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실질적인 지원이라는 게 고작 빚을 늘려주겠다는 겁니까?”
최근 정부가 내놓은 ‘손실보상 비대상 업종 지원 대책’이 여행업계의 분노를 초래했다. 이 대책은 지난달 21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일상’에서 코로나 위기에 처한 여행업계에 실질적인 지원대책을 약속한 뒤 이틀만에 나온 후속조치였다. 하지만 ‘실질적’일 것이라던 대통령의 약속과 달리 지원책은 대출 확대에 그치면서 여행업계의 좌절감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대출이 실질적 지원이라는 정부
현장에서 만난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낙담한 빛이 역력했다. ‘내년 대선을 위한 쇼였느냐’는 비난까지 나왔다. 차라리 문 대통령의 발언이 없었다면 기대감을 갖지도 않았을 터다.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는 “직접적인 현금 지원이 아니라 대출을 늘리겠다는 걸 어떻게 실질적인 지원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면서 “기존 대출·신용을 고려하면 실제 추가 대출도 받기 힘든 상황이다.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 3월까지는 보릿고개를 넘어야 하는데 이 상태가 이어진다면 업계 종사자 대부분이 신용 불량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환 의무가 있는 대출 지원은 더 이상 피해회복 효과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었다.
정부 부처 간 엇박자, 여행업계 회복에 방해
여행업계는 대출보다 영업 환경 개선이 더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여행사 대표는 “한쪽(문체부)에서는 여행을 독려하고, 다른 한쪽(외교부)에선 여행을 가지 말라고 한다”면서 “국민들은 정부가 발표하는 것을 보고 믿는데, 도대체 누구 말을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문체부는 사이판·싱가포르와 여행안전권역 협약으로 여행업계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외교부에서는 이 지역을 포함해 전 국가·지역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하고 있다. 특별여행주의보는 여행자제~철수 권고에 준하는 조치다. 정부 부처 간 엇박자가 여행업계 회복에 독이 된다는 것이다.
여행업계는 이어져온 코로나19 사태 속 줄폐업 위기에 내몰려 있는 상태다. 섣불리 지원을 약속했다가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기보다 업계의 절박한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신중하게 지원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들이 정부의 일부 금융 지원으로 버텨낼 수 있는지, 만약에 그렇지 못하다면 어떤 정책적 지원과 배려가 필요한지 따져봐야 한다. 그래야만 여행업계가 처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