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노이즈'를 기어이 살려낸 까닭은…박종규 '~크루젠'

2021년 작
디지털이미지의 가장 작은 ‘픽셀’ 모티프로
불순물 취급받던 노이즈 걸러내 주역 삼아
취하고 버리는 '선택기준'을 묻는 작품으로
  • 등록 2021-03-29 오전 3:20:00

    수정 2021-03-29 오전 3:20:00

박종규 ‘~크루젠’(~Kreuzen·사진=갤러리조은)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푸른 바탕을 잠식해 가는 핑크색 균열. 저 ‘깨짐’이 낯설지만은 않은 건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 흔적이라서다. 흔히 컴퓨터 화면에서 디지털 이미지가 무너질 때 내는 소리 없는 파열음이라고 할까. ‘푸른’이 남을지, ‘핑크’가 남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긴장감을 작가 박종규(55)는 화면에 옮긴다.

작가는 디지털 이미지의 가장 작은 단위인 ‘픽셀’을 모티프로 삼는다. 그 최소의 것에서 점과 선으로 빼낸 ‘미처 인지하지 못한 생명력’인 ‘노이즈’를 드러내는 건데. 때론 잡음으로, 때론 불순물로 해석되는, 그래서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것으로 취급했던 노이즈를 살아남을 이유가 선명한 ‘귀한 존재’로 복원해내는 거다.

방식이 단순치 않다. 컴퓨터에서 픽셀 이미지로 재배치한 노이즈를 시트지로 인쇄한 뒤 정제한 점과 선을 떼어내고 아크릴물감을 덧칠한다. 그 과정에서 노이즈는 살고, 노이즈가 아닌 것이 되레 불순물로 걸러진다고 했다.

‘교차한다’ ‘횡단한다’는 뜻의 ‘~크루젠’(~Kreuzen·2021)은 그렇게 나왔다. 오늘 우리가 뭔가 선택하고 버렸다면 도대체 어떤 기준에서였는지, 그걸 이렇게 묻고 있다.

4월 9일까지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5가길 갤러리조은서 여는 개인전 ‘~크루젠’에서 볼 수 있다. 5년 만의 개인전에 28점을 걸었다. 캔버스에 아크릴. 145.5×112.1㎝. 작가 소장. 갤러리조은 제공.

박종규 ‘~크루젠’(~Kreuzen·2020). 캔버스에 아크릴, 130.3×97㎝(사진=갤러리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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