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유레카] 국내 신약개발사 새롭게 쓰다... 보령제약 ‘카나브’

1992년부터 18년 연구개발 끝에 세상에 나와
연구진 열정과 경영진 지원 성과
임상시험 논문 세계적 SCI급 저널에 등재
첫해에만 100억 매출..중남미로 라이선스 아웃도
지난해 1000억 매출 돌파..상업적 성공 지표로
카나브패밀리 제품으로 장기적 성장 모색
  • 등록 2021-11-07 오전 8:39:11

    수정 2021-11-07 오전 11:25:49

[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신제품 개발은 어느 업계나 쉽지 않은 일이다. 시장에 내놓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까지는 말 그대로 ‘천운(天運)’이 따라야 한다. 특히 우리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약·바이오업계의 신제품 개발은 평균 10년가량이 걸린다고 할 정도로 쉽지 않다. 그 파란만장한 역사 속에서 제약·바이오 강국에 대한 희망을 찾아본다. [편집자]

“국내에서 개발단계에 있는 고혈압치료제가 없기에 모든 것이 처음에서 시작하는 것이었다. 국내 최초로 간접혈압측정장치를 이탈리아에서 수입해 참고문헌을 찾아가며 하나하나 적용하던 과정도 쉽지 않았다. 실험실 자체를 밀폐하고 그 안에서 새벽까지 땀을 뻘뻘 흘리던 일 등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성공적인 신약 사례로 꼽히는 보령제약(003850) 고혈압치료제 ‘카나브(피마사르탄 기반)’ 연구진의 회고다. 신약 개발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다.



◇ 세상에 나오기까지 18년..무산위기 열정으로 돌파

실제 카나브가 개발부터 세상에 빛을 보기까지 1992년부터 장장 1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고혈압치료제는 한번 먹으면 죽을 때까지 복용해야 하기에 효과, 독성, 부작용에 대한 장기간 관찰이 중요하고 끝도 없는 반복 시험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 지난했던 과정에서 개발 자체가 무산될 위기도 많았다. 후보물질을 발굴하던 연구 당시, 수백 개의 합성물 중 가장 효력이 뛰어났다고 평가된 것으로 동물시험이 진행됐다. 하지만 혈압강하 효과는 좋았지만 4~5시간 경과 후 약효가 급격히 감소하는 단점이 드러났다. 하루에 같은 약을 두 번 먹어야 해 시장성이 없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보령제약 경영진은 고심 끝에 1997년 신약개발이 시작된 지 5년 만에 백기를 들었다.

매일 같은 철야 근무를 마다하지 않고 연구에 매진했던 카나브 연구진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우리나라 신약개발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겠다는 목표도 물거품이 될 순간이었다. 마지막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연구소장의 직을 건 경영진 설득 덕분이었다.

허락된 시간은 단 3개월. 카나브 연구진은 절박함으로 전에 없던 방식까지 도전하며, 실험에 임했다. 다행히 3가지 구조의 물질을 합성해 기적처럼 원하던 후보물질을 찾아내며 돌파구를 찾아냈다. 이후 임상 1상부터 2011년 3월 시장에 내놓기까지 수많은 난관도 이 같은 카나브 연구진의 열정과 보령제약 경영진의 지원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보령제약 연구진이 실험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보령제약)


◇발매 첫해 매출 100억 달성..복합제 개발 이어지며 성장 이어가

이는 실질적인 성과로도 이어졌다. 카나브는 발매 첫해에 매출 100억원을 넘어서며, 국내외 고혈압 신약의 새역사를 썼다. 당시에는 일반적인 국산 신약의 첫해 매출이 최대로 잡아도 30억을 못 넘었으니, 괄목할 만한 성적이다. 다국적기업의 주요 고혈압 신약 첫해 매출도 10억원을 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결과였다. 카나브의 임상시험 논문은 세계적 SCI급 저널에 연이어 등재됐고, 임상결과는 ‘고혈압의 올림픽’이라고 일컫는 세계고혈압학회(ISH)에서 발표될 정도였다. 2011년 멕시코를 포함한 중남미 13개국과의 첫 라이선스 아웃(기술수출) 계약을 시작으로 중국, 독일, 동남아 등 전 세계에 수출할 수 있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이를 바탕으로 카나브는 지난해 매출 1000억원도 돌파했다. 국산 신약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수치다.

보령제약은 카나브의 복합제 개발 등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카나브 바탕의 복합제 ‘카나브패밀리’가 대표적인 예다. 카나브패밀리에는 듀카브(암로디핀 복합제), 투베로(로수바스타틴 복합제) 등 총 6종이 있다. 듀카브는 지난해 전년 대비 22.3% 성장한 351억원, 투베로도 40.0% 늘어난 48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한 바 있다. 보령제약은 내년에 카나브와 CCB계열 고혈압치료제인 암로디핀, 이뇨제를 합친 고혈압3제 복합제도 출시할 예정이다.

정웅제 보령제약 Rx부문장은 “카나브는 국산 신약의 새길을 연 제품으로 지난해 기준 카나브패밀리 연간 환자는 약 70만명, 연간 생산수량 약 1억 5000만정에 달한다”며 “현재 약 40여개국에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하고 10여개국에서 발매허가를 받아 처방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나브패밀리 제품. (사진=보령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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