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정책 시대의 함정[생생확대경]

  • 등록 2023-07-25 오전 5:00:00

    수정 2023-07-25 오전 5:00:00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찔끔’ 정책에 대한 반성으로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때의 정책 캐치 프레이즈는 ‘시장 예상보다 더 세고 강하게’였다. 그 결과 주가가 ‘V자’ 회복을 했을 정도로 금융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미국은 여기에 더해 대규모 재정 지출을 펼쳤고, ‘놀면서 정부 지원금 받는 것이 일할 때보다 수입이 더 낫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런 과잉정책의 시대는 포스트 코로나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미국은 3월초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거의 하루 만에 일단락시켰다. ‘예금자 보호 한도를 넘어선 예금까지 전액 보호한다’는 말이 뱅크런을 멈췄다.

과잉정책은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난다. 특히 주택 관련 정책에서 두드러진다. 한국은행이 임차가구를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 집주인은 만기 도래되는 전세 계약의 보증금을 내주려면 평균 7000만원(4월 기준)을 어디선가 구해와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역전세 절반 이상(53.9%)은 보증금 차액이 5000만원 이하였다. 임대가구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올해말 전세 보증금이 작년 3월 대비 20% 하락하더라도 집주인의 95.9%는 현 체제 내에서도 은행 예금 등 금융자산을 활용하거나 추가 대출을 통해 보증금을 상환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같은 분석이 무색하게 정부가 27일부터 시행하는 보증금 상환을 위한 집주인 대출 규제 완화는 소득에 따라 무려 1억7500만~3억5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게 된다. 또 정부는 가계대출 구조 개선이라는 명목으로 올해부터 ‘특례보금자리론’을 시행, 4%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으면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방법까지 제시했다.

과잉정책 대응은 문제가 없을까. 과잉 대응은 또 다른 과잉을 부르거나 기존 정책 효과를 무용화시킨다. 미국의 코로나19 위기 과잉 대응은 초과 저축, 노동공급 축소를 만들어 인플레이션을 장기화시켰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자신들의 물가 대응 실책까지 더해 더 빠르고 더 높은 금리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SVB사태 대응은 금융시장을 빠르게 안정시켰지만 ‘도덕적 해이’라는 또 다른 비용을 쌓았다. 추후 유사 사태가 발생하면 한도 이상의 예금까지 전액 보호될 것이란 기대를 만들어놨다.

우리나라에선 통화정책이 무력화될 우려가 커졌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때문에 금리 인상을 시작했는데, 역대급 빠른 금리 인상에도 가계부채가 또 다시 늘어나게 됐다.

과잉정책도 부작용이 큰데 정책 방향마저 잘못됐다면 어떻게 될까. 작년말 시장금리가 높게 올라 문제가 됐던 것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었다. PF는 분양시장과 밀접하고 ‘브릿지론’이기에 단기금융시장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정부의 주택 대책은 대출을 받아서 기존 집값을 떠받치는 데 있다. 그 결과 집값 하락은 막았지만 가계부채는 늘렸고 부동산PF는 해결되지 않았다. 부동산PF의 특효약은 금리 인하일 텐데 가계부채로 인해 한은은 금리를 내리기도 올리기도 어렵게 됐다. 과잉정책이 불러올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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