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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크린 골프장에서 만난 신입사원 김재훈(27)씨는 최근 ‘스크린 스포츠 전도사’가 됐다. 스크린 골프로 시작해 스크린 야구, 스크린 볼링까지 푹 빠졌다. 대학생 시절부터 직장인이 된 지금까지 회식 1차는 무조건 스크린 스포츠다. 종목은 회식 당일 투표를 해서 정하고 있다.
최근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스크린 스포츠 붐이 불고 있다. 골프, 야구, 양궁, 낚시, 볼링, 사격, 썰매, 봅슬레이 등 종목도 다양해지고 있다. 스크린 스포츠는 IT와 스포츠가 융 · 복합한 체험 상품으로 시뮬레이션(Simulation) 산업과 유기적으로 결합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스크린 스포츠가 인기를 끌게 하는 데 노래방, PC방, 만화방 등 한국 특유의 ‘방’ 놀이 문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 장소에서 운동, 식사 등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도 대중화에 한몫했다. 업계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지난해 스크린 스포츠 관련 산업이 성장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스크린으로 즐기는 스포츠가 가진 최고의 매력은 날씨와 공간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대한민국을 강타한 미세먼지도 스크린 스포츠에 눈을 돌리게 하는 요소다. 미세먼지는 실외에서 스포츠를 즐기는 생활체육인들에게 가장 큰 적이다. 반면 실내 스포츠는 이 모든 제약에서 벗어나 하고 싶을 때마다 즐길 수 있다. 프로 선수들에게 날씨는 오히려 승부를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일반인은 다르다. 많게는 일주일에 한 번, 적게는 한 달에 한 번 취미를 즐기는 만큼 날씨가 상당히 중요하다. 운동하는 날을 비워놓고 기다렸지만 비가 온다거나 날씨가 좋지 않으면 일정을 취소해야 한다.
실내 스포츠가 인기를 끄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저렴한 가격이다. 2015년 기준 약 1조7000억 원의 시장으로 성장한 스크린 골프가 그 예다. 주말에 실제 라운드를 하려면 비용이 1인당 평균 20만원 이상 든다. 골프 비수기인 겨울에도 1인당 최소 10만원은 줘야 한다. 1990년대 처음 도입된 스크린 골프는 현재 이용할 때 드는 비용은 1인당 2만~3만원에 불과하다. 골프를 치는 데 필요한 클럽부터 신발, 장갑까지 모두 준비돼 있다. 시간 없고, 지갑 얇은 대학생과 직장인들에게는 큰 매력이다.
이정학 경희대학교 체육대학 교수는 “어린 시절부터 친숙하게 접해온 방 문화와 한 장소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가 있기 때문에 스크린 스포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며 “골프, 야구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것처럼 볼링, 낚시 등 다른 스크린 스포츠도 계속해서 인기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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