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은 한결 날렵해진 모습이었다. 작년 100㎏ 가까이 나가던 몸무게가 92㎏으로 줄었다. "올겨울엔 거의 매일 훈련을 거르지 않습니다. 이틀 전 결혼기념일이라 서울에 다녀오면서 조금 피곤한 상태인데 그래도 훈련을 쉴 순 없죠."
이승엽에게 요즘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왼손 엄지손가락이다. 2007년 10월 수술을 받았고, 2008년 2월 "완쾌됐다"는 말과 함께 대만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최종 예선에 출전했다. 하지만 아직도 정상이 아니다. "올림픽 예선에 출전하는데 어떻게 아프다고 빠질 수가 있습니까? 긴가민가한 상태에서 출전했고, 결국 탈이 났죠. 지금도 완전한 상태가 아니에요. 헬스 기구를 잡을 때도 겁이 날 정도니까요." 그의 훈련을 도와주는 세진헬스 오창훈 관장은 "작년엔 타격을 마친 뒤 왼손이 너무 아파서 오른손으로 왼손 엄지손가락을 움켜쥐고 꼼짝도 못하더라"고 거들었다.
이승엽은 요미우리 입단 이후 한 번도 팀의 스프링캠프에 제대로 참여한 적이 없다. 2006년엔 WBC 참가, 2007년엔 모친상, 그리고 작년엔 올림픽 예선전 출전이 이어졌다. "2006년 WBC에선 정말 타격감각이 좋았어요. 요미우리에서 색다른 훈련을 받았는데 정말 효과적이었던 거죠. 그런데 그 뒤로 제대로 훈련을 해보지를 못했고, 그게 결국 부진으로 이어졌어요."
설 연휴가 끝난 뒤 30일쯤 일본으로 건너간다는 이승엽은 "함께 뛸 수는 없지만 국민들과 똑같은 마음으로 WBC 대표팀을 응원하겠다"며 힘차게 방망이를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