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조 고용장려금제도, 일자리 ‘창출’보다 ‘유지’에 편중(종합)

  • 등록 2016-09-26 오후 3:08:32

    수정 2016-09-26 오후 3:08:32

[세종=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고용장려금 제도가 일자리 ‘창출’보다 ‘유지’ 관련 사업에 편중돼 실효성이 낮다는 진단이 국책연구기관에서 나왔다. 고용 증대를 위해 정부가 수조원대 예산을 투입하는 고용장려금이 당초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데 예산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고용유지형 예산이 76%..선진국과는 정반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6일 발표한 ‘고용장려금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장려금 제도에 투입되는 예산은 올해 기준 2조8385억원에 달한다.

이는 연봉 3000만원짜리 일자리를 매년 9만3000개 이상 만들 수 있는 금액이다. 현재 국내 일자리가 연간 약 30만개씩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규모인 셈이다.

문제는 고용노동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기업청·통일부에서 지원하는 고용장려금 사업 대부분이 신규 일자리 창출보다는 기존 일자리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올해의 경우 ‘고용유지형’ 정책에 투입되는 예산은 2조1519억원으로 전체 고용장려금의 75.8%에 달한다. ‘고용유지’와 ‘채용장려’ 또는 ‘일자리나누기’가 합쳐진 형태의 사업(3264억원)까지 포함하면 고용유지 관련 사업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7.3%로 높아진다.

고용장려금 가운데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모성보호육아지원(9296억원)을 비롯해 직장어린이집지원(1059억원), 장년고용안정지원금(826억원), 출산육아기고용안정지원금(623억원) 등은 대표적인 ‘고용유지형’ 사업들이다.

이에 비해 주요국들은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의 정책을 펴고 있다. 2013년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고용장려금이 ‘고용유지형’ 사업에 투입된 비율은 9.1%에 그쳤고, ‘채용장려형’은 81.8%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일자리나누기형’은 ‘고용유지형’과 동일한 9.1%였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윤수 KDI 연구위원은 “주목할 만한 점은 대부분의 국가들이 주로 신규 채용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고용장려금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고용장려금 예산 중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사업의 비중은 9.6%(2013년 기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기존의 일자리를 유지하는 형식으로 지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OECD 회원국들의 고용장려금(2013년)
무분별한 지원에 예산만 낭비

정부가 수조원의 예산을 쏟아붓는데도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또 있다. 사실상 고용 창출과는 거리가 먼 사업들이 고용장려금으로 둔갑해 예산만 까먹고 있기 때문이다.

KDI에 따르면 사회보험사각지대해소(5202억원)과 신성장기반자금융자(2800억원)은 각각 사회보험 가입률 확대와 중소기업 지원을 목표로 한다. 생활안정자금대부(1000억원), 기술혁신형중소기업연구인력지원(302억원), 중소기업수출역량강화(250억원) 등도 고용 증대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선별적 지원이 부족한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취약층 지원을 목표로 하는 대표적인 사업인 고용촉진지원금(1013억원)의 경우 취약층이 아니더라도 면접만 통과하면 수혜를 받을 수 있다. 기술혁신형중소기업연구인력지원(320억원)은 석·박사급 고학력 인력을 대상으로 한다. 보조금 없이도 기업이 자발적으로 채용했을 우수 인력을 취직시키느라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연구위원은 “고용장려금의 최종 목표는 고용증대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취약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취업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해 일정 기간 구직활동을 시도했지만 취업에 실패한 경우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고용장려금 사업 현황(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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