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정밀·쪽집게식 타격'…비질런트 스톰 훈련이 뭐길래[김관용의 軍界一學]

윤석열 정부 '한미연합훈련 정상화' 기조에 따라
한미 연합 공중 훈련 '부활', 6일간 비질런트 스톰 훈련
240여대 항공기 띄워 北 주요 표적 최단시간 타격 연습
콘크리트 두께도 감안, 건물 몇층 어디 때릴 것까지 고려
北, 신경질적 과민반응…훈련 대응 연쇄 도발 감행
  • 등록 2022-11-13 오전 9:00:00

    수정 2022-11-13 오전 9:00:0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대한민국 공군과 미 공군이 최근 연합 공중 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을 실시했습니다. 이 훈련은 과거 ‘키리졸브’ 및 ‘독수리훈련’으로 불렸던 상반기 한미연합연습·훈련과 격년제로 실시하는 한미연합 해병대의 ‘쌍룡훈련’, 하반기 한미연합연습인 ‘을지프리덤실드’(UFS) 연습과 더불어 대표적인 한미연합훈련으로 꼽힙니다.

부활한 전시 가정 한미 연합 공중 훈련

비질런트 스톰은 과거 미 공군의 한반도 전시작전 준비 훈련이 모체입니다. 이후 2015년 한미연합훈련으로 내용을 바꾸면서 ‘비질런트 에이스’라는 명칭이 붙었습니다. 비질런트(Vigilant)는 방심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경계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지난 1일 한미 공군의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 훈련에 참가해 임무에 나선 미군 F-35B 전투기(앞)와 우리 공군 KF-16 전투기(뒤)가 군산기지 유도로를 지나고 있다. (사진=공군)
에이스(ACE)는 ‘Air Component Exercise’로 공군 구성군 훈련의 약자입니다. 말 그대로 전·평시 한미연합사령관이나 합참의장의 지휘를 받아 미7공군사령관이 연합공군구성군사령부를 꾸려 실시하는 작전을 숙달하는 것입니다. 북핵 위기가 고조되던 2017년 훈련에는 미국 스텔스 전투기 F-22와 F-35A·F-35B가 한꺼번에 한반도에 전개하는 등 230여대의 한미 항공기들이 한반도 상공을 누볐습니다.

2018년 북미 비핵화 협상에 따른 한미연합훈련 축소·조정으로 우리 공군 단독의 전투준비태세종합훈련으로 쪼그라들었다가 2019년엔 아예 훈련이 시행되지 않았습니다. 윤석열 정부들어 ‘한미연합훈련 정상화’ 기조에 따라 비질런트 스톰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습니다.

스톰(STORM)이라는 이름은 당초 미국이 붙인 것입니다. Strategic & Operational Readiness Momentum의 줄임말입니다. 전시작전을 준비하는 훈련이라는 뜻입니다. 한미간 협의에 따라 ‘폭풍’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름이 정해졌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의 1991년 걸프전 당시 작전명도 ‘사막의 폭풍’(Desert Storm) 작전이었습니다.

스텔스기 등 항공전력, 24시간 지속작전

북한은 유독 비질런트 스톰에 대해서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입니다. 그만큼 북한 입장에서는 매우 위협적인 훈련이라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비질런트 스톰 훈련은 다른 훈련들과 다르게 주·야간에 걸쳐 전투기들이 출격하는 24시간 지속작전 형태로 진행됩니다. 자신들의 레이더에 잡히지도 않는 한미 스텔스전투기들이 연달아 뜨고 내리고, 미 정찰기와 전자전기가 작전을 펼칩니다. 공중급유기까지 동원되기 때문에 북한의 구식 전투기들과는 체공 시간이나 작전 반경 등에서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북한이 지난 2일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방한계선(NLL) 이남의 우리 영해 인근에 미사일을 쏘는 도발을 감행한 것과 관련, 우리 공군 KF-16이 스파이스-2000 정밀유도폭탄을 NLL 이북 공해상에 발사하고 있다. (사진=합참)
특히 북한이 비질런트 스톰 훈련을 체제 전복 시도라고 비난하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유사시 각 전투기에 부여되는 공중임무명령(Pre-ATO) 대로 실전적 훈련을 하기 때문입니다.

한미 각 전투 임무조종사들은 전시를 가정한 훈련에서 북한의 핵심 표적을 할당받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군 항공기의 공중침투를 차단하고 북한 상공에 침투해 이동식발사차량(TEL) 등 핵·미사일 표적과 지하벙커 등 핵심 시설을 정밀타격하는 절차를 숙달합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있는 주석궁과 정권 지도부가 있는 평양 주요 시설, 영변 핵시설, 자강도 무평리 일대 미사일 관련 시설, 잠수함 전력이 주둔하는 신포 조선소 등을 최단 시간 내에 타격하는 훈련도 합니다.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군 장사정포 무력화와 북한군 특수부대의 해상 침투 차단 연습도 진행합니다.

게다가 이같은 타격 훈련은 매우 세밀하게 이뤄집니다. 만약 주석궁 타격 임무를 부여받은 전투 임무 조종사가 있다면, 정문을 타격할 건지, 건물 몇 층을 타격할지도 정해져 있습니다. 콘크리트 두께와 건물 깊이 등도 고려해 어떤 폭탄을 얼마만큼의 폭약을 써서 투하할 것까지 감안합니다.

북한 활주로 타격에도 몇 미터 지점을 깨야 무력화 하는데 가장 효과적인지를 판단한다고 합니다. 이같은 표적에 대한 개발과 분석은 공군작전사령부 내 한국항공우주작전본부(K-AOC)를 통해 이뤄집니다.

北 “전략적 대상 타격 위한 침략형 전쟁연습”

매우 공세적인 이같은 훈련에 북한은 즉시 반발했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1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이번 훈련은 조선반도 유사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적 대상들을 타격하는 데 기본목적을 둔 침략형 전쟁연습”이라고 지적했습니다. 2일에는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방한계선(NLL) 이남 우리 영해 근처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하는 등 이날만 4차례에 걸쳐 25발가량의 미사일을 퍼부었습니다. 또 100여 발의 포병사격도 동해 해상완충구역으로 가해 9·19 군사합의를 위반했습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3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D.C 인근 메릴랜드주 소재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함께 방문해 B-1B의 능력과 작전운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미측은 이날 이례적으로 각종 폭탄과 미사일을 탑재하는 B-1B의 내부 무장창까지 열어 공개했다. (사진=국방부)
3일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을 포함해 탄도미사일 6발을 쐈습니다.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지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비질런트 스톰 훈련을 하루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자 북한군 서열 1위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까지 나서 “매우 위험하고 잘못된 선택”이라고 비난하며, 1시간여 지나 또 탄도미사일을 연달아 발사하고 해상완충구역 내에 포병 사격도 가했습니다.

이에 미국은 전략폭격기 B-1B 2대를 급파해 연장한 비질런트 스톰 훈련에 투입시켰습니다. B-1B ‘랜서’는 핵을 탑재하지는 않지만 재래식 폭탄 탑재량만으로 평양을 순식간에 초토화할 수 있는 가공할만한 전략자산입니다. 북한은 7일 비질런트 스톰에 대응해 지난 2~5일 대남 군사 작전을 진행했다면서 관련 내용을 관영매체를 통해 보도했습니다. 이같은 과민 반응은 한미의 군사적 행동에 대한 두려움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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