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금고' 유치 놓고 시중-지방銀 신경전 격화

서울시 금고, 103년만 우리→신한銀 '도화선'
'센' 출연금으로 뺏고 뺏기는 "쩐(錢)의 전쟁"
올해 부산·대구 등 49개 지자체 금고 '격전지'
"은행은 실적·홍보↑..지자체 재원마련 효과"
  • 등록 2019-05-17 오전 7:40:04

    수정 2019-05-17 오전 7:40:04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지방자치단체의 ‘곳간’을 차지하기 위해 은행 간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다. 그동안 서울·수도권 지자체 금고는 시중은행이, 기타 지방 지자체 금고는 해당 지역에 기반을 둔 NH농협은행과 지방은행들이 주로 맡으며 양분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중은행들이 지방 영토 확장에 나서면서 ‘지자체 금고’ 유치전이 뜨겁다. 시중은행 대 농협·지방은행 신경전 뿐만 아니라 시중은행들 간 경쟁도 치열하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전국 243개 지자체 금고(일반회계 기준) 중 농협은행이 165개(68%)로 가장 많은 금고를 가지고 있다. 신한·KB국민은행·KEB하나은행·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은 43개(18%), 지방은행은 35개(14%) 순이다.

과거에는 수의계약이 많았고 평가 항목도 지역 네트워크와 친밀성 비중이 높았기 때문에 해당 지역 농협은행과 지방은행이 상대적으로 유리했다.

하지만 2012년 정부가 금고 은행 지정방식을 공개입찰로 바꾸면서 문턱이 낮아지고 평가에서도 예치금 금리와 대내외 신용도 등 일반 비중이 높아지면서 시중은행들이 지자체 금고 공략에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금고 쟁탈전의 도화선은 서울시가 됐다는 게 업계 내 일반적 시각이다. 지난 1915년부터 100년 넘게 서울시 금고를 도맡아오던 우리은행은 지난해 신한은행에 서울시 금고지기 자리를 내줬다. 신한은행이 입찰심사에서 3000억원대의 출연금을 제시해 1000억원대를 써낸 우리은행을 제쳤기 때문. 이로써 신한은행은 올해부터 약 32조원 규모의 서울시 예산을 관리하게 됐고, 우리은행은 서울시 2금고로 밀려났다.

최근에는 농협은행이 30여년 간 맡아온 광주시 광산구 금고가 출연금을 3배 제시한 KB국민은행에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농협은행은 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전 심의위원 명단이 유출됐다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법정 공방으로까지 번지기도 했다. 전남 순천시에서는 광주은행이 최근 시 금고로 선정된 KEB하나은행을 상대로 계약 무효 등 확인소송을 진행했지만 패소했다.

특히 올해 부산시와 대구시 등 광역 및 기초 지자체 49곳의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지자체 금고를 둘러싼 쟁탈전이 예고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적게는 수백억원부터 많게는 수십조원에 달하는 지역 세입 및 세출 등 ‘큰돈’을 유치하는 실적을 확보할 수 있을뿐 아니라 브랜드 홍보 효과 등으로 지역 주민과 지방기업 고객 유치에도 도움이 돼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며 “지자체 입장에서도 은행들이 제시하는 협력사업비가 세외수입으로 확보되기 때문에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지방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지방은행 텃밭까지 뺏겠다는 것”이라며 “출연금 액수에 따라 결정되는 현 자치단체 금고지정 기준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은행들의 ‘출혈경쟁’을 막기 위해 지자체 금고 선정 때 협력사업비 배점을 낮추고 금리 배점은 높이는 한편 입찰에 참여한 은행의 순위와 총점도 모두 공개하는 ‘지자체 금고지정 기준(예규)’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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