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 축구선수들의 영원한'엄마', 김두임 수녀

부산 알로이시오 중·고교 4개팀 뒷바라지
  • 등록 2008-05-06 오전 9:07:07

    수정 2008-05-06 오전 9:07:14

▲ 알로이시오 축구부 선수들이 김두임 수녀를 둘러싸고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며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파란색 상의는 중학부, 흰색 유니폼은 고등부 선수들이다

[조선일보 제공] 부산 서구 암남동에 있는 알로이시오 중·고교는 전교생 560명이 모두 고아인 사회복지시설 학교다. 알로이시오는 1961년 한국에 정착해 1992년 임종 때까지 고아들을 위해 평생을 바친 알로이시오 슈월츠 신부(미국)의 이름. 마리아수녀회와 서울·부산 '소년의 집'에 이어 기숙사를 갖춘 중·고교를 설립했다.

이 학교에는 여중 20명, 남중 31명, 여고 20명, 남고 25명의 선수로 구성된 4개 축구부가 있다. 1명의 감독(정정화)과 2명의 코치도 이 학교 출신이다. 알로이시오 선수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것은 대회에 나갔을 때 상대팀은 목이 쉬어라 응원해주는 학부모들이 있다는 것. 심판들이 상대팀 학부모들의 성화에 밀려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정을 내릴 때면 더 없이 외로워진다.

그들에게도 '엄마'는 있다. 교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마리아수녀회 한국지부장을 맡고 있는 김두임 수녀가 '왕 엄마' '큰 엄마'다. 김 수녀와 동료들은 가끔 경기장에 나가 부모의 자리를 대신해준다. 그럴 때면 알로이시오 아이들은 사기가 올라 몸 동작부터 달라진다.
1964년 마리아수녀회에 몸 담은 김 수녀는 1972년 알로이시오 신부가 소년의 집 축구부를 창단하는 것부터 도왔다. 1974년 남중 축구부부터 2003년 여고 축구부 창단까지 4개 축구부도 모두 그녀를 통해 잉태됐다. 아이들이 가슴 속 응어리를 풀어내고 희망과 꿈을 품을 수 있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갖도록 하는 데는 축구가 최고라고 생각했다.

김 수녀는 지금도 선수들의 식단부터 속옷·양말, 4~10명이 함께 쓰는 기숙사 방 이부자리까지 일일이 보살펴준다. 국가대표 골키퍼였던 김병지(FC서울)도 그 보살핌을 받으며 이 학교를 다녔다. 마산공고 1학년을 다니다 1988년 편입했다. 가정 형편이 여의치 않아 옮겨왔다가 국가대표로 성장했다.

알로이시오 축구팀이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한 적은 없다. 남고 축구부가 2004년 전국대회 준우승 2차례, 여고 축구부가 2006년 4강에 오른 것이 가장 좋은 성적이다. 선수들도 모든 수업을 받고 나서야 훈련을 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연습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너무 오랜 기간 학업에 지장을 주는 전국대회에는 불참하는 것이 학교측의 방침이다.

김 수녀는 선수들에게 축구를 인생살이에 비유하곤 한다. "정해진 공간과 시간, 정해진 규칙 아래 자신이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해라. 그 결과와 심판 판정에는 불만을 갖지 말라"고 말한다. 그리고 "너희들 인생에선 정의와 진리를 양쪽 윙으로 삼으라"는 교훈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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