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급 공무원' 신태라 감독, "속편? 이미 구상 끝냈을 것"

  • 등록 2009-05-12 오전 9:08:03

    수정 2009-05-12 오전 10:51:33

▲ 신태라 감독(사진=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국정원 요원인 안수지(김하늘 분)와 이재준(강지환 분)의 좌충우돌이 상반기 한국영화 흥행의 핵으로 부상했다.

영화 ‘7급 공무원’이 개봉 19일 만인 지난 11일, 25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해 12월 개봉해 826만 관객을 동원한 ‘과속스캔들’과의 흥행속도가 엇비슷하다. 영화를 배급하는 롯데시네마 측은 “이런 추세라면 400만 관객도 충분히 넘어서지 않겠냐”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던 ‘7급 공무원’은 개봉 2주차에 박찬욱 감독의 신작 ‘박쥐’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엑스맨 탄생:울버린’에 밀려 박스오피스 3위로 내려앉았다. 그러나 개봉 3주 만에 다시 박스오피스 정상에 서는 저력을 과시했다. ‘과속스캔들’ 역시 개봉 후 ‘쌍화점’ 등에 밀려 박스오피스 1위에서 물러났지만 이내 정상에 섰던 경력이 있다.

◇ "'7급 공무원' 흥행...가문의 영광입니다"

신태라 감독은 자신의 세 번째 장편 연출작인 ‘7급 공무원’의 흥행에 대해 “가문의 영광이다”며 연신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2000만원의 사비를 털어 2006년 선보인 SF 독립영화 ‘브레인 웨이브’와 2007년 개봉한 스릴러 영화 ‘검은 집’을 연출했던 신태라 감독은 ‘7급 공무원’을 통해 흥행감독의 자리에 당당히 올라섰기 때문이다.

“일단은 홀가분합니다. 오랜 시간 어둠의 터널을 지나왔다는 느낌이었거든요. 터널 밖으로 나온 해방감이 좋습니다.”

신태라 감독은 “우선 가족들에게 떳떳할 수 있어 좋습니다”고 했다. 신 감독은 공대에 진학해 평범한 엔지니어가 되길 바라던 부모님의 뜻을 거스르고 영화과에 진학을 했다. 영화사를 꿰뚫고 있던 과 동기들과 달리 신 감독은 영화에 대한 지식이 미천했다. 대게 현장 조연출을 거쳐 데뷔하는 충무로의 도제시스템도 익히지 못했다.

신 감독은 자신이 영화계의 주류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작가주의 영화보다는 ‘천녀유혼’, ‘코만도’ 같은 홍콩영화와 할리우드 영화를 좋아했고 사람 사이에서 어울리며 목청을 높이기보다 컴퓨터와 기계를 만지는 것을 더 좋아했다. 또한 영화를 찍기 보다는 편집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100여편이 넘는 영화를 편집하며 편집의 묘를 익혔다.

그가 상업영화감독으로 데뷔하게 된 계기도 독특하다. 자신의 돈으로 만든 SF독립영화 ‘브레인 웨이브’가 각종 영화제에서 화제작이 되며 연출제의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작업이나 연출부 경험이 거의 없던 그는 어느 순간 상업영화 감독의 대열에 들어서게 됐다. 그렇게 만든 작품이 '검은 집'이었다. 하지만 ‘검은 집’은 신 감독 스스로 잘 보지 않는다는 호러 스릴러였다. 게다가 흥행에서도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허나 ‘7급 공무원’은 달랐다. 코미디 장르는 해보고 싶던 분야였다. 시나리오도 완벽했다. 배우들은 현장에 와서 각자의 아이디어를 내며 조금이라도 더 웃기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결국 영화는 호평과 함께 개봉했고 올해 상반기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의 유력한 후보가 됐다.

▲ 영화 '7급 공무원'의 한 장면


“아버지께서 친척 분들을 모두 모아서 단체 관람하시더니 친척 분들에게 저녁을 쏘셨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제 자랑을 좀 하셨다고 합니다. 그런 아버지를 보니 저도 이제 마음의 짐을 좀 벗었구나 싶었지요.”

흥행으로 달라진 점을 물었더니 가족 이야기를 한다. 신 감독은 자연스럽게 ‘7급 공무원’의 흥행코드를 가족에서 찾았다. 모든 세대가 봐도 유쾌하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가족들이 영화관에 갔을 때 이견 없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게 신 감독의 목표였던 것. 그래서 ‘7급 공무원’은 조직을 소탕하는 국정원 남녀요원들의 활약을 담았음에도 욕설을 기반으로 한 조폭 유머나 화장실 유머 등이 나오지 않는다. 가족이 볼 때 불편할 것을 염려해서였다.

◇ "속편은 시나리오 작가가 이미 구상 끝내놨을 것"

“월트디즈니의 가족영화를 좋아합니다. 다소 현실과는 거리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보는 순간 재미있고 꿈을 키울 수 있는 영화들이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가족영화라고 해서 세련되지 않으면 안되겠지만요.”

신 감독은 ‘7급 공무원’에는 담배 피는 장면이 없고 피가 흘러 죽는 사람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을 썼다고 한다. 유해성이 없는 영화로서 최소한의 장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점이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고 흥행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신 감독의 주장이었다.

영화의 흥행과 함께 속편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하자 신 감독은 “영화 촬영하면서 항상 우스개 소리로 속편 이야기를 함께 했습니다”며 “안수지와 이재준이 결혼해서 애도 낳고, 급수를 올려서 5급 공무원으로 갈까? 등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아마 시나리오를 쓴 천성일 작가가 이미 속편에 대한 구상은 끝냈을 것이 분명합니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신 감독이 가장 만들고 싶어하는 영화는 무엇인지를 물었다. 신 감독은 주변을 둘러보며 ‘이거 비밀인데요’ 라는 표정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제가 어렸을 적부터 SF나 판타지 장르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한국판 스타워즈나 반지의 제왕 같은 시리즈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아니면 한국형 수퍼히어로 영화라던가 외계 생명체와 싸우는 지구 영웅, 뭐 이런 영화들이요. 그리고 그런 영화에는 꼭 태극기를 휘날리게 할 겁니다. 미국 영화보면 만날 성조기를 휘날리잖아요. 우리라고 못할 거 없죠.”

자리를 뜨며 인사를 하려다 갑자기 '신태라'라는 이름이 본명일까 궁금했다. 신 감독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본명은 황태건 입니다. 왠지 감독 이름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별 뜻없이 '태라'란 이름을 짓고 거기에 어울리는 성이 무얼까 하다가 신씨를 선택했지요. 아! 이건 영화 홍보사에도 말하지 않은 겁니다. 흐흐흐."
▲ 신태라 감독(사진=한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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