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무역분쟁에 경기둔화 가능성이 부각되자 안전자산인 금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2014년 3월 문을 연 KRX금시장에서 거래되는 금값도 지난달 25일 그램(g)당 5만3020원까지 올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한 돈당 19만8825원을 기록한 셈이죠. 올 들어 금 거래대금도 하루 평균도 11억2400만원으로 최근 5년 평균치(6억8000만원)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정작 KRX금시장을 운영하는 한국거래소는 씁쓸합니다. 금 거래에 부과되는 수수료가 0.1%에 불과해 금 거래가 늘어나도 연간 5억~10억원 가량 적자가 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KRX금시장 개설 당시 만들었던 시스템과 관련해 매년 감가상각비가 10억원씩 발생하는데 수수료로 받는 액수는 고작 2억~3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수수료 0.1%도 거래소 혼자 가져갈 수는 없습니다. KRX금시장에 거래되는 금은 실물 금을 보관한 상태에서 거래됩니다. 이 금을 보관하는 곳은 한국예탁결제원입니다. 그러니 수수료의 3분의 1 가량은 예탁원에 줘야 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전체 금 시장 규모를 알기 어려울 만큼 음성 거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거래되는 연간 금 거래량이 100~150톤으로 추정되는데 여전히 70~80%는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고 말했습니다. KRX금시장에선 연간 평균 5톤이 거래됩니다. 전체 금 시장 추정치를 고려하면 고작 3~5%만이 거래되는 꼴입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종로 시장에서 음성적으로 금을 사면 부가가치세 10%가 제외되기 때문에 가격으론 당해낼 수 없지만 양성화된 시장에서 금을 산다면 KRX금시장에서 사는 것이 가장 싸다”고 말했습니다. KRX금시장에서 금을 사면 증권사에 0.3%의 거래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양도소득세와 부가가치세가 면제됩니다. 다만 금을 골드바 등의 형태로 실물로 받을 때에는 거래가격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내는 구조입니다. 최근 금 수요가 늘어나면서 은행에서 금을 살 경우 실물 금을 받는데 몇 주, 길게는 한 달이 걸린다고 하는데요. KRX금시장에서 직접 금을 수령하는 것은 단 이틀이면 됩니다. 그러니 금 실물을 빨리 손에 넣고 싶다면 KRX금시장이 낫겠죠. 이 꽉 깨물어도 무르지 않는 순도 99.99%도 보증됩니다.
거래소는 영화배우 진선규 씨를 홍보대사로 발탁하고 금 현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추진하는 등 금 거래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KRX금시장이 만들어진 지 5년밖에 안 된 데다 음성 거래가 근절되지 않은 이상 제도적으로 금 거래를 KRX금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거래소의 설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