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안과 밖이 다른 사람인가요?” “밖에서 보여주는 당신의 좋은 모습, 집안에서도 보여주세요.”로 마무리되는 공익광고 협의회의에서 만든 가족사랑 캠페인 광고는 우리가 지금 가족들에게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 광고에 등장하는 네 명의 가족 구성원들은 집안에서의 모습과 사회생활을 할 때의 모습이 너무도 다르다. 밖에서 만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친절하고 다정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다가도, 집에 돌아와서 정작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가족들에게는 이러한 모습을 바로 접어버리는 것이다.
이 광고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우리들의 삶의 모습이 광고 속의 가족들과 너무나도 닮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광고를 접했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광고에서 발견하고 지금까지의 자신의 행동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이 광고는 우리 자신의 행동을 객관화시켜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심장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광고는 ‘모든 문제는 개인에게 있다’는 시선을 너무 강하게 드러낸다는 것이다. 특히, “당신은 안과 밖이 다른 사람인가요?”라는 이 광고의 카피는 직접적으로 사회와 가정에서 이중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바로 당신 개인이 고쳐야 하는 문제라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과연 모든 책임은 개인에게 있는 것일까?
상냥한 사원, 친절한 꽃집주인, 쾌활한 친구, 그리고 자상한 부장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잘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욕 나오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해서 상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득시키고, 심지어 미소까지 지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회사나 학교에서 성격 좋고 인간성 좋은 사람이라는 평을 들을 수 있다.
이런 자기 조절과 통제 과정에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문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양은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대다수 직장인과 학생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직장이나 학교에서 모두 소진당한 채로 집으로 돌아오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에너지가 완전히 방전된 상태로 가정에 복귀하면, 직장이나 학교에서는 만면에 웃음을 띠고 넘길 수 있었을 정도의 약한 스트레스에도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지 못하고 짜증이나 화를 내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두 얼굴의 사나이’로 불렸던 헐크처럼 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헐크는 평상시에는 매우 이성적이고 친절한 과학자지만, 자신이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는 헐크라는 녹색의 괴물로 변한다. 헐크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에너지가 고갈되면, 직장이나 학교에서와는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두 얼굴의 사나이가 되고 마는 것이다.
구성원들의 에너지를 모두 고갈시켜버리는 ‘밖’의 조건을 그대로 내버려 둔 채로 개인만의 노력으로 ‘안과 밖이 같은 사람’이 되기를 요구하는 것은 개인에게 불가능한 작전을 수행하기를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밖에서 보여주는 좋은 모습, 집안에서도 보여주기’위해서는 개인의 이러한 결심이 실현될 수 있는 사회적 조건도 함께 갖춰져야 하는 것이다. ‘가족사랑’은 가족 구성원들만의 노력으로 완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