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F2013]샌델 vs 박원순 특별대담 전문

  • 등록 2013-06-12 오후 5:42:00

    수정 2013-06-12 오후 6:03:50

[이데일리 김재은 장종원 김도년 박보희 기자]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 시민운동가 출신 박원순 서울시장이 맞짱을 떴다. 주제는 ‘지속가능한 자본주의’를 위한 대안 찾기다.

이데일리가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개최하는 세계전략포럼 2013에서 두 대담자는 넘치는 위트와 센스로 청중들의 박수를 아낌없이 받았다.

박원순 시장은 샌델 교수의 책을 서울시 행정에 반영하고 있다며 “제자로 받아주시겠냐?”고 물었다. 이에 샌델 교수는 “영광스럽다”며 “현실정치와 광범위한 철학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박 시장은 “그동안 정치인 등 많은 분들이 추상적 담론과 총론에 강했지만, 구체적 삶을 들여다보고, 시민참여를 유도하는데 소홀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참여민주주의는 모든 철학과 신념을 강하게 만들어주는 수단이자 채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하나의 시스템 체제로 똑같이 작동되고 있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이데올로기와 사회적 실천 방식이 다양하게 전개돼왔기 때문에 다양한 생각이 새로운 창조와 대안을 만들어왔다”며 “다행히도 세상의 많은 사회에서 하나의 조건이 아니라 다양한 생각들을 실천해내는 그런 사람들을 참 많이 발견했다”고 했다. 특히 박 시장은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이 수백만권 팔린 것만 해도 서울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샌델 교수는 서울에 희망이 있다는데 동의하면서 “그동안 자본주의, 시장의 역할에 대해 토론할 기회가 없었던 것은 우리가 자본주의는 한가지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며 “냉전을 잘못읽은 게 아닌가 생각도 해봤다”고 했다. 이어 “전세계엔 다양한 자본주의 형태가 있고, 시장과 사회, 문화적 규범, 도덕적 원칙 등에 다양한 형태가 작용한다”며 “시장경제를 하나의 도구로서 이점은 취하지만 우리를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과 샌델 교수는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경제민주화 등 다양한 논쟁이 전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케이스이지만, 분명 긍정적인 현상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샌델 교수는 “세계 여러 곳들을 많이 다녔지만 한국에서 벌어지는 경제민주화 등 거대한 과제, 질문에 대해 광범위하게 논의되는 곳은 많지 않다”며 “개인과 공공의 한계를 어떻게 지을 것이냐 모호할 수 있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샌델 교수는 “엄청난 경제성장기를 거치고 이제는 이런 거대한 질문을 공론화하고 있는데 단순히 외부인의 시각에서 낙관적인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박원순 시장은 “한국 사회는 서양과 달리 지난 반세기만에 엄청난 변화와 충격을 한꺼번에 경험했다”며 “많은 비극과 불행을 겪고 극복하면서 문제해결 능력, 논쟁의 능력을 키워준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단기간에 이룩한 민주화를 통해 어찌보면 심하다고 생각될 정도의 논쟁을 벌이고 있는 건 또하나의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샌델 교수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박원순 시장은 샌델 교수에게 “교수님 철학을 현실에 구현하기 위해 서울에 살면서 서울 명예시민이 되는 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이에 샌델 교수는 “서울의 친한 친구로 남고 싶다”고 화답했다.

다음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대담내용 전문이다.

-박원순(이하 박): 서울시 행정에 책 내용을 반영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샌델의 제자다. 제자로 받아주겠냐.(웃음)

▲마이클 샌델(이하 샌델) : 이번이 세번째 만남이다. 영광스럽다. 현실정치 뿐만 아니라 거대하고 광범위한 철학도 논의했다. 제가 알기로는 지역사회 운동가로 시작해서 서울시장까지 오르셨는데 1년 전 대화가 기억난다. 서울 왔을 때 제가 사무실을 방문했고, 저를 서울 이곳저곳 직접 보여주셨다. 많은 정치지도자들이 있지만, 광범위하게 책을 읽고 정치철학 고민하는 분이 많겠지만, 시장님도 그런 분들 중 한 분으로 시장으로 활동하고 계신다. 제가 궁금한 건 연결고리가 어떻게 된다고 생각하느냐. 즉 정치철학과 공공행정, 매일 일상적인 서울시 운영상의 도전과제, 둘 간에 상관관계가 있을까?

