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엔 큰돈이 필요해"…바이오株 '통큰' 유증에 주주는 속앓이

헬릭스미스·CMG제약 등 잇달아 1천억대 주주배정 유증
대규모 신주 발행 우려에 주가 '쇼크'
"주주가 봉인가…기술력 인정받아 기관자금 끌어와야" 지적
  • 등록 2019-05-31 오전 5:30:00

    수정 2019-05-31 오전 7:28:04

[그래픽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대웅 기자] 바이오 상장기업들이 잇달아 주주들을 상대로 1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어 증시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물량 부담으로 급락한 주가에 울상이다. 신주가 대량으로 상장되면 주식가치가 희석된다는 인식에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기존 주주는 신주를 배정받기 위해 추가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도 더해진다.

임상을 위한 자금이 어느정도 확보돼 있거나 높은 기술력으로 라이선스아웃(LO)이 머지않은 바이오업체를 선별해야 이같은 돌발 악재를 피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헬릭스미스, 주주 상대 1600억 조달…3년새 4000억 확보

30일 금융감독원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시가총액 3조원 규모로 코스닥 시장 4위에 올라 있는 신약개발사 헬릭스미스(084990)(구 바이로메드)는 지난 28일 1600억원 규모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주당 14만5100원에 신주 110만주를 발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같은 소식에 헬릭스미스 주가는 13.9% 급락했고 이튿날에도 약세를 이어가며 연중 최저가로 내려앉았다. 특히 신주 발행가가 발표 당일 종가인 21만8200원에 비해 34%나 할인된 가격으로 책정돼 매도 심리를 부추겼다.

헬릭스미스는 이번 증자로 확보한 자금을 당뇨병성 신경병성 치료제의 임상 3상 등과 마곡 연구개발(R&D)센터 건립 등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1000억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한지 8개월 만에 또다시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서자 시장은 예상치 못한 악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더구나 기술력을 보고 들어온 기관의 자금이 투입되는 것이 아니라 또 다시 주주들을 대상으로 갹출하는 형식으로 자금을 조달한다는 소식에 충격이 컸다. 지난 2016년 실시한 대규모 주주 배정 유상증자 등을 합치면 이 바이오벤처기업이 최근 3년 새 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은 40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헬릭스미스의 대표적 파이프라인인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치료제(VM202-DPN)는 당초 6~7월경 3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오는 11월 경으로 늦춰진 상태다.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처(FDA)와 미팅 후 추적관찰 기간을 3개월 연장 결정했기 때문이다.

잇단 대규모 자금조달에 주가 ‘뚝’

지난 15일에는 CMG제약(058820)이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나섰다. 이 회사는 생산설비 증축과 신약 개발비, 임상 연구비 등을 확보하기 위해 11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신주 3000만주가 발행된다는 소식에 다음날 주가는 20% 넘게 급락했고 사흘 내리 약세를 지속했다. 이주형 CMG제약 대표는 “이번 유상증자가 연구개발(R&D)과 생산설비에 대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추가된 자본을 바탕으로 사업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CMG제약은 지난 2016년에도 신규 공장을 설립한다며 주주를 대상으로 528억원을 조달한 바 있다. 이후 3년 만에 또다시 증설을 위해 주주 대상 대규모 증자에 나선 것이다.

치과용 골이식재 업체 나이벡(138610)도 항암제를 개발하겠다며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다. 시총 400억원대에 불과한 이 업체는 당초 260억원 규모의 주주 대상 유증을 실시하기로 했다. 총 발행주식수의 54%가 넘는 신주가 발행된다는 소식에 나이벡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18% 넘게 하락한 상태다.

“신약개발 현황·현금상황 등 각별히 살펴야”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 바이오업체들은 든든한 자금을 확보해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는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원치 않다. 특히 유력한 기관 자금을 끌어와 3자 배정으로 증자를 하지 않고 소액 주주들을 상대로 자금을 끌어모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약 개발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량한 투자자를 유치하고 기관 자금을 끌어오는 것이 주주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길인데 이렇게 큰 돈을 주주들한테 갹출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주주 배정 유증은 신주가 상장되면 곧바로 시장에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유동성 부분에서도 주가 하락 요소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다 보니 최근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는 신약 개발 현황과 현금 상황 등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술이전이 요원하고 보유 현금이 빠듯한 바이오 기업은 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주주를 상대로 한 대규모 자금 조달을 반드시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바이오업체들의 자금조달은 미래에 대한 투자로 볼 수 있다”며 “주주와 함께 성장 모멘텀을 공유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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