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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쪼개며 질긴 생을 봤다…'살 속에 박힌 씨앗'

갤러리도올서 '양생' 전 연 작가 최혜인
오랜시간 식물 생명성 파헤친 작가
곡식·채소 스케치 넘어 집요한 탐구
질펀·단단한 묘사 여릿·묵직한 색감
치열한 본능 꿈틀대는 현장 그려내
  • 등록 2021-07-22 오전 3:30:01

    수정 2021-07-22 오전 3:30:01

최혜인 ‘살 속에 박힌 씨앗’(Seed Embedded in the Flesh·2021), 캔버스에 과슈·아크릴, 100×80㎝(사진=갤러리도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어느 해부학도가 이보다 진지할까. 칼처럼 잘려나간 단면은 정교하다 못해 적나라하다. 저것이 복숭아인지 앵두인지 자두인지는 중요치 않다. 가운데 박힌 씨에서 풍겨 나온 아우라면 족하다. 과실의 살을 파고들다 못해 껍질 밖으로 삐쳐냈다.

오랜 시간 식물을 관찰하고 생명성을 파헤쳤다는 작가 최혜인의 철학적 붓질이 빚어낸 형상. 식물을 그린 이는 수도 없이 많지만 이렇게 집요하게 탐구한 이는 흔치 않다. 나무든 꽃이든 관상용으로 완성한 작품은 수도 없이 많지만 곡식·채소의 근원에 접근한 작품은 흔치 않다.

그래서 작가의 작업은 단편적인 식물의 스케치로만 보이질 않는다. 살아내려는 의지, 그 치열한 본능이 꿈틀대는 질긴 생의 현장처럼 달려들어서다. 이유가 있다. “내가 먹는 음식도 나의 한 부분이라 생각한다”니. “매끼 식구들의 먹거리를 준비하면서 소소한 듯하지만 거대한 삶의 영역을 본다”고 하니.

그래서 유독 ‘씨앗’에 집착하는지도 모르겠다. 바로 모든 생명이 시작되는 첫 단추인 거다. “현재의 씨앗에는 절반은 과거, 절반은 미래가 있다”고도 했다. ‘살 속에 박힌 씨앗’(Seed Embedded in the Flesh·2021)이 그냥 순하고 정적이며 평화로울 수가 없는 까닭이다. 질펀하지만 단단한 묘사, 여릿하지만 묵직한 색감이 밀도 높은 완성을 봤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도올서 여는 개인전 ‘양생: 생명을 북돋다’를 열고 있다. 전시는 8월 1일까지.

최혜인 ‘모여 있는 씨앗들’(The Seeds That Are Gathered·2021), 캔버스에 과슈·아크릴, 100×80㎝(사진=갤러리도올)
최혜인 ‘농익다’(Ripen·2020), 순지에 백토·안료, 66×111㎝(사진=갤러리도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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