-박 : 정치의 신념과 철학과 실제 행정과의 관계, 특히 서울같은 큰 도시를 운영하는데 있어 관련성을 물으신 것 같다. 거대 도시를 운영하는데 있어 서울시장으로서의 철학과 비전이 중요하다. 그것이 아주 큰 추상적 세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일상의 삶 속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인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은 추상적 담론과 총론에 강했다. 구체적인 삶을 들여다보고 개입하고 시민 참여를 유도해내는 것에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샌델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시민들을 가까이에서 만나고 생각을 수렴하고 실천해왔다. 내가 거대한 정치철학을 가졌다기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참여민주주의, 시민들의 철학과 시민들의 구체적인 대안들을 유도하고 끄집어내서 정책의사결정에 참여해 실천하는 장을 마련해 드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실현해 왔다. 참여민주주의는 모든 민주주의의 철학과 정치적 신념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수단이며 방법이며 하나의 채널이라고 생각한다.

-샌델 : 많은 대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아직 많은 대안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했다. 이 회의의 주제가 지속가능한 자본주의다. 그래서 최근 우리가 심각하게 이 시장의 역할에 대해 토론할 기회가 없었던 것은 우리가 ‘자본주의는 한 가지다’라고, 그리고 이것이 모든 곳에서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냉전을 잘못 읽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봤다. ‘이제는 한 가지의 체계밖에 없다. 자본주의는 동일하고 이 안에서 어떤 대안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런데 지금 되돌아보니 전 세계엔 다양한 자본주의의 형태가 있고, 도시 안에서도 시장과 시장관계가 운영이 되고 사회, 문화적 규범, 도덕적 원칙 등에 다양한 형태가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시장경제를 하나의 도구로서 이점은 사용하지만 우리를 규정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게 내 새 책의 주제다. 아직 못 보셨을텐데(웃음) 이 부분도 역시 다양한 대안이 가능하다고 했을 때 이런 것도 포함을 하는 것인가

▲박 : 샌델 교수의 지적처럼 우리 사회가 너무 단순하고 하나의 시스템 체제가 똑같이 작동되고 있다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종 다양성이란 말을 쓰는데, 지구상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물의 다양성이 보장돼야 거대한 체인이 돌아간다는 말처럼 사회도 수많은 이데올로기나 생각이나 사회적 실천방식이 다양하게 전개돼왔기 때문에 다양한 생각이 새로운 창조와 대안을 만들어왔다고 생각한다. 언론수단 발전에 따라 생각이 하나로, 보편적인 생각으로 통일되는 굉장히 위험한 현상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샌델 교수가 말하는 자본주의라는 것으로 우리 역사 속에서 굉장히 다양한 사회시스템에 대한 생각이 있어 왔는데, 경쟁을 중심으로 하는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만이 유일한 것으로 우리 사회를 지배하면서 책에서 지적하는 그런 문제들이 생겨난다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세상의 많은 사회에서 하나의 조건이 아니라 다양한 생각들 그리고 그것을 실천해내는 사람들을 참 많이 발견했다. 독일, 영국 인터뷰 여행을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책상 머리에 써 놓는 것이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세상을 꿈꾸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다양한 흐름들이 있다는 것이다. 시장이 되기 전에도 그런 세상을 위해 다양한 고민을 해 왔다. 예컨대 참여연대를 통해 참여민주주의를 고민해 왔고, 아름다운재단이나 아름다운가게를 통해 나눔이란 것을 삶속의 습관문화로 만드려는 노력을 했다. 또 희망제작소를 만들어 공공기관 ,지자체에서 다양한 정책, 지속가능한 행정을 고민했다. 외국에 가보니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영국에서 그런 똑같은 사람을 발견했다. 그래서 하이파이브를 했다. (박 시장은 샌델교수에게 하이파이브를 제안했고 두 대담자는 하이바이브를 했다.청중 박수)그런 의미에서 샌델 교수의 생각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시민과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책을 통해 많은 공감을 한 것 아니냐. ‘정의란 무엇인가’가 수 백만권이 팔린 것만해도 서울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청중 박수와 웃음)

-샌 : 일단 한국 사회에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나도 한다. 한국 관련해서 정말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죠. 까다로운 질문들, 정의에 대해 여러 분야에서 공론화되고 있다는 것이죠. 작년에 한국을 방문한 이후 많은 곳들을 여행을 다녔는데, 여러 국가를 다녀봐도 이런 거대한 과제, 질문에 대해서 광범위하게 논의되는 곳은 많지 않았다. 정의에 대한 개념,시장의 도덕적 한계에 대한 의미는 물론 알고 있지요. 개인생활과 공공생활에서 한계를 어떻게 지을 것인지 공론화하기 모호한데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 한국은 엄청난 경제 성장기를 거치고 이제는 이러한 거대한 질문, 과제에 대해 공론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질문과 논의를 통해 민주주의가 성숙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외부인의 시각에 봤을 때 낙관적 전망이라고 생각하나? 가능하다고 보나?

