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내야수 첫 ML 골드글러브' 김하성, 야구 인생 바꾼 멀티포지션 변신

  • 등록 2023-11-21 오전 8:07:22

    수정 2023-11-21 오후 12:26:02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호텔리베라에서 열린 수상 공식 기자회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에서 유격수 말고 다른 포지션을 볼 때 솔직히 엄청 싫었는데 그 순간이 제 성장의 발판이 됐네요”

아시아 출신 내야수로는 최초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골드 글러브를 수상한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눈부시게 빛났던 2023시즌을 돌아봤다.

김하성은 20일 서울 강남구 호텔 리베라 청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인 최초로 골드 글러브를 받아서 영광스럽다”면서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많은 유소년 친구와 프로야구에서 뛰는 후배들에게 동기부여가 된 거 같아서 기쁘다”고 말했다.

김하성은 지난 16일 발표된 MLB 골드 글러브에서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수비수 부문 수상자에 선정됐다. 아시아 출신 내야수가 이 상을 받은 것은 김하성이 처음이다. 과거 먼저 미국 무대에 노크했던 일본의 내로라하는 선수들도 이루지 못한 성과다.

하지만 정작 김하성 본인은 수상 발표 순간을 직접 접하지 못했다. 집에서 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2022년에도 유격수 부문 최종 후보 올랐다가 수상 못했기 때문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면서 “핸드폰 진동이 너무 울려서 보니까 수상했다고 하더라. 직접 보고 있었다면 심장이 많이 뛰었을 것 같다. 자고 있기를 잘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하성은 유틸리티 수비수 부문에서 골드 글러브를 받은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둘 다 받았으면 좋았겠지만 개인적으로 유틸리티 부문에서 수상하고 싶었다”며 “2루수 부문도 좋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멀티플레이어의 가치가 높아진 만큼 유틸리티 부문이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김하성의 주 포지션은 유격수다. 2021년 미국 진출 후에도 두 시즌 동안 줄곧 유격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을 앞두고 사정이 달라졌다. 샌디에이고가 몸값 비싼 거물 유격수 잰더 보가츠를 영입하면서다. 수비력은 김하성이 월등히 좋았지만 샌디에이고는 이름값이 앞선 보가츠에게 유격수 자리를 맡겼다.

김하성은 본의 아니게 2루수로 이동했고 유격수와 3루수도 종종 맡으면서 유틸리티 수비수로 변신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돼 리그 최고의 멀티플레이어로 인정받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제는 유격수뿐만 아니라 2루수, 3루수까지 잘 보는 만능선수가 됐다.

김하성은 “포지션을 변경할 때 부담이 안 됐다면 거짓말이다. 당시 나는 포지션을 가릴 상황이 아니었다”며 “포지션보다 출전 시간이 중요하다고 구단에 말했다. 코치진과 주위 선수들이 도와줘서 2루수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낸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하성은 “사실은 유틸리티를 한다는 게 싫었다. 고등학교 때도 그랬고, 프로에서도 마찬가지였다”며 “‘유격수만 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고 프로에서도 3루수로 나가는 경기가 있었는데 싫은 마음이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어 “그런데 그 경험들이 메이저리그 가서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면서 “지금 생각하니 그때 싫었던 감정과 시간이 성장하는 데 발판이 됐던 것 같다”고 말한 뒤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1루를 제외한 모든 내야 포지션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김하성이지만 그래도 더 까다롭고 힘든 위치는 있다. 김하성은 “3루가 어렵다. 타구가 너무 빠르고, 핸들링이 좋아야 하는 포지션이다. 타자가 치는 각도가 잘 안 보인다”며 “제 포지션이 아닌 곳에 나가면 엄청난 집중력을 써야 하고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김하성은 올 시즌 성과가 피나는 노력의 결과임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진출 후 초반에)안 좋은 성적을 내면서도 정말 훈련을 많이 했고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공격적으로 무너져 있는 상태에서 엄지손가락이 부어오를 정도로 기계 볼을 많이 쳤는데 그런 열정이 도움이 됐다”며 “수비에서는 어깨가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을 잡기만 하면 아웃 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수비 지표도 좋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 김하성은 ‘허슬플레이’의 상징이기도 했다. 플레이 도중 몸을 던지는 상황에서 헬멧이나 모자가 벗겨지는 모습이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오죽하면 구단이 제작한 인형에서도 김하성의 헬멧이 벗겨지는 모습으로 표현돼 있다.

정작 김하성은 그게 적잖이 신경 쓰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다음 시즌에는 잘 벗겨지지 않는 헬멧을 특수 제작해 착용하기로 했다.

김하성은 “고민이 많았다. 팬들은 (헬멧이) 벗겨질 때마다 환호했지만, 개인적으로는 혹시 공이 머리에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특수 제작을) 요청했다”며 “구단도 여러 가지를 바꿔 줬는데 이번에 제작한 건 덜 벗겨지는 거 같다. 헬멧이 안 벗겨지는 게 더 선수 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골드 글러브라는 큰 목표를 이룬 김하성은 더 큰 성과를 위해 계속 나아갈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골드 글러브를)수상하고 나니 앞으로도 계속 받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든다”며 “(타격이 좋은 선수에게 주는) 실버 슬러거는 최종 후보에만 올랐는데, 내년에는 동시 수상을 노려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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