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녹십자(006280)가 12조원 규모의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 진출 초읽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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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녹십자에 따르면, 녹십자는 내년 1월 13일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면역글로불린(IVIG-SN 10%)제제 품목허가를 받는 것이 유력하다. 녹십자의 면역글로불린 제제가 승인받는다면 국산 7번째 FDA 허가 신약이 된다. 녹십자는 지난 7월 미국 FDA에 IVIG-SN 10%에 대해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면역글로불린은 혈장에서 분리한 항체로, 면역체계를 강화하고 면역결핍증이나 면역성 혈소판감소증 등의 질환을 치료하는데 사용된다. IVIG-SN 10%는 면역글로불린 함유 농도가 10%인 제품이다.
녹십자의 면역글로불린 제제가 내년 1월 품목허가를 받는다면 하반기 미국 시장에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일단 시장진입만 하면 매출은 따논당상
녹십자는 IVIG-SN 10% 미국 진출을 통해 실적 퀀텀점프를 노리고 있다.
녹십자 관계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혈액 제제가 부족하다”면서 “그럼에도 세계적으로 품목허가 받은 면역글로불린 제품이 몇 개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혈액제제는 대규모 설비 투자와 고도화된 생산 경험이 필수로, 앞으로도 경쟁강도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면역글로불린 제제 시장은 진입 장벽은 높고, 시장 내 경쟁강도는 약하다. 일단, 허가만 받으면 일정 매출액이 보장되는 구조다.
녹십자가 지난 2015년, 2017년 면역글로불린 제제에 대해 FDA 품목허가를 신청했으나 실패한 것도 미국의 높은 시장 진입 장벽 때문이다. 녹십자는 지난 2021년 세 번째 IVIG 제재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현재 미국 면역글로불린 제제 시장은 다케다, CSL베링, 그리폴스 등이 시장의 50~6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에서 10% 제제를 판매 중인 기업은 7개에 불과하다.
혈전 위험 줄여 차별화...빠른 시장 안착 기대
업계에선 녹십자가 시장 진출과 동시에 3% 내외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봤다. 단순 계산으로 IVIG-10% 제제로만 3000억원 매출액이 가능하단 계산이다. 녹십자는 지난해 매출액 1조 7113억원, 영업이익 81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면역글로불린 제제 하나로 20%의 매출액이 더해질 수 있단 얘기다.
녹십자가 제품력을 앞세워 미국 시장 침투에 성공하면, 이익 증가폭은 배가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면역글로불린 제제 가격은 국내보다 4배가량 비싸다”면서 “이익 증가폭이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녹십자는 국내제조 및 직판으로 마진률이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미국 시장 진출을 염두해 지난 2018년 오창공장 생산능력(CAPA)을 2배로 늘려놨다”면서 “중간에 도매상 정도는 낄 수 있지만, 마케팅을 포함한 판매는 미국법인에서 직접한다”고 밝혔다.
녹십자는 오창공장에서 연간 120만ℓ 규모의 면역글로불린제제 생산이 가능하다. 오창공장은 지난해 63%의 가동률을 기록했다.
시장 침투 속도도 상당히 빠를 전망이다. 녹십자는 FDA 승인 전이지만 이미 미국 공보험 및 사보험과 활발하게 사전 소통 중이라는 후문이다. FDA 협상 이후 본격 협상을 개시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혈액제제는 케미칼처럼 막 찍어낼 수 없다”면서 “면역글로불린 제제 특성으로 빠르게 미국 시장에 안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