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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는 곧 위기를 맞았다. 여자관계가 복잡한 A씨는 외박하는 날이 많았다. B씨는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고 집착했다. 그러면서 양육을 홀로 감당하는 데 대한 정신적인 불만과 육체적인 피로를 호소했다. 부부는 싸우는 날이 잦았고 관계는 날로 악화해갔다.
그럴수록 A씨가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 더 많아졌고, B씨와 딸을 두고 외출하기가 일쑤였다. B씨도 남편에게 불만을 품고 외출하기 시작했다. 양육의 책임을 함께 지자는 것이었다. 결국, 두 사람 모두가 집을 비우는 상황이 발생했다. 2019년 5월26일, 집에는 아이와 반려견 두 마리만 남게 됐다.
집으로 돌아온 부부는 아이를 발견하고 라면 상자에 두고 옷가지로 덮었다. 사태를 수습하려는 게 아니라 외면하려고 한 것이다. 아이가 숨진 지 사흘째, B씨의 모친이 집을 찾아가 아이의 시신을 발견했다. 조부모가 차린 아이의 장례식에 A씨와 B씨는 나타나지 않았다. 술에 취해 잠을 자느라 그랬다고 한다.
항소심은 A씨에게 징역 10년을, B씨에게 징역 7년을 각각 선고했다. 검찰이 항소하지 않고 부부만 항소한 터라서,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지 못했다.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이 적용된 것이다. 그래서 B씨에게 단기형을 적용해 징역 7년을, A씨에게는 B씨와 형평성을 고려해 징역 10년을 각각 적용했다. 검찰의 대처와 법원의 감형이 국민 법감정을 거스른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대법원에서 사건은 파기됐다. 소년범에게 정기형을 선고하려면 단기와 장기의 중간 정도로 형량을 정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B씨의 징역 7년이 가벼우니 늘리라는 것이다. 다만, A씨의 형량은 그대로 확정됐다. 파기 환송심에서 B씨에게 징역 10년이 선고돼 이후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