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급' 드라마 케이블선 타고 수시로 안방 침공

  • 등록 2008-04-04 오전 9:27:11

    수정 2008-04-04 오전 9:28:48


[조선일보 제공] "중학교 2학년인 손자, 고등학교 3학년인 손녀가 밤늦도록 공부한다. 어른이 잠든 밤늦은 시각, 아이들이 이런 성인물들을 볼까 봐 겁이 난다. 누구나 즐겨 보는 인기 영화 채널에서 이런 선정적 드라마를 버젓이 보여준다니 당황스럽다"(경기도 원당 시청자 최 모씨). "야하기로 유명한 일본 케이블 채널보다도 더 한 것 같다. 우리나라 TV도 갈 때까지 갔다"(일본서 12년째 사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박 모씨).

요즘 밤늦은 시각, 케이블·위성 채널을 돌렸다가 기겁하는 시청자들의 하소연이다. 케이블·위성 채널의 자체 제작 드라마가 급증하는 가운데,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수위의 선정적 드라마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CJ미디어 계열의 채널 CGV, 온미디어 계열의 OCN, 슈퍼액션 등 케이블 시장에서 시청률 선두권을 다투는 영화 채널들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이런 선정성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런 성인 드라마들은 적나라한 노출수위도 문제지만, 성범죄, 성도착 등 비정상적 성관계를 자세하게 묘사하는 경우도 많아 더욱 큰 문제로 지적된다.

◆ 쏟아지는 케이블 성인물

2일 자정 방송된 채널 CGV의 '파이브 걸즈 란제리' 첫 에피소드.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떠난 주인공이 기생집, 주막 등에서 좌충우돌 끝에 여자들과 관계를 갖는 장면이 30분을 채웠다. 정사 신만 5회. 여성 출연자들의 상반신은 3회나 완전히 노출됐다. 1분여에 걸쳐 양반집 마님과 힘 센 머슴이 관계를 갖는 장면은 카메라 움직임이 포르노를 방불케 했다. 이런 케이블 성인 드라마들은 작년 말부터 급속히 늘고 있다.

OCN '메디컬 기방 영화관', '이브의 유혹', '천일야화', 슈퍼액션 'S클리닉', '도시괴담 데자뷰' 시즌 1~3, '서영의 스파이', 채널 CGV '라디오 야설극장 색녀유혼', '색시몽', '파이브 걸즈', '파이브 걸즈 맥시멈' 등이 작년 말부터 최근까지 방송된 성인물들. 20여 편에 이른다. 이들 시리즈가 케이블로서는 '대박'인 2~3%대 시청률을 기록하자 각 채널들은 앞다퉈 후속작을 준비 중. 5월 방송될 OCN의 '경성기방 영화관', 4월 방송될 채널 CGV의 '색시몽 리턴즈'가 대표적이다. 신작과 구(舊) 프로그램의 재탕이 뒤섞이면서 각 채널들은 요즘 하루 평균 1~2회씩 성인물을 내보내고 있다. 이런 드라마들은 적게는 1~2회 많게는 7~8회 정사 신을 포함하고 있으며, 일일이 나열할 수 없는 '포르노급' 노출과 묘사를 보여주고 있다.

무방비로 노출된 미성년자들

이런 성인물들이 반드시 심야 시간대에만 방송되는 것도 아니다. 채널 CGV는 지난 1일 오전 6시 50분부터 10시 30분까지 '라디오 야설극장 색녀유혼' 전편을 4회에 걸쳐 방송했다. 이 프로그램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색욕에 굶주린 귀신들만 전문적으로 쫓는 음란 퇴마사의 이야기"라고 소개되고 있다. 채널 CGV 관계자는 "밤 편성 때와 달리 노출 신을 모두 삭제하고 편성했다"고 말했지만, 프로그램 성격상 노골적인 성애(性愛) 장면은 빠지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 3회는 귀신들린 여성이 동네 여자들을 성폭행한다는 엽기적인 내용. '

색시몽'은 아예 성추행범을 잡는 여자 탐정들의 활약상을 담는다며 여성 피해자들이 폭행당하는 장면을 담아내고 있다.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이재진 교수는 "지상파와 비교해 케이블 쪽에 느슨한 심의 기준이 적용돼 왔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생기는 것 같다"며 "청소년 시청자들이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시간대와 채널에서 이런 성인물이 나가고 있다는 건 문제"라고 했다. '19세 이상 시청가'라는 표시가 있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아이들이나 밤늦게까지 깨어있는 청소년들이 이런 채널에 노출되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 80~90년대 성인 비디오 시장의 변종

케이블 성인물의 시작은 2004년 말 방송된 OCN의 '동상이몽'이었다. 이후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하던 이 장르는 2007년 하반기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케이블 프로그램의 주축으로 자리잡았다. 첫 번째 원인은 시청률을 잡기 위한 케이블 채널들의 선정성 경쟁 때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윤리성, 성 표현 등 방송 품격과 관련된 문제 때문에 케이블·위성 프로그램이 방송위 제재를 받은 경우는 2005년 43건에서 2006년 52건, 2007년 94건으로 급격히 늘었다.

5, 6년 전부터 무너지기 시작한 성인 비디오 업계 인력이 케이블로 옮겨타면서 폭발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80~90년대 '야한 비디오'들이 케이블을 타고 가정으로 들어온 셈이다. 물론 '품질'은 향상됐다. "예전에 성인 영화 200여 편을 만들었다"는 '파이브 걸즈' 시리즈 박선욱 감독은 "이 장르 연출자들은 성인 비디오물 감독 출신이 절반, 영화·드라마 감독 출신이 나머지 절반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회당 제작비는 5000만~8000만원.

한 프로덕션 관계자는 "대체로 상반신 노출, 샤워 신까지는 일반 배우들이 직접 촬영하는 경우가 많지만 올 누드 또는 길고 격렬한 정사 신에는 종종 성인 비디오나 모바일 누드를 찍었던 배우들이 등장한다"고 말했다. 과거 성은과 하소연 등이 성인 비디오 스타로 떴던 것처럼 요즘 케이블 성인물 장르에서는 서영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유명세 있는 감독이나 준 스타급 탤런트를 기용, '화장'을 하는 것도 이들 프로그램의 특징. 정초신('몽정기' '남남북녀'), 봉만대(에로영화 감독 출신으로 영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발표) 등 유명 감독을 앞세우거나, 탤런트 김지우, 김수근, 이일화 등 지상파에서 얼굴이 알려진 배우들이 간판 노릇을 하고 정작 노출 연기는 에로 전문 배우들이 하는 것이 요즘 케이블 성인물의 트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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