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변하는 지성·현빈" 시대의 슬픈 자화상

'인격장애'에 빠진 대중문화
  • 등록 2015-01-21 오전 6:30:02

    수정 2015-01-21 오전 6:30:02

드라마는 다중인격 전성시대다. 점잖은 재벌 3세부터 폭주족까지. 지성은 MBC드라마 ‘킬미 힐미’에서 해리성 인격 장애를 앓는 인물을 연기한다. 7개의 인격이 불쑥 튀어나오는 인물이다(사진=팬텀엔터테인먼트).
[이데일리 스타in 양승준 기자] 재벌 3세인 사내는 평소 ‘젠틀맨’으로 불린다. 직원에 항상 예의 바르며 말투도 따뜻해서다. ‘순둥이’가 전부는 아니다. “기억해. 2015년 1월7일 오후 10시. 내가 너한테 반한 시간” 검은색 눈화장을 짙게 한 사내는 능숙하게 젊은 여성을 유혹한다. 모두 같은 사내다. 그럴 수 있다고? 반전은 따로 있다. “시방 나 때린 것이여? 이런 느자구 없는 시끼.” 꽃무늬가 화려한 셔츠에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이도 같은 사내다. MBC 드라마 ‘킬미힐미’ 속 지성의 모습이다.

해리성 인격 장애를 앓고 있는 차도현(지성 분). 몸 안에 7명의 서로 다른 인격이 사는 위험한 인물이다. 지성 뿐만이 아니다. 현빈도 ‘다중인격’으로 산다. SBS ‘하이드 지킬, 나’에서 까칠한 놀이공원 상무와 로맨틱한 청년을 함께 연기한다. 이 작품은 한 남자의 전혀 다른 두 인격과 동시에 사랑에 빠진 한 여자의 삼각관계를 그린 드라마다.

현빈이 이중인격으로 나오는 SBS 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
무대도 외과→정신과…다중인격? 공포→로맨스=올해 드라마계의 화두는 ‘다중인격’이다. 이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연초부터 봇물을 이뤄서다. ‘성균관스캔들’과 ‘야경꾼일지’ 등을 만든 드라마 제작사 래몽래인도 다중인격 의사 얘기를 다룬 ‘닥터 프랑켄슈타인’이란 드라마를 기획하고 있다. 모두 정신병을 앓는 인물이 주인공인 셈이다.

이로 인해 드라마 풍경도 변했다. 다중인격장애를 주로 다루면서 드라마의 주 무대는 정신과가 됐다. 지난해 하반기에 화제 속에 끝난 조인성·공효진 주연의 SBS ‘괜찮아 사랑이야’를 비롯해 ‘킬미힐미’와 tvN ‘하트 투 하트’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간 ‘종합병원’(1994)·‘외과의사 봉달희’·‘하얀거탑’(2007)· ‘브레인’(2011)· ‘골든타임’(2012) 등 의학드라마의 주 무대가 외과였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이뿐이 아니다. 다중인격장애는 더는 기괴한 이야기로 다뤄지지 않는다. 심은하의 대표작 중 하나인 ‘엠(M·1994)’에서 다중인격장애가 공포의 대상으로 그려졌다면 최근 드라마에서는 멜로의 극적 효과를 높이는 친숙한 소재로 활용된다. 그만큼 다중인격장애가 일상으로 스며들었다는 얘기다.

심은하 주연의 MBC 드라마 ‘엠(M·1994)’. 공포의 소재로 활용됐던 이중인격은 20년이 흘러 달콤한 로맨스의 소재가 됐다. 현빈이 이중인격 캐릭터로 열연할 SBS ‘하이드 지킬 나’.
유치원교사 폭력·음란행위 적발 제주도 검사…일상이 된 다중인격=이 원인을 전문가들은 사회적인 배경에서 찾았다. 물리적인 사고를 넘어 정신적인 상처 치유에 대한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등 사건·사고가 많이 터졌고 이로 인해 사람들이 집단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데다 일상에서는 엄청난 양의 업무에 시달리며 정신의 에너지가 다 소모된 번아웃증후군을 앓고 있어 정신 질환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높아진 것”이라고 봤다. 정석희 드라마 평론가는 “유치원 교사의 아이 폭력과 음란행위를 하다 걸린 제주도 검사 등의 사건·사고가 쏟아지면서 이중인격장애가 우리 주위에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여겨져 되레 더 공감을 살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실제 사람들의 심리학에 대한 관심은 부쩍 늘었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변방 학문이라 불렸던 심리학이 대학에서도 인기 학문으로 주목 받고 있다. 경희사비어대에 따르면 올해 1학기 정시모집 결과 상담심리학과의 지원율이 전년 대비 4.5배 늘어 가장 높았다. S여대 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을 전공하는 김 모씨는 “인문계 일반대학원은 대부분 정원 미달인데 심리학 관련 학과만 정원 대비 지원 초과로 경쟁률이 높다”며 “치과 의사 등 고학력자들의 재전공 비중도 상대적으로 높다”고 귀띔했다. 기업에서도 심리학 강의가 인기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지난해 사내 교육 프로그램인 ‘T클래스’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린 강의는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심리학 강의다. 사회생활을 하다 겪을 수 있는 다양한 문제 상황을 심리학적으로 푸는 얘기에 일반 회사원들도 관심이 많다는 설명이다.

드라마 풍경도 변했다. 외과를 주요 배경으로 했던 의학드라마(사진 왼쪽 위부터 ‘종합병원’ ‘하얀거탑’ ‘외과의사 봉달희’)는 ‘실종’ 수준이다. 대신 정신과를 배경으로 하거나 정신과 의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사진 오른쪽 위부터 ‘괜찮아 사랑이야’ ‘하트 투 하트’)가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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