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내대표는 5일 기자들과 만나 “재작년 7·30 재보궐선거 때 천정배 의원을 광주 광산을에 보내는 것을 다들 김한길 전 대표가 반대한 줄 아는데 사실 그때 안철수 전 대표가 엄청 반대했다. 그때 새누리당은 다 신인으로 공천하는데 우리 당은 과거 인물만 공천하니까 천 의원이 표적이 됐다. 그래서 안 전 대표가 천 의원 공천을 반대한 거다. 김 전 대표가 엄청 설득했지만 안 전 대표가 여의도 언어를 이해 못한 것 같더라. 기본적으로 안철수 의원 언어가 여의도 언어가 아니어서 혼란이 있다”고 전했다.
안 의원이 탈당한 후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자 천 의원은 견제구를 날리며 호남권 탈당 의원들이 안철수 신당에 참여하면 호남여론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뉴DJ를 발굴해 야권을 재편하고 호남정치를 복원하겠다며 신당을 창당중인 천 의원 입장에서 주도권이 안 의원에게 넘어가는 것에 대한 불만일 수도 있지만, 이 원내대표 언급으로 미루어 볼 때 개인적인 감정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원내대표는 “안 의원은 한번 마음을 정하면 나중에 아무리 설득해도 미동도 하지 않더라. 요즈음 문 대표가 전혀 변하지 않는 것 보면 안철수 리더십도 문재인 리더십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며 두 사람 모두 유연성과 정치력이 없는 것을 힐난했다. 당 내홍 사태 해결을 위한 지도체제로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를 제안한 문 대표는 안 의원이 역으로 혁신전당대회를 내놓자 일언지하에 이를 거절했다. 안 의원은 재차 전당대회 수용을 촉구했지만 문 대표가 물러서지 않자 당을 탈당했다. 자신들이 제안한 대안에서 한 발도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신당을 창당중인 안 의원이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과 합당이나 연대가 없다고 한 이상, 19대 총선처럼 후보단일화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 원내대표는 “안 의원이 자기가 한 말 그대로 하려는 습성 있는 것은 우려스럽다. 그러나 선거연대 없다는 것은 (여의도 문법)에서 보면 현 단계에서는 자연스럽다”며 선거연대 가능성에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
문 대표는 안 의원 탈당 후 비주류 의원들이 사퇴를 요구하자 혁신하고 단합해서 총선에서 승리하겠다며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당내 수도권 의원들과 중진들이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에 공감하고 선대위에 공천과 선거 관련 전권을 부여하고 문 대표는 일상 당무만 맡는 것으로 2선 후퇴를 요구하자, 선대위 구성을 수용하면서도 그 전제조건으로 혁신공천 담보를 제시했다. 현재 문 대표는 거취 문제는 자신이 결단할 문제라며 새 인물 영입과 선대위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재인 얼굴’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민주화운동 주도권이 호남으로 넘어간 상황에서도 부산 민주화운동 세력의 일원으로 살아왔던 자존심, 자부심이 알게 모르게 정치인 문 대표의 생각과 행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표가 한 평생 살아왔던 부산은 1979년말 박정희 유신독재에 항거했고 박 정권이 무너지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원내대표는 “일반적인 여의도 정치 흐름이나 판단, 언어는 이랬을 것이다. (문 대표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라고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판단을 좀 달리하는 것 같다”고 했다.
문 대표와는 확연히 다른 행보다. 전직 대표와는 다른 길을 걸어온 문 대표가 ‘여의도 정치’를 하면서도 ‘여의도식 정치’를 하지 않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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