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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의 용어는 생소하겠지만, 그 뜻은 간단하다. 음악을 만든 작사가나 작곡자들처럼 영화·영상물을 만든 작가와 감독들도 작품 이용에 대한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를 뜻한다. 미국에서는 이것을 ‘Residual’(잔여 작업)이라고 부르고, 유럽과 남미 등에서는 ‘Fair Remuneration’(공정 보수)이라고 부르며 보장하고 있다. 한국어로는 아직 공인된 번역어가 없어 한국영화감독조합은 ‘공정보상권’, ‘공정보상제도’라고 명명해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칸과 오스카를 석권한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전세계 1위라는 믿을 수 없는 기록을 세운 ‘오징어 게임’ 등을 떠올려 보면 한국의 영화/영상 산업은 과거 어느 때보다 영화로운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듯하다. 그 영광의 이면엔 꿈과 재능을 담보로 위태로운 생계 끝에 내몰린 수많은 창작자들이 있다. 20여년 전 결혼식에서 만난 사람에게 쌀을 전해받았다던 봉준호 감독의 추억은 성공한 이의 미담이 되고 있지만, 쌀을 건네줄 귀인이 없던 무명의 창작자에게는 한으로 남을 것이다. 그 사이 우리는 이 냉험한 승자 독식의 세계에서 지금도 열심히 작업하고 있는 창작자들에게 최소한의 안전망이 돼 줄 어떠한 제도도 마련하지 못한 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창작자들의 노력 덕에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 폭넓은 계층의 아이들이 영상물을 언어로 삼아 자신의 뜻을 표현하는 것을 꿈으로 삼고 있다. 말이나 글보다 스마트폰 사용법을 먼저 배우는 미래 세대들에게 영상 콘텐츠는 공기와도 같은 것이 됐다. 그들이 창작자로 성장해 영상 산업의 구조 안에 들어왔을 때, 적어도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며 작품 창작에 매진할 수 있도록 안전망을 만들어 달라. 김구 선생이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었다”던 “높은 문화의 힘”은 국가대표식 성과주의를 통해서가 아니라 세계 수준에 걸맞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안정적인 창작 활동을 보장하고 그 토대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작품들을 아낌없이 향유하고 지지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