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도 역전세도 DSR 예외…가계대출 관리 구멍날라

한은, 내년까지 만기 도래 역전세 보증금 차액 50조
임대인 모두 대출받지 않겠지만, 잘못된 시그널 우려
"갭투자까지 정부가 구한다...결국 빚내서 집사라"
  • 등록 2023-07-05 오전 5:00:00

    수정 2023-07-05 오전 5:00:00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역전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집주인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1년간 적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가계대출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내년까지 반환해야 할 보증금 차액 규모가 50조원인 상황에서 두달 연속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계대출이 대폭 증가할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DSR을 미적용하는 특례보금자리론으로 인해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증가한 상황이라, 자칫 부동산시장 참가자들에게 ‘빚내서 집사라’는 잘못된 신호로 비칠까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정부는 7월말부터 1년간 역전세로 인해 발생하는 전세보증금 차액(기존 전세금과 현재 전세금의 차) 반환목적 대출에 한해 임대인에게 추가 대출을 해주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이에 따라 개인 임대인은 DSR 40%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 60%를 적용된다. 임대사업자에게는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임대소득/이자비용)을 1.25~1.5배에서 1배로 낮춰준다. DTI는 주담대 외 다른 대출은 이자만 반영한 상환액을 구해 소득에 비교하는 규제다. DSR은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더한 상환액을 소득에 견준다. DTI는 상대적으로 헐거운 규제다.

당국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개인 임대인의 대출 가능 규모는 연봉 5000만 기준으로 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이 없다고 가정하고 대출금리 4%에 만기 30년으로 빌린다면, 3억5000만원(DSR 40%)에서 5억2500만원(DTI 60%)로 1억7500만원(1.5배) 급증한다. 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이 있으면 추가 대출 가능 규모는 더 커진다.

정부는 DSR규제 배제로 인한 가계대출 증가 추정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당국은 통상 정책을 내놓으면 수혜 대상자를 설명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임대인이 얼마나 대출을 빌릴지 추정하기 어렵다”며 “여러 가정을 더해 시뮬레이션을 한 것은 있지만, 변수가 많아 외부에 공개할 만큼 신뢰성이 크지는 않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그러면서도 대출 규제 완화로 가계부채 관리에 엄청난 부담이 생기지는 않는다고 강조한다. 또다른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으면 전세대출을 상환할 수 있다”며 “집주인의 경우 전세금 반환보증 보증료를 부담해야 하기에 대출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DSR 규제 배제로 혜택을 보는 임대인은 대출을 빌리면서 전세금 반환보증 보증료를 부담해야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셋값이 올해 3월 수준을 유지하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임차가구 중 세입자에게 반환해야 할 보증금 차액 규모는 한해 24조2000억원에 이른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역전세 가구의 반환 보증금 차액 규모도 올해와 비슷하다”며 “내년까지 하면 50조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분석은 3월 임차료가 변동하지 않는다는 가정에서 유효하다. 물론 이 24조원 규모가 모두 대출을 통해 시중에 풀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자료=금융당국, 단위=조원
문제는 이번 대책이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로 여겨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투자의 제1원칙인 자기책임 원칙을 무시하면서까지 정부가 갭투자 임대인까지 구하기에 나섰다”며 “결국 크게 문제되면 정부가 해결해준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특례보금자리에 이어 역전세까지 DSR을 예외로 하면서, 시장이 자칫 ‘빚내서 집사라’는 신호로 읽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가계대출은 이미 빠르게 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6월말 가계대출은 678조2454억원으로 5월보다 6332억원 증가했다. 지난 5월 1년 5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해 2개월 연속 증가세다. 증가폭 역시 5월보다 4배 이상 커졌다. 개인신용대출이 7442억원 줄었지만 주담대가 1조7245억원 급증했다. 전체 가계부채 규모도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너무 커진 상태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3.50%까지 끌어올린 지난 1분기에도 세계 34개국의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우리나라(102.2%)다.

정부는 DSR 예외 대출을 계속 늘리고 있다. 하반기에는 특례보금자리론이 추가로 예정돼 있다. 아직 추가 공급 규모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상반기와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40조원 규모가 예상된다. 최근 특례보금자리론이 절반을 넘어 신규주택 구입 용도에 사용되는 것을 감안하면 20조원 정도가 신규 대출로 순증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올해 명목 GDP 성장률을 3.7%로 전망했다. 가계대출은 명목 GDP만큼 성장하면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는다고 본다. 명목성장률을 4%로 가정하더라도 감내 가능한 가계부채 규모는 전체 가계부채 1600조원의 64조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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