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더 연습해도 되겠네” 52세 최경주가 살아가는 법

SK텔레콤 오픈 출전해서도 매일 연습 또 연습
코스 세팅 불만에 "난도 더 높여야" 쓴소리
"도전 두려워하는 후배들에 '부딪혀라'" 당부
  • 등록 2022-06-07 오전 12:10:00

    수정 2022-06-07 오전 12:10:00

최경주. (사진=이데일리 골프in 김상민 기자)
[서귀포(제주)=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한 시간 더 연습해도 되겠네.”

SK텔레콤 오픈 2라운드에서 3타를 잃고 공동 45위로 아슬아슬하게 컷을 통과한 최경주(52)는 샷 연습을 끝낸 뒤 시간을 물어보더니 늦지 않았다며 퍼터를 꺼내 들고 연습 그린으로 향했다.

지난 3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클럽의 한 낮 기온은 섭씨 30도 가까이 오르며 무더웠다. 경기에 나선 20~30대 선수들도 덥다며 계속 물을 들이켰다. 경기를 끝낸 선수도 다소 지쳤는지 연습 그린엔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일찍 경기를 마쳐 연습을 끝내고 골프장을 떠난 선수도 있었다. 오후 늦게까지 남아 있는 선수는 최경주와 몇 명뿐이었다.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최경주는 경기를 끝낸 뒤 연습그린에서 다시 공을 굴렸다. 땀이 흥건해 티셔츠가 등에 착 달라붙은 게 보일 정도였으나 그는 그린에 남아 계속 공을 굴렸다.

마지막 날 4라운드. 최경주는 힘든 기색도 없이 버디를 낚았다. 개막 이틀 전에 귀국해 프로암에 나섰고, 후배 그리고 박찬호, 윤석민 등과 함께 한 이벤트에도 나선 뒤 54홀 경기를 모두 치른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힘이 넘쳐 보였다.

마지막 날을 앞두곤 밤새 많은 비가 쏟아졌다. 최경주는 정상적으로 경기하지 못할까 오히려 걱정했다.

그는 “새벽 3시 반쯤 빗소리에 잠에서 깼다. 전날 기상 예보에 100mm가 넘는 비가 내린다고 해 혹시 그린과 벙커에 물이 차 정상적으로 경기를 하지 못할까 걱정했다”며 “6시쯤 코스로 나와 대기하고 있는데 경기를 정상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기뻤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이날만 버디 7개를 솎아내고 보기는 1개로 막아 6언더파 65타를 쳤다. 최종합계 10언더파 274타로 공동 7위가 최종 순위였다. 둘째 날 겨우 컷을 통과했을 때만 해도 예상하지 못한 성적이다.

첫날 경기를 마친 최경주는 “내일부터는 몸이 회복하면 경기력이 좋아질 것”이라며 “마지막 날엔 (우승을)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마치 사흘 뒤 일어날 일을 예견이라도 하듯 그의 말을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최경주의 예상이 허풍으로 끝나지 않은 이유는 누가 있든 없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낸 결과다. 백전노장으로 쉬엄쉬엄 해도 누가 뭐라고 흉을 보지도 않을 텐데 그는 잠시도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최경주는 잘 알려진 연습벌레다. 2000년 한국인 최초로 PGA 투어 입성에 성공한 그는 노력과 땀으로 8승이라는 금자탑을 썼다.

성공의 비결은 게으름 피우지 않고 묵묵히 실력을 다지기 위해 흘려온 땀이다. 가장 일찍 연습장에 나와 가장 늦게 남아 있는 선수로 유명했다.

그는 “2000년 당시를 떠올리면 특별하게 잘하는 것도 없고 영어도 못했으며 친구도 하나 없었다”며 “그런 미국에서 쟁쟁한 선수들과 경쟁하기 위해 한시도 쉬면 동등하게 경기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들과 같은 레벨의 선수가 되기 위해 쉬지 않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매년 귀국해 후배들과 경쟁할 때마다 ‘도전’을 강조해온 최경주는 이번에도 쓴소리와 격려를 빼놓지 않았다.

코리안투어에선 최근 일부 선수들 사이에서 코스 세팅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불만이 나왔다. 최경주는 “버디가 안 나온다고 코스를 쉽게 해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PGA 투어에선 코스의 전장을 늘리고 핀을 그린 구석에 꽂아도 좋은 성적이 나온다. 코리안투어도 국제적인 수준에 맞는 코스 세팅이 필요하고 그래야 다른 투어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체적인 경쟁력은 높이기 위해서라도 조금 더 난도 높은 세팅이 필요하다”며 “난도가 높아질수록 전체적인 실력이 높아진다”고 일침을 놨다.

그러면서 “누구도 미래를 가본 적이 없다. 그러니 미리 자포자기 할 필요는 없다”며 “설령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도 손해를 보거나 낙심할 게 아니다. 도전하고 부딪쳐보면 선수로서 인생관이나 목표와 가치가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조금 더 해놓고 갈게요’라고 말하는 건 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부딪쳐보는 게 중요하고 그러면서 무엇이 부족하고 어떤 것에 집중해야 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젊은 선수라면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을 서슴지 않았으면 한다”고 더 큰 무대를 위해 계속 도전하라고 힘줘 말했다.

최경주(오른쪽)가 SK텔레콤 오픈에 출전해 경기를 끝낸 뒤 연습그린에 남아 퍼트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주영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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