웃으며 시작
  • 디올 그 자체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