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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부도위험 지표로 꼽히는 한국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1년7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는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격화한데 따른 것이다. 해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를 그만큼 위험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전세계 주요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CDS 프리미엄만 오르고 있어 우려된다.
한국물 CDS 프리미엄만 급등
2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25일(현지시간) 한국 외평채 5년물의 CDS 프리미엄은 72.53bp(1bp=0.01%포인트)로 지난해 2월12일(78.70bp) 이후 가장 높았다.
CDS 프리미엄은 부도나 파산에 따른 손실을 다른 투자자가 대신 보상해주는 신용파생상품의 수수료를 말한다. 채권을 발행한 국가와 기업의 부도 가능성 혹은 신용 위험이 높아지면 CDS 프리미엄도 함께 오른다. 사고 위험이 높으면 보험료가 상승하는 것과 같다.
최근 우리나라 CDS 프리미엄은 급등하고 있다. 연초만 해도 40bp 초반대에서 움직이다가, 북한 리스크가 본격화한 지난달부터 60bp대로 올라서더니 최근에는 70bp대로 더 치솟았다.
지난 21일(70.42bp) 이후 3거래일 연속 70bp를 상회하고 있다. 박성우 NH선물 연구원은 “연중 최고치의 CDS 프리미엄은 북핵 리스크가 있다는 인식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디스 기준으로 우리나라 신용등급은 Aa2 등급인데, 중국은 그보다 두 단계 더 낮은 A1 등급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연초 20bp대에서 최근 다소 상승하긴 했지만, 여전히 30bp대로 낮은 수준이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부분의 국가들은 부도 위험이 현저히 낮아졌지만 한반도 상황으로 인해 우리나라와 일본의 위험만 높아졌다”면서 “트히 우리나라가 ㅡ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과 미국의 말싸움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탓이다.
미국의 대응도 강경했다. 북한의 도발이 계속될 경우 ‘군사옵션’도 가능하다는 뜻을 시사했다.
외국인, 원화 자산 대량 매도
이에 국내 금융시장은 외국인 투자자의 원화 자산 대량 매도에 출렁거렸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4.6bp(1bp=0.01%포인트) 상승한 1.832%에 거래를 마쳤다. 채권금리가 상승한 건 채권가격이 하락(채권 약세)한 것을 의미한다. 10년물 금리는 4.0bp 상승한 2.310%에 마감했다.
특히 외국인은 현물 채권을 2조원 이상 순매도했다. 최근에는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큰 폭의 대량 매도다. 외국인은 3년 국채선물도 1만3661계약이나 팔았다. 북한 리스크가 커진 직후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이어서 당분간 긴장감이 흐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코스피지수도 6.08포인트(0.26%) 하락한 2374.32로 마감했다. 외국인은 주식시장에서도 3772억원어치 팔았다.
원·달러 환율 역시 5.0원 상승한(원화가치 하락) 1136.8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1일(1139.0원) 이후 한달 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