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옆 서촌에서 30년 가까이 식당을 운영해온 A씨(여·60대)는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계획에 이같이 말했다. 식당이 통인 시장 안쪽 골목 끝에 있는 탓에 관광객이 아닌 청와대나 정부청사 등 인근 관가손님이 많았던데다 통상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예약이 늘었던 기억 탓에 아쉬움이 묻어났다. “멀쩡한 청와대를 왜 옮기겠다는건지 모르겠다”는 푸념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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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당선인은 임기가 시작되는 오는 5월10일부터 청와대를 개방해 공원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조성해 시민에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동쪽의 북촌 일대는 작은 갤러리와 공방을 중심으로 레스토랑과 카페가 들어서며 명소로 거듭난 바 있다. 청와대가 공원화될 경우 경복궁을 중심으로 북촌과 서촌을 잇는 새로운 명소로 거듭날 가능성이 크다.
북촌한옥마을 아래 팔판길 인근에서 캐주얼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B씨(남·40대)는 청와대의 공원화를 반기고 있다. 그는 “청와대보다는 멀리서 오는 손님들이 많기 때문에 이전한다고 해서 크게 영향을 받을거 같진 않다”며 “오히려 공원화가 되면 삼청동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침체된 주변 상권도 회복되지 않겠나”라 내다봤다.
청와대 이전으로 북악산 출입통제지역이 완전 해제되는 것도 호재다. 문재인 정부가 출입통제구역이었던 북악산 북측면 일대를 공개했을 당시 지역상권이 흥했던 기억 덕이다. 외국 관광객 뿐만 아니라 국내 등산객들의 방문이 늘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이다.
사정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캐주얼 레스토랑과 달리 북촌 일대의 고가 대형 식당들은 청와대 이전이 걱정이다. A씨처럼 청와대나 관가의 예약손님이 많았던 탓이다. 청와대가 떠난다고 해도 감사원 등 공공기관이 여전히 남아있는데다 삼청로 일대의 고급 갤러리에서 오는 수요도 상당하나 어느 정도 매출 타격은 불가피하다. 게다가 청와대 손님들은 일대 상인들에 ‘큰 손’이라 불리곤 한다.
청와대에서 북촌으로 이어지는 작은 골목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C씨(여·70대)는 “지금 이동네 남아있는 사람들은 조용하게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인데 청와대가 이사가고, 새 공원이 들어서는걸 딱히 좋아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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