▲박 : 큰 도전적 과제가 한국사회에 있다. 한국사회는 서양과 달리 근대에 이르면서 많은 비극과 불행의 경험을 가졌다. 식민지, 분단과 전쟁이란 경험, 100만이 넘는 민간인이 3년 기간에 사망한 사실, 천만명의 이산가족이 생기고, 급속한 경제성장과 독재로부터 민주화 등 지난 반세기, 60년 동안 서양이 겪은 수 백년의 변화와 충격을 한꺼번에 거쳤다. 아마도 빅퀘스천, 많은 과제를 우리는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에선 서양에서 수세대에 걸쳐 체험한 것을 동시적으로 체험하고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상승적인 문제 해결, 논쟁 능력을 키워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샌델 교수가 말하는 평등이나 정의라든지 경제민주화 등 치열하게 논쟁하고 있는 것은 그런 이유때문이 아닐까. 근대사 현대사 통해 겪은 불행들이 긍정적 효과를 낳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양면이 동시적으로 굉장히 많은 도전을 받고 있다는 어려운 상황이란 건 문제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단기간에 이룩한 민주화를 통해 어찌보면 심하다고 생각할 만큼의 논쟁을 벌이고 있다는 게 또 하나의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샌델 교수 의견에 동의한다. 대신 이런 논쟁이 마주 달리는 기차처럼 하면 안 되고, 뭔가 슬기롭고 현명한 방법을 통해 좋은 합의와 결론에 이르고 대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힘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서울은 1000만명이 사는 도시니 얼마나 갈등과 대결이 많겠느냐. 그래서 시장 직속으로 갈등조정관이라는 부서를 만들고, 사전에 예상되는 갈등 주제를 가지고 협상과 대화의 테이블을 만들고 있다. 큰 이슈들과 작은 갈등들은 현명하게 풀어가면 한국사회는 훨씬 성숙하고 성장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갈등과 대결과 논쟁 그 자체로 끝나면 결국 큰 벽에 부딪히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샌 : 성공적인 경제성장 겪는 국가들이 직면하는 문제는 한 두 세대 지나서 이것으로 끝이냐. 경제적 성장, 번영으로 끝이냐고 자문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런 걸 궁금해하기 시작할 때에 좀 더 높은 차원의 가치, 부, 이런 게 뭔지 생각하게 된다. 시장께선 이게 공론의 동기인지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보기엔 어느 정도의 경제 성장을 달성한 국가들은 아주 깊은 질문들을 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부와 행복과의 관계는 무엇이냐. 시장에서의 자유와 시민사회에서의 자유와의 관계는 무엇이냐.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이런 형태의 자문이 사회적 갈등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형태의 질문을 하는 건 건전한 것이고 성숙한 민주주의 신호라고 생각한다. 부유한 것과 행복한 것은 차이가 있다고 보고 시장에서의 자유, 소비자의 자유라 할 수 있지요. 그리고 시민사회와의 차이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시민사회의 자유는 민주적인 시민들이 서로 공공의 선에 대해 토론의 담론을 갖는 과정이다. 공동의 운명에 대해 발언권을 갖는 것, 이런 게 필요하다.

