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삼청동 ‘큰손’ 사라질까 걱정… '청와대공원' 새 손님 기대도

윤석열 청와대 이전 발표 후 술렁이는 북촌·서촌 상인들
“취임 특수 기대했는데 허탈, 멀쩡한 청와대 왜 옮기나”
코로나19로 상권 고사… “공원화되면 관광객 늘 듯”
부동산 특수는 남일… “조용하게 살고 싶다”
  • 등록 2022-03-26 오전 6:00:00

    수정 2022-03-26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새 대통령 취임 특수는 다 물 건너간 게 아닌가 싶어요.”

경복궁 옆 서촌에서 30년 가까이 식당을 운영해온 A씨(여·60대)는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계획에 이같이 말했다. 식당이 통인 시장 안쪽 골목 끝에 있는 탓에 관광객이 아닌 청와대나 정부청사 등 인근 관가손님이 많았던데다 통상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예약이 늘었던 기억 탓에 아쉬움이 묻어났다. “멀쩡한 청와대를 왜 옮기겠다는건지 모르겠다”는 푸념도 쏟았다.

한때 북적대던 삼청로 일대는 코로나19 이후 외국 관광객이 끊기며 한산해진 모습이다.
서촌과 북촌 일대 상권에 큰 영향을 미쳤던 청와대가 떠난다는 소식에 인근 상인들은 걱정과 기대를 함께 보이고 있다. A씨처럼 당장 손님들이 끊길 걱정을 하는 이들이 있지만 일각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졌던 집회 및 시위로 정상영업을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또한 윤 당선인이 청와대를 공원화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새로운 관광객이 유입되는 효과를 기대하기도 한다.

윤 당선인은 임기가 시작되는 오는 5월10일부터 청와대를 개방해 공원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조성해 시민에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동쪽의 북촌 일대는 작은 갤러리와 공방을 중심으로 레스토랑과 카페가 들어서며 명소로 거듭난 바 있다. 청와대가 공원화될 경우 경복궁을 중심으로 북촌과 서촌을 잇는 새로운 명소로 거듭날 가능성이 크다.

한때 주말에는 걸어 다니기 힘들 정도로 찾는 이들이 많았던 삼청동 일대는 방역 정책 시행 이후 외국 관광객이 뚝 끊기며 사실상 고사 상태다. 유명 카페와 레스토랑이 줄지어 있던 거리는 ‘임대’ 표시가 붙은 빈 가게들이 차지하고 있다. 평일에는 인근의 직장인들이 간간히 지날 뿐 북적대던 과거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

북촌한옥마을 아래 팔판길 인근에서 캐주얼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B씨(남·40대)는 청와대의 공원화를 반기고 있다. 그는 “청와대보다는 멀리서 오는 손님들이 많기 때문에 이전한다고 해서 크게 영향을 받을거 같진 않다”며 “오히려 공원화가 되면 삼청동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침체된 주변 상권도 회복되지 않겠나”라 내다봤다.

청와대 이전으로 북악산 출입통제지역이 완전 해제되는 것도 호재다. 문재인 정부가 출입통제구역이었던 북악산 북측면 일대를 공개했을 당시 지역상권이 흥했던 기억 덕이다. 외국 관광객 뿐만 아니라 국내 등산객들의 방문이 늘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이다.

사정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캐주얼 레스토랑과 달리 북촌 일대의 고가 대형 식당들은 청와대 이전이 걱정이다. A씨처럼 청와대나 관가의 예약손님이 많았던 탓이다. 청와대가 떠난다고 해도 감사원 등 공공기관이 여전히 남아있는데다 삼청로 일대의 고급 갤러리에서 오는 수요도 상당하나 어느 정도 매출 타격은 불가피하다. 게다가 청와대 손님들은 일대 상인들에 ‘큰 손’이라 불리곤 한다.

북촌과 서촌 일대에서 오래 거주한 주민들도 청와대 이전을 크게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곳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사라질뿐더러 일각에서 기대하는 이른바 ‘개발호재’는 소수의 부동산꾼들에게나 해당할 뿐 실거주민들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청와대에서 북촌으로 이어지는 작은 골목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C씨(여·70대)는 “지금 이동네 남아있는 사람들은 조용하게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인데 청와대가 이사가고, 새 공원이 들어서는걸 딱히 좋아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외국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삼청로 일대 상권이 침체 위기를 맞았다. 상인들은 청와대 이전한다면 당장 또다른 위기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공원화가 진행돼 새로운 관광객 유입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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