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은행 빚 증가속도 세계 1위, 대출 빗장 풀어도 되나

  • 등록 2022-03-24 오전 5:00:00

    수정 2022-03-24 오전 5:00:00

은행들이 가계대출 늘리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21일부터 전세자금 대출 한도를 종전 ‘인상분 범위내’에서 ‘총액 80% 범위내’로 바꿨다. 이에 따라 전세보증금이 5억원에서 6억원으로 오른 경우 종전 1억원에서 4억 8000만원으로 대출한도가 5배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조만간 우리은행 뒤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한도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어 겨우 안정세로 돌아선 금융권 가계대출이 다시 폭증하지 않을지 우려된다.

은행들의 가계대출 늘리기 경쟁은 지난해 하반기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부터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도입했다. 은행들은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한도를 낮추고 금리를 올려 대출 취급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이는 과도하게 불어난 가계대출이 한국경제 안정을 위협하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국내외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신용갭은 18.9%(지난해 3분기 기준)로 조사 대상 43개국 중 3번째로 높다. 신용갭이란 경제규모에 비추어 부채가 과도한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부채 위험을 수치화한 것이다. 신용갭이 2% 미만이면 ‘보통’, 2~10%면 ‘주의’, 10% 초과면 ‘경보’ 단계로 분류하는데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부채 초위험국’에 해당하는 셈이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는 더 심각하다. 한국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4.2%(지난해 2분기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가계빚이 GDP보다 많은 유일한 나라다. 지난 1년간 가계부채 비율 증가폭(6%포인트)도 OECD 1위다.

은행들이 다시 가계대출 늘리기 경쟁에 나선 것은 윤석열 당선인의 ‘가계대출 총량규제 폐지’ 공약 때문이라고 한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금융 당국의 전세자금 대출 축소로 민원이 많아지자 유세에서 “규제를 대폭 풀겠다”고 공약했다.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원칙에는 공감하지만 필요한 규제와 불필요한 규제는 구분해야 한다. 부작용에 대한 대비없이 규제를 풀었다가 가계대출이 급증하면 뒷감당을 어찌할 것인지도 생각해 보기 바란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칸의 여신
  • '집중'
  • 사실은 인형?
  • 왕 무시~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