▲박 : 스승이 제자에게 질문을 던져서 생각하게 만드는 독특한 교수이신 것 같다.(일동 웃음) 한국 사회는 많은 나라들이 부러워할 정도의 경제성장을 이뤘고 민주화도 이뤘죠. 이게 다 되면 끝일 줄 알았잖아요. 그러나 지속적인 과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빈부간 격차가 생겼고 경제집중이 일어나면서 부정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고, 민주주의가 이정도되면 해결될 줄 알았지만 또 다른 인권의 과제가 생겨나고 있다. 정당 정치란 게 효율적이고 성숙해야 한다는 또 다른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 경제 성장이 행복을 보장해주는 게 아니란 것을 새삼 발견하게 됐다. 성장 발전 민주화란 게 끝없는 과제다.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완성을 향해 끝없이 도전해나가야 하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이 된다. 시장의 자유 말씀하셨지만 시장의 자유는 당연히 있어야겠지만 동시에 이게 과도함으로 인해 일어나는 불평등은 가장 큰 문제를 갖고 있다. 이것 때문에 자유시장 자체를 질식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민주화가 가장 큰 화두가 된 상태다. 시민의 자유가 보장되면 저절로 자유로워질 줄 알았는데, 이게 가져오는 님비현상이나 내 인권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남의 인권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게 시민사회의 한계다. 시민적 책임으로 충분히 보완이 안되는 상황으로 한국사회에서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서울 시정을 책임지는 나도 매일 이런 일이 벌어진다. 대형 유통마트 영업시간, 품목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는데 영업시간 제한하는 건 동의했는데 품목까지 제한하는 건 불편하다 이거예요. 소비자가 불편하고 여러 언론들이 반론을 펼쳤고 사실 그 정책 철회하는 지경까지 왔다. 시장의 자유와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였다. 동시에 서울시가 장애인 시설을 만드는데 장애인을 평등한 이웃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장애인이 우리 동네에 들어오면 불편하다며 막고 나서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시민정신이 도달해야 할 곳이 멀다는 점. 그분들을 설득하는 것에 상당히 애로를 겪고 있다. 그런 것 때문에 아마 일년만 제 임기를 더 채우면 마이클 샌델 교수만큼 머리가 벗겨지고 흰 머리가 될것 같다. 사실 이미 흰머리는 됐다. 염색한 것이다. (일동 웃음)

-샌 : 아주 낙관적인 분이라 생각한다. 그럼 질문을 하시겠느냐?

-박 : 샌델 교수님 철학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해결자라기보다는 해결해내는 과정을 열어주는 철학자가 아닌가 생각한다. 교수님 책을 읽고 말씀 들으면서 일상의 삶 속에서 어떻게 구현해 낼 수 있을까. 시간만되고 가능하다면 (갑자기)보스턴 시민이시죠? 그래서 요청하자면 서울명예시민 되는 건 어떨까요? 서울에서 살게 되면 구체적인 답을 주지 않을까 생각된다. 어떻게 좀 더 서울과 서울의 시민들에게 가까이 있어줄 방법이 없겠느냐?

▲샌 :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 서울에 올때마다 나도 개인적으로 많이 배우고 간다. 시간이 없다는데 간단하게 개인적인 얘기를 좀 하겠다. 대학교 1학년 때 뒤늦게 정치철학을 공부할 때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유명한 학자 책을 나눠주긴 했는데 추상적이라 이해가 안되고, 어려웠다. 현실 문제, 현실 정치와 철학이 거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한쪽 치워두고 정치과학, 역사학 등을 공부했다. 철학의 아름다움에 매료되기 시작해 철학을 강의하게 됐는데, 법조인이 될 지 정치언론인이 될지 고민했다. 정계에 진출할까 생각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에 매료되면서 학계에 남게 됐다. 그럼에도 철학이란 게 실상과 동떨어져서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처럼 젊은 학생도 철학을 삶의 깊숙이 가깝게 느끼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정치철학은 뜬구름 잡는 얘기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정치철학은 이 사회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실상활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도 법, 의견, 정의에 대해 도시를 돌면서 일반시민들과 대화하면서 철학을 발전시켰다. 저도 소크라테스처럼 그러고 싶다. 작년에 서울 방문했을 때 1만 4000여명의 젊은 학생들과 대화할 수 있었는데,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그런 세팅이 아니었다. 그랬다면 흥미로운 철학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담론, 대화를 통해 흥미로운 정치철학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올 때마다 서울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그래서 시장님이 이렇게(서울 명예시민이 돼달라) 말해준 데 감사드리고, 많은 업적, 노고에 치하드린다. 이런 식으로 철학을 실상활에 옮기는 활동에 감동받고 있고, 따뜻한 마음으로 국정운영을 하는 것도 기쁘게 생각한다. 서울의 친한 친구로서 남고 싶다.

-박 : (샌델 교수를 보며) 조만간 서울시민이 될 것 같다. 서울을 ‘시(詩)의 도시’로 해야겠다 해서 시인들을 모시고 대화를 나눴다. 플라톤이 철학의 도시를 이상적 도시로 꿈꿨다. 철학이 샌델 교수가 말한 것처럼 하늘에 있는 게 아니라 삶속에 있어야 한다면 서울은 충분히 철학의 도시가 될 수 있겠죠? 샌델 교수님 모실 자격 있는 도시죠? 함께 하도록 하겠다. (일동 박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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