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TMI]금값 사상 최고에도 웃지 못하는 거래소

KRX금시장 거래대금, 5년 평균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
수수료 0.1%에 불과..연간 5억~10억 적자
  • 등록 2019-07-04 오전 5:10:00

    수정 2019-07-04 오후 1:17:25

여의도 증권가는 돈 벌기 위한 정보 싸움이 치열한 곳입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쪽지와 지라시가 도는 그야말로 정보의 홍수인 곳입니다. 너무 정보가 많아서 굳이 알고 싶지 않거나 달갑지 않은 내용까지 알게 되는 TMI(Too Much Information)라는 신조어도 있는데요. TMI일 수도 있지만 돈이 될 수도 있는 정보, [여의도 TMI]로 풀어봅니다.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무역분쟁에 경기둔화 가능성이 부각되자 안전자산인 금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2014년 3월 문을 연 KRX금시장에서 거래되는 금값도 지난달 25일 그램(g)당 5만3020원까지 올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한 돈당 19만8825원을 기록한 셈이죠. 올 들어 금 거래대금도 하루 평균도 11억2400만원으로 최근 5년 평균치(6억8000만원)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정작 KRX금시장을 운영하는 한국거래소는 씁쓸합니다. 금 거래에 부과되는 수수료가 0.1%에 불과해 금 거래가 늘어나도 연간 5억~10억원 가량 적자가 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KRX금시장 개설 당시 만들었던 시스템과 관련해 매년 감가상각비가 10억원씩 발생하는데 수수료로 받는 액수는 고작 2억~3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수수료 0.1%도 거래소 혼자 가져갈 수는 없습니다. KRX금시장에 거래되는 금은 실물 금을 보관한 상태에서 거래됩니다. 이 금을 보관하는 곳은 한국예탁결제원입니다. 그러니 수수료의 3분의 1 가량은 예탁원에 줘야 합니다.

거래소는 공공기관도 아니고 자체 수익을 내서 먹고 살아가는 기관이지만 KRX금시장은 수익을 목적으로 설립됐다고 보기 어려운 곳입니다. 금이 부가가치세 탈세와 불법 상속의 원흉으로 지목되다보니 조금이라도 양성화시키자는 목적에서 수수료를 아주 적게 받고 음성화된 거래를 드러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여전히 전체 금 시장 규모를 알기 어려울 만큼 음성 거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거래되는 연간 금 거래량이 100~150톤으로 추정되는데 여전히 70~80%는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고 말했습니다. KRX금시장에선 연간 평균 5톤이 거래됩니다. 전체 금 시장 추정치를 고려하면 고작 3~5%만이 거래되는 꼴입니다.

KRX금시장의 금값은 국제 시세에 환율을 곱해 결정되는데 KRX금시장이 전체 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적은 데다 정확한 금 시장 규모 자체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사상 최고치 금값’의 수준이라는 게 얼마나 대표성을 가질지는 의문입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종로 시장에서 음성적으로 금을 사면 부가가치세 10%가 제외되기 때문에 가격으론 당해낼 수 없지만 양성화된 시장에서 금을 산다면 KRX금시장에서 사는 것이 가장 싸다”고 말했습니다. KRX금시장에서 금을 사면 증권사에 0.3%의 거래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양도소득세와 부가가치세가 면제됩니다. 다만 금을 골드바 등의 형태로 실물로 받을 때에는 거래가격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내는 구조입니다. 최근 금 수요가 늘어나면서 은행에서 금을 살 경우 실물 금을 받는데 몇 주, 길게는 한 달이 걸린다고 하는데요. KRX금시장에서 직접 금을 수령하는 것은 단 이틀이면 됩니다. 그러니 금 실물을 빨리 손에 넣고 싶다면 KRX금시장이 낫겠죠. 이 꽉 깨물어도 무르지 않는 순도 99.99%도 보증됩니다.

거래소는 영화배우 진선규 씨를 홍보대사로 발탁하고 금 현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추진하는 등 금 거래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KRX금시장이 만들어진 지 5년밖에 안 된 데다 음성 거래가 근절되지 않은 이상 제도적으로 금 거래를 KRX금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거래소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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