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온다…미국式 속전속결 구조조정을 대하는 자세[미국은 지금]

서부 실리콘밸리부터 동부 월가까지 해고 칼바람
"다음 차례는 나인가" 주요 SNS서 해고 게시물들
연말 감원 폭 확 늘어…미국 경제 이미 침체 모드
"최악 막으려는 미국式 선제적인 대비" 목소리도
  • 등록 2022-12-19 오전 5:00:00

    수정 2022-12-19 오전 5:00:00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최대 기술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14년 넘게 일한 인도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아브히 자인(43)씨. 그는 MS의 지원을 받아 전문직 취업비자(H-1B)를 소지하면서 미국 영주권 취득을 기다렸다. 그랬던 그는 지난 10월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최근 실리콘밸리를 강타한 빅테크 해고 칼바람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자인씨는 뉴욕타임스(NYT)에 “가족과 함께 워싱턴주 벨뷰의 차고가 있는 침실 네 개짜리 집에 정착했고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다고 말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현재 가족의 미래가 불확실해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60일 이내에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지원할 회사를 찾지 못하면 미국을 떠나야 할 처지다.

최근 살인적인 구조조정을 했던 트위터는 직원들의 충격이 어떤 회사보다 크다.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 후 전체 직원의 절반을 해고해 버렸다. 최근 트위터에서 일자리를 잃은 수자타 크리슈나스와미씨는 “임신 중에도 회사의 성공을 위해 밤낮으로 일했다”며 “지금은 매우 불안하다”고 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실리콘밸리부터 월가까지 해고 바람

미국의 연말 연휴 시즌이 뒤숭숭하다. 최근 10년 이상 경제를 이끌다시피 한 빅테크부터 칼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산업 곳곳으로 감원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어느덧 월가까지 구조조정 대열에 합류했다. 이 때문에 사회 불안이 커지고 소비가 흔들리는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동시에 내년 더 큰 침체를 막을 고육지책이라는 평가도 없지 않다.



근래 트위터 등 주요 소셜미디어(SNS)에는 한 그래픽이 유독 눈에 띄고 있다. 데이터 분석업체 비주얼 캐피털리스트가 만든 올해 월별 미국 기술회사들의 해고 현황이다. 그 규모는 1월만 해도 631명에 불과했는데, 2~4월 들어 수천명 단위로 불어났다. 5월부터는 월 2만명 이상으로 늘었고, 11월에는 5만9710명으로 폭증했다. 연말을 앞둔 11월 들어 아마존, 메타(페이스북 모회사), 트위터가 본격 감원에 나서면서다. 12월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 해고 관련 조사업체 레이오프(layoffs.fyi) 집계를 보면, 올해 해고 당한 기술회사 근로자는 15만2000명에 육박한다. 그 중 11월 규모는 5만1489명이다. 최소 5만명 이상이 한 달 만에 실리콘밸리 바닥을 떠났다는 의미다. 시애틀에서 주로 활동하는 타미나 왓슨 이민 변호사는 “특히 H-1B 비자를 가진 외국인 IT 엔지니어가 이 정도로 해고된 것을 본 적이 없다”며 “테크업계가 감원와 동시에 신규 고용을 하지 않고 있어 혼란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부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다. 동부 월가까지 구조조정 충격파가 닥쳤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내년 1월 전체 직원의 최대 8%를 구조조정할 것이라고 CNBC는 전했다. 최대 4000명이다.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등은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시장금리 탓에 금융 거래가 주춤하면서 이미 인력 감축에 나섰다. NYT는 “월마트, 포드자동차, 펩시 등이 모두 직원을 줄이고 있다”며 “남은 직원들은 ‘다음은 나인가’하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선제적인 침체 대비 위한 고육지책”

상황이 이렇자 미국 경제는 벌써부터 얼어붙을 조짐이다. 상무부에 따르면 11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0.6% 감소했다. 지난해 12월(-2.0%) 이후 11개월 만의 최대 폭이다. 제조업 경기 전망도 어두워졌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집계를 보면, 12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는 -11.2로 전월(4.5) 대비 15.7포인트 떨어졌다. 소비와 생산이 갑자기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사회 전반이 불안해질 조짐도 보인다. 세계 최대 비즈니스 전문 SNS 링크드인 등에는 연일 전(前) 직장에 작별을 고하는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IT업체 아폴로 그래프QL를 떠나게 된 자네사씨는 트위터를 통해 “연말 파티 때 입으려고 산 새 스웨터를 못 입게 됐다”며 슬퍼했다.

그러나 내년 최악의 침체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목소리 역시 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것이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내년 침체를 경고하면서 “우리는 민첩성을 유지하고 회사 규모를 조정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노동시장이 유연하다는 장점이 있다. “연말 연휴 때 쉰 뒤 내년부터 일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글들을 실제 SNS에서 적잖이 볼 수 있다.

아폴로 그래프QL의 지오프 슈미츠 CEO는 지난 15일 임직원 성명을 통해 15% 구조조정 소식을 전하면서 “이런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리기 전에 신중하게 분석하고 다른 많은 선택지를 고려했다는 점을 알아 달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의료비, 비자, 재취업 등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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