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흉은 무리하면 안되는 병이다. 완치도 어렵다. 운동 선수에겐 치명적인 장애물인 셈이다.
그러나 이대진에게는 기흉을 극복하는 것 마저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이대진은 7일 군산 두산전 선발이었다. KIA 입장에선 더 물러설 수 없는 경기였다. 이 경기 전까지 4위 롯데와 승차는 5경기. 더 이상 차이를 줄이지 못하면 4강은 포기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 고비를 이대진이 넘겨줬다. 이날의 영웅은 8회말 결승 만루포를 쏘아올린 김상현의 몫이었다. 하지만 두산 에이스 히메네스와 선발 맞대결서 5이닝 3피안타 4사사구 무실점으로 호투한 이대진이 아니었다면 경기 초반 일찌감치 승기를 두산에 내줘야 했을 것이다.
이대진은 여전히 빠른 공을 던지지 못했다. 그러나 130km대 직구를 누구보다 빠르게 보이게 하는 재주는 여전했다. 다양한 변화구와 구속 조절로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를 결정적인 순간, 무디게 해내며 책임 이닝을 막아냈다.
이대진은 지난 1999년 어깨 통증이 처음 생긴 뒤 무려 7차례에 걸쳐 수술과 재활을 해야 했다. 조금 던지다 훈련이 중단되는 것이 일상이나 다름없었다.
어깨 부상 재발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난 것도 얼마 되지 않는다. 사실 이젠 어느정도 아픈 건 참고 던지는 수준이 됐다.
기흉은 달랐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장벽이었다. 특히 '무리하면 안된다'는 치료법은 그를 더욱 위축시켰다.
이대진은 "이제 아파서 못 던지는 일은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또 병이 생기니 정말 답답했다. 병을 이겨내는 것 보다 '왜 내게 이런 일이 자꾸 생기나'하는 절망감을 이겨내는 것이 더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대진은 "처자식 생각하며 참았다. 나만 바라보고 있는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포기할 순 없었다. 또 2군에서 훈련중인 후배들에게 무언가 보여주고 싶었다. 희망을 갖고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줘야 했다"고 말했다.
현재 몸 상태는 80~90% 수준. 러닝훈련량은 부상 이전보다 더 많이 하고 있을 만큼 정상적인 페이스에 접어들었다.
이대진은 "하체 훈련을 많이 하면서 공에 다시 힘이 붙었다. 이젠 자신 있다"며 "어차피 힘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투수가 아니다. 다만 내 공을 던질 수는 있는 만큼 경기 운영 능력을 앞세워 내 몫을 해내겠다. 꾸준히 선발 투수로 나설 수 있는 몸 상태인 만큼 팀의 마지막 도전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 관련기사 ◀
☞지바 롯데 스태프 '김태균 부활' 한 목소리 칭찬
☞실수로 무너지는 LG, 점점 희미해지는 4위 희망
☞다시 터진 CK포, 그 속에 담긴 3가지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