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 ‘최후의 보루’ CCUS, 지원 줄이고 목표만 늘렸다

[尹정부 탄소중립 톺아보기]④CCUS
탄소 포집·저장·활용 등…진행된 건 없는데,
온실가스 감축목표 1030만→1120만t 늘려
산업부 전담팀 사라지고, 예타사업도 ‘아직’
잠재력 무궁무진하지만…“법·제도 정비 시급”
  • 등록 2023-04-06 오전 3:00:00

    수정 2023-04-06 오전 3:00:00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환경부가 지난 3월21일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부문·연도별 감축량 목표치를 제시했다.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윤석열정부의 첫 로드맵이다. 문재인정부와 비교해 기업들의 부담을 대폭 줄이고, 원전·재생에너지 확대와 미래 기술, 국제협력 등으로 부족분을 상쇄해 7년 안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데일리는 윤 정부가 ‘2030 NDC’를 통해 제시한 각 부문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실현 가능성과 보완점 등을 총 5회에 걸쳐 긴급 점검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발전소나 제철소 등에서 나온 이산화탄소(Carbon)를 모아서(Capture) 각종 산업의 원료로 다시 활용하거나(Utilization), 땅속 깊이 묻어(Storage) 온실가스를 줄인다.’

온실가스 감축 ‘최후의 보루’로 꼽히는 CCUS의 기본 개념이다. 전 세계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목표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철강이나 석유화학, 시멘트 산업은 원료 특성상 획기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쉽지 않기에 이 기술이 주목받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지난달 21일 발표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을 통해 CCUS를 통한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늘렸다. 문제는 정부가 목표 상향과 대조적으로 최근 관련 조직·인력이 축소하며 정책 추진 기반이 더 약화했다는 점이다. 목표를 늘린 만큼 이를 다시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전담팀 없애놓고 목표만 상향조정

5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연말 CCUS 관련 기술개발·상용화를 추진해 온 온실가스감축팀을 없앴다. 정부의 CCUS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총괄 추진할 주체가 사라진 것이다. 관련 인력과 기능은 에너지기술과 등을 통해 유지했으나 이곳에선 원자력을 비롯한 에너지 관련 기술을 모두 다루는 만큼 법·제도 개편 대응에 물리적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2년 전만 해도 한국CCUS 추진단을 설립하고 CCUS 기술혁신 로드맵을 만드는 등 발 빠르게 움직여 왔다. 포집한 탄소를 활용·저장하기 위한 실증사업을 위해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절차 준비에도 착수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가시적 성과는 아직이다. 10여 년 전부터 추진해 온 기술개발과 소규모 실증사업 예산도 추세적으론 늘었으나 올해는 792억원으로 지난해 973억원에서 181억원 줄었다.

한국석유공사 동해가스전을 활용한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통합실증사업 개념도. (그림=산업통상자원부)
정부의 실행 의지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CCUS를 통한 2030년 탄소감축 목표를 기존 1030만t에서 1120만t으로 높여 잡았으나 실제 기존 계획대로면 CCUS를 통한 온실가스 목표 달성은 어렵다. 정부는 약 1조원을 들여 고갈된 한국석유공사 동해가스전에 포집 탄소를 저장하려는 CCS 실증사업을 기획 중이지만 아직은 예타 신청 이전 단계다. 그 사이 실증 규모를 연 40만t에서 120만t으로 세 배 늘렸으나 2026년부터 운영한다는 계획은 사실상 어려워진 셈이다. 지금부터 서둘러도 2031년에나 가능하리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CCU 기술로 포집 탄소를 활용한다는 상용화 역시 이에 필요한 관련법 제정 작업은 2년 전부터 이뤄졌으나 올 2월 들어서야 국회에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최지나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 정책과 제도에 큰 변화가 없다면 2030년까지 1000만t 감축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CCUS 추진단장을 맡은 권이균 공주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도 “정부의 CCUS 정책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대규모 실증이나 상용·산업화에 성공하지는 못한 상황”이라며 “그만큼 해야 할 일도 많고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법·제도 뒷받침 없인 상용화 어려워

CCUS의 온실가스 감축 역할은 더 커질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에서 2050년 탄소중립의 CCUS 기술 기여도를 27%라고 전망했다. 전동화나 신·재생 에너지 전환과 더불어 핵심적인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꼽은 것이다. 세계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르는 추세인 만큼 곧 많은 기업이 탄소배출권 구매 대신 CCUS를 활용하게 된다는 게 전문가의 전망이다.

이미 북미와 EU를 중심으로 전 세계 30여곳에서 포집 탄소를 저장할 곳이 확보해 놓고 매년 4500만t의 탄소를 배출 없이 저장하고 있다. 현재도 30여 곳에서 CCS 설비를 건설 중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나 GS칼텍스 등 국내 기업도 CCUS 시장 확대 기대감에 관련 사업을 검토 중이다. 한국은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지만 기술력만큼은 선도국 대비 약 80%, 4~5년가량의 격차로 쫓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전세계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설비 운영·개발 현황. (그림=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문제는 CCUS가 상용화하려면 정부의 초기 정책 지원이 필수라는 점이다. CCUS 선도국 중 하나인 미국은 정부가 2018년 ‘45Q 택스 크레딧’이란 법안을 제정해 CCUS 기술에 대해 온실가스 감축분만큼의 세제 혜택을 주기 시작했다. 또 지난해는 이 혜택을 추가 확대했다. EU도 2020년 CCS를 친환경 산업으로 규정해 놓고 각종 환경 규제에서 자유롭게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도 지난달 CCUS 목표 상향과 함께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한 범부처 총괄협의체 구성 계획을 발표했다. 산업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의 관련 기술개발과 상용화도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정부가 목표 상향을 계기로 관련법 제정과 제도적 지원을 더 서둘러 늘려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최지나 연구원은 “아직까진 기업이 CCUS 사업에 뛰어들 비용적 유인이 없는 만큼 초기엔 정부 지원 정책이 필수”라며 “목표를 늘린 만큼 관련 투자에 대한 보조금 지원 확대나 CCU 활용 연료 사용 의무화 제도 도입 등 추가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이균 교수도 “CCS에 필요한 각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이를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상용화하려면 굉장히 여러 분야의 융·복합 기술을 개발해 실증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법·제도 정비가 시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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