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함보다 신중함…'절제된 친미'로 대중 위기관리 필요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 리포트]②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겸 미중정책연구소 소장
中과의 관계 관리, 국가의 사활적 이익처럼 중요
한중관계 관리, 尹정부 외교안보 역량 가늠할 척도될 것
  • 등록 2023-01-25 오전 5:03:00

    수정 2023-01-25 오전 5:03:00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겸 미중정책연구소 소장] 윤석열 정부에서 한중관계는 불안하기만 하다. 필자는 윤 정부 집권기간 동안 한중 관계 좌표가 ‘현상유지 마이너스’에서 ‘갈등과 충돌’ 사이에 놓일 것이라고 예측한 적이 있다. 한중관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윤 정부 외교·안보의 최대의 과제이자 그 역량을 가늠하는 척도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 日 이어 中에 공세적 태도 강화하는 나라

우리가 겪었던 중국 관련 역사적 경험들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한민족에게 중국과 만주대륙은 항상 가장 주요한 실존적·안보적 위협이었다. 중국인들의 오만과 굴욕에 대한 역사적 기억도 강하다. 우리 국민의 반중 감정은 세계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중 정서는 보수적인 윤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중국과의 접촉에서 쌓아 온 개인적인 분노와 좌절감, 중국 외교의 오만불손한 태도, 정치적 이념의 차이, 지나치게 대중국 저자세를 보였다고 생각하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분개, 북핵 문제에서 중국 역할에 대한 실망, 사드 사태 이후 중국의 대(對)한국 재제와 양 국민 사이의 갈등 증폭 등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뒷받침된다.

대다수 국민들이 중국에 대해 거침없는 언사를 발하는 윤 정부에 대해 아마도 카타르시스를 느낄지도 모른다. 코로나 방역을 둘러싸고 최근 전개된 한중 간의 갈등과 충돌은 상기에 언급한 역사·구조·국내정치적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은 더 이상 고래 싸움에 낀 새우가 아니다. 한국은 미·중 전략경쟁의 승패를 좌우할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 가장 핵심적인 역량 중 하나인 반도체, 배터리, 디지털 플랫폼 등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 역량을 지녔다. 미국의 동맹 중 즉각적인 동원과 협력이 가능한 최상의 군사적 역량과 방산 역량을 지닌 국가이기도 하다. 이처럼 종합적인 역량을 지닌 국가도 드물다.

윤 정부 들어 한국은 일본에 이어 중국에 공세적인 태도를 강화하고 있는 나라다. 최근에는 한국 국회의원들이 대만을 방문하는 등 우리 국민의 대만 접촉이 급증하면서 중국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미국이나 호주는 대중 공세를 어느 정도 조절하는 양상이다. 이번 코로나 관련 방역조치와 관련,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도 미국과의 동맹을 강조하고, 적대적인 태도로 중국에 대응하는 일본과 한국에 중국이 맞대응한 이유다.

이처럼 한중 관계는 살얼음판이다. 한국이 미국과 포괄적인 동맹관계를 강화함으로써 한중 관계에 도전적인 요인이 확대된다고 할지라도, 한중 관계를 가벼이 생각하거나 출구를 고려하지 않고 갈등 국면으로만 이끌면 국익에 크게 위배된다. 그러면 윤 정부의 외교·안보 팀은 무능했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을 것이다. 현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은 모두 한국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 한국은 미·중 모두에게 `핵심축`(lynchpin)이다. 그리고 지정학적으로는 `추축국가`(Pivot State)로서 단층선상에 위치한다.

이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처럼 얼마나 불안정하고 위험한 파쇄국가로 전락할 수도 있는 상황인지도 동시에 말해준다. 미·중 전략경쟁의 세계에서 양측으로부터 지지요청을 받지만, 언제든 강력한 보복을 받아 파쇄될 수 있는 위상이고, 동시에 그러한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국회 내 대중정책연구위원회 설치 필요

한국은 미·중 전략경쟁의 선두에 선 십자군의 기사단이 될 그런 역량을 지니고 있지 않다. 정책의 선명성보다는 신중하고, 절제된 친미(親美)정책과 대중(對中) 위기관리 정책의 조화 사이에 좌표를 잘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친미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필요한 역량을 반드시 갖추는 것이 핵심이며 지속가능한 한미 관계를 추진해야 한다. 미국에 일방적으로 추종하는 것이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한국의 생존·번영·평화라는 결과를 자동으로 가져오지는 않는다. 한중 관계를 잘 관리하는 것은 한국의 번영과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역설적으로 중요하다.

중국과의 관계를 잘 관리하는 것은 국가의 사활적 이익처럼 중요하다. 미·중 전략경쟁은 이제 무역전쟁에서 과학기술 전쟁, 공급망의 재구성 전쟁의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경제과 과학기술 영역, 그리고 국내정치 역량이 결국 미·중 관계는 물론이고 추후 국제질서의 면면을 결정할 것이다. 외교·안보 라인에게 그 과정은 복잡하고 혼란스러우며, 기존의 이해 방식과 판단으로는 그 해법을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어떤 선택이든 국민이 감내해야 할 비용도 예상보다 클 개연성이 높다.

대외정책에서 협치에 기반한 점진적인 전략을 추진할 것을 윤 정부에 권고한다. 생각은 유연하게, 비전은 멀리, 준비는 포괄적으로(항상 결과를 고려), 언사는 신중하게 해야 한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강한 세계에서 필요한 것은 당파성이 아니라 역량이며, 신중함이다. 적극적으로 전문가들과 협업을 통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대응책을 논해야 한다. 국회 내에 전문 연구기관으로 대중정책연구위원회를 두는 것도 생각할만하다.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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