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새로운 번역, 다시 만나는 카뮈 걸작

역병
알베르 카뮈|440쪽|새움
  • 등록 2024-04-03 오전 12:05:00

    수정 2024-04-03 오전 12:05: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번역 논쟁을 불러온 번역가 이정서가 10년 만에 카뮈의 또 다른 대표작 ‘역병’을 새 번역본으로 출간했다. 그동안 ‘페스트’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역병’ 또한 ‘이방인’처럼 읽는 게 쉽지 않은 소설로 여겨진다. 번역가는 그 이유를 잘못된 번역에서 찾는다.

‘역병’은 전쟁이나 역병 같은 대재앙 속에서 신과 인간, 양심과 인류애, 연대를 이야기한다. 작품 속에는 위대하고, 졸렬하고, 편집증적이고, 성스럽고, 그러면서도 인간이고자 하는 인물이 끝없이 등장한다. 인류는 이 같은 위기를 서로 희생하고 연대해 극복할 수 있으며, 어려움 속에서 혼자만 행복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카뮈는 이야기한다.

번역자는 ‘역병’이 ‘페스트’로 소개되면서 ‘부조리 철학’이나 ‘실존주의’ 같은 개념에 사로잡혀 읽었다고 지적한다. 이에 새로운 번역은 어려운 개념을 내세우지 않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원문을 풀어내는데 방향을 맞췄다. 제목을 ‘페스트’가 아닌 ‘역병’으로 내세운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프랑스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영미권 독자들도 이것(원제 ‘La Peste’)을 단순한 ‘페스트’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이 번역가의 생각이다. 제목부터 새롭게 받아들여야 카뮈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번역가는 기존 번역서가 단어의 뉘앙스를 잘못 이해하는 등 의역이 많아 읽는 게 쉽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어떤 번역이 더 나은지에 대한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번역에 대한 문제 제기와는 별개로 몇 년 전까지 팬데믹을 겪은 지금 시점에 카뮈의 ‘역병’과 만나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다. 정치적 알레고리, 철학적 담론, 휴먼 드라마가 어우러진 다층적인 소설의 매력을 새롭게 경험해 볼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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