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 10억원보다 올림픽 메달이 값지기에…

한국 사이클황제 조호성 경륜 5년만에 본업 복귀

"다쳤지만 꿈 있어 행복"
  • 등록 2009-04-08 오전 8:15:36

    수정 2009-04-08 오전 8:25:20

▲ 목 부상이 완치되려면 10주 이상이 필요하지만 조호성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는“운동한 날보다 앞으로 할 날이 적기 때문에 남은 시간 꿈을 위해 살고 싶다”고 했다.

[조선일보 제공] 한국의 '사이클 황제'는 목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신고식 한번 제대로 했죠. 이렇게 쉬려니까 몸이 근질거려 죽겠습니다." 지난 2일 병원에서 만난 조호성(35·서울시청)은 병상에서 읽던 책을 내려놓고 어색하게 웃었다. 아시안게임에서 통산 4개의 금메달은 따낸 뒤 경륜(競輪)에 뛰어들어 '황제' 칭호를 들었던 그가 못 이룬 올림픽 메달 꿈을 위해 5년 만에 아마추어 사이클로 복귀했으나, 뜻밖의 부상으로 병원 신세를 지는 중이었다.

◆경륜 4년 연속 상금 1위

지난달 13일 대만의 '투르드 타이완'에 출전한 조호성은 도로를 질주하다 낭떠러지로 추락했다. "오랜만에 출전한 아마추어 대회라 의욕이 앞섰어요. 급커브에서 균형을 잃었습니다." 사고를 당한 그는 4시간 만에 의식을 찾았다. 목숨을 잃을 뻔한 사고였지만 운 좋게 가벼운 목뼈 골절로 그쳤다. 5년간 경륜을 하면서 한 번도 넘어진 적이 없었다는 조호성은 "이번 사고는 다시 아마추어로 돌아왔으니 긴장하라는 뜻인 것 같다"고 했다.

그의 경륜 은퇴 선언은 갑작스러웠다. 2004년 경륜에 뛰어든 그는 5년간 260경기에 출전해 47연승(2006년 7월~2007년 6월), 4년 연속 상금랭킹 1위, 2006년 단일 시즌 최고상금(2억6000만원), 통산 승률 90.4% 등 각종 기록을 세우며 '경륜 황제'로 군림했다.

아마 시절 '동양 사이클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재능으로만 일궈낸 성적은 아니었다. 그의 주종목인 장거리 경주 40㎞ 포인트레이스(250m 트랙을 160바퀴 돌면서 10바퀴마다 포인트를 얻는 경기)와, 333m 트랙을 6바퀴 도는 단거리 승부인 경륜은 성격이 달랐다. 조호성은 순간 스피드를 위해 15㎏을 불렸고, 헬스장에서 살다시피하며 근육을 키웠다. '장거리 출신이 경륜에서 뭘 하겠냐'는 비아냥도 있었지만 그의 노력은 10억여원의 상금으로 돌아왔다. "경륜에서 앞으로 5년은 문제없다"는 얘기도 듣고 있었다. 그런 그가 2008년 시즌을 끝으로 경륜을 떠난 것이다.

◆올림픽 꿈을 위해 돌아왔다

조호성은 경륜에 발을 들이기 전 세계 톱 클래스의 사이클 선수였다. 1999년 월드컵시리즈 종합 1위, 2000·2001년 이탈리아월드컵 우승 등 조호성은 서양 선수들이 득세하던 세계 사이클 계에서 '무서운 동양인'으로 통했다. 하지만 2000년 시드니올림픽은 그에게 좌절을 안겨줬다. "올림픽의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했어요. 40㎞ 포인트레이스에서 2위로 달리다 막판에 힘이 떨어져 마지막 바퀴에서 따라잡히고 말았습니다." 4위. 올림픽 사상 한국 사이클 최고의 성적이었지만 조호성은 눈물을 삼켰다. "눈앞에 금메달이 보였는데…." 그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이 열리기 전 경륜으로 인생 항로를 바꿨다.

하지만 경륜에서 정상에 오른 뒤 2008년 들어 조호성의 가슴에는 못다 이룬 올림픽의 꿈이 다시 꿈틀댔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경륜에서 보장된 부(富)를 버리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베이징올림픽 포인트레이스에서 39세의 야레나스(스페인)가 금메달을 따는 순간 조호성은 가슴 뭉클함을 느꼈다. 야레나스는 조호성이 좌절했던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바로 그 선수였다.

조호성은 얼마 후 국가대표 시절 동고동락했던 정태윤 감독을 찾아갔고 지난 1월 서울시청에 새 둥지를 틀었다. 런던올림픽까지는 3년3개월이 남았다. 조호성은 "무엇보다 꿈을 좇고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고 했다.

조호성은…

▲ 1974년 6월 15일 부천 출생

▲ 1m75, 71㎏

▲ 부인 황원경(29)씨와 딸 채윤(2)

▲ 약대초-부천북중-부천고-중앙대

▲ 1994 히로시마아시안게임 포인트레이스 금메달

1998 방콕아시안게임 단체추발 금메달

1999 세계선수권 포인트레이스 3위

1999 월드컵시리즈 포인트레이스 종합 1위

2000 월드컵 4차대회 포인트레이스 우승

2000 시드니올림픽 포인트레이스 4위

2001 월드컵 3차대회 포인트레이스 우승

2002 부산아시안게임 포인트레이스·메디슨 금메달

2005~2007 경륜 그랑프리 3연패

2005~2008 경륜 상금랭킹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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