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테마록]김재박 감독의 실용주의와 이성렬 트레이드

  • 등록 2008-06-03 오전 11:33:59

    수정 2008-06-03 오전 11:40:18

▲ 김재박 감독 (사진제공=LG트윈스)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LG는 3일 두산과 2-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LG에선 외야수 이성렬과 포수 최승환이, 두산에선 투수 이재영과 내야수 김용의가 건너가게 됐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이성렬의 두산행이다. 이성렬은 2004년 데뷔 이후 5년간 통산 타율이 2할2푼9리에 불과한 선수다. 그러나 그는 지난 2002년 2차 1번으로 지명된 선수이며 그의 소속이 유망주에 지극한 정성을 쏟는 LG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두산에서 받은 이재영의 경우 이제 29살로 가능성 또한 풍부하게 갖고 있는 선수다. 그러나 그에 대한 카드가 가장 아끼던 유망주 카드 중 하나였던 이성렬이란 점에서 LG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김 감독의 실용주의
LG 최동수는 이제 당당한 팀의 중심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01년 긴 무명 생활을 털고 주전급 선수로 도약했었지만 2003년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던 그다.

그후 몇년간은 늘 뒷켠에 밀려 있어야 했다. 이미 서른을 훌쩍 넘긴 최동수 보다는 언제나 새로 입단한 유망주들이 먼저 자리를 차지했다.

2007 시즌이 시작될 무렵에도 마찬가지였다. 선발 라인업에 좀처럼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분위기는 이전과는 달랐다.

2006년까지 주전에서 밀린 그에게 코칭스태프가 한 위로의 말은 "대타요원이 부족하니 네가 필요하다"가 고작이었다.

그러나 지난해는 달랐다. "아직 팀을 파악하는 단계이니 기다려봐라. 너 만큼 칠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다"며 등을 두드려줬다.

괜한 말이 아니었다. 오래지 않아 그를 찾는 일이 잦아졌고 어느새 팀의 4번타자라는 막중한 책임이 지워졌다.

분명 의미 있는 변화였다. 최근 몇년간 LG는 실력 보다는 이름값과 미래에 대한 가치가 더욱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시즌 초 중반까지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지러운 기용이 이뤄졌고 4강권에서 멀어지면 '리빌딩'이란 이름으로 유망주들에게 더욱 우선권이 주어졌다. 그러나 좀처럼 결실을 맺지 못했다.

김재박 감독은 달랐다. 나이나 명성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일단 눈에 띄는 실력 위주로 팀을 꾸렸다. '4번타자 최동수'는 김 감독의 실용주의를 가장 명확하게 대변하는 사례다.

▲이성렬의 두산행 의미
이성렬은 LG의 숱한 유망주 들 사이에서도 단연 주목받는 존재였다. 동물적 감각이 느껴지는 스윙과 빠른 움직임, 여기에 강한 어깨까지 갖고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원래 포지션인 포수로서는 낙제점을 받았지만 외야수라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았다. 매년 우선권은 그에게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그에 대한 평가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단순히 기회가 없어서가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동체시력이다. 빠르게 움직이는 공을 순간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원인을 찾다보니 눈 수술 경험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수술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확정지을 순 없다. 그러나 눈 수술 이후 야간경기의 빛 번짐 현상 등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삼성 심정수도 몇년간 이런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용달 LG 타격코치는 "가끔씩 너무 엉뚱한 공에 스윙을 하는 모습을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단 코치 입장에서 기술적 문제라는 전제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성렬은 지난해 낮경기시 2할6푼7리, 야간 경기시 2할4푼6리를 기록했다. 올시즌에는 주간 5푼3리,야간 2할6푼2리를 기록했지만 표본 경기수 자체가 29경기에 불과하다.

이성렬이 잠재력을 지닌 선수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그가 언제쯤 재능을 꽃피울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또 그동안 왜 안됐는지에 대한 분석도 아직까지는 어느 것이 옳다고 단정짓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이성렬의 두산행은 LG가 더 이상 유망주의 이름값에만 무게를 두지는 않는다는 선언적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다.

LG는 김재박 감독 취임 이후 몇차례 트레이드를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중 몇차례는 받아오는 카드의 나이가 문제가 됐다. LG 프런트는 트레이드 협상에서 현실보다는 미래에 좀 더 무게감을 두고 있었다.
 
LG는 그동안 애지중지하던 이성렬을 떠나보냈다. 이성렬의 트레이드가 실질적인 LG의 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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