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주'는 없다…눈물바람 난 김자옥

악극 '봄날은 간다'로 전통극 무대에
진도 여객선 침몰사건 소식에 눈물 쏟아
암투병 역경 딛고 다시 촬영장으로
"내 나이 맞게…자연스러움 소중히 여기게 돼"
  • 등록 2014-04-21 오전 7:03:00

    수정 2014-04-21 오전 8:23:42

데뷔 40년 넘게 연기를 해온 김자옥(63)이지만 악극은 아직 낯설다. 김자옥은 “윤문식·최주봉 선배는 어려서 본 악단 속 진짜 광대 같다”며 “함께 연습하며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사진=쇼풀레이).


[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엄마 사랑해’란 문자 내용을 보는데….” 진도 세월호 여객선 침몰사건이 일어난 다음날인 17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우리금융아트홀에서 만난 배우 김자옥(63)은 눈물바람이었다. “배 안에 있을 아이들 생각하니 잠을 못 자겠더라.” 김자옥은 상심에 빠져 있었다.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때도 현장을 찾았다는 김자옥은 진도로 내려가 볼 생각도 하고 있었다. 피해자 가족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나누고 싶어서다. “부모들은 지옥 같은 마음일 거다. 남의 일이 아니다. 이럴 때 우리가 함께 있어야 한다.” 김자옥도 20대 아들을 둔 어머니다. 붉어진 눈에서 모성이 진하게 흘렀다.

김자옥이 오랜만에 악극 ‘봄날은 간다’(5월 1~25일)에 출연한다. 역시 ‘한’(恨)이 서린 작품이다. 남편에게 첫날밤 버림받고 아들까지 월남전에서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낸 명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박복한 여인을 연기하는 김자옥은 “바로 그게 우리 어머니들이 살아온 인생”이라고 말했다. “한을 나누며 같이 울고 싶어서 선택한” 작품이다. 2003년 첫 공연된 악극은 당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1500석 28회)을 꽉 채우며 인기를 누렸다. 추억과 공감의 힘이다.

김자옥은 고상한 이미지가 강한 배우다. 최근에도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 ‘그들이 사는 세상’과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등에서 세련된 중년을 연기했다. 그런 김자옥이 왜 전통극일까. 김자옥은 “촌스러운 정서가 가슴을 울리는 묘한 매력이 있다”고 답했다. 2004년에 마당극 ‘제비가 기가 막혀’에 출연한 것도 같은 이유다. “주위에서 다 의외라고 하더라. 사람들은 숨기려 하지만 난 그 촌스러움이 좋다. 좋아하는 가수? 당연히 나훈아다.”

김자옥은 악극에서 ‘나는 울었네’ ‘여자의 일생’ 등을 부른다. 이중 이미자의 ‘여자의 일생’은 김자옥이 특히 좋아했던 노래다. “예전에 방송국에서 촬영할 때 녹화 짬짬이 노래방에 자주 갔다. 가다 보니 가게 사람들과 친해졌고.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은 아주머니가 ‘여자의 일생’을 가슴으로 부르는 걸 듣고 애창곡이 됐다. 종류와 색깔만 달랐지 누구나 다 굴곡과 아픔을 겪으며 사는 거니까.”

김자옥도 역경을 딛고 일어섰다. 2012년 발병한 대장암 투병을 거쳐 촬영장으로 돌아왔다. 정신력이 더 강한 배우다. “암은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병”이라며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 같다”고 말한 게 김자옥이다. 1970년 MBC 공채 2기 탤런트로 데뷔해 올해로 배우생활 44년 차. 김자옥은 흘러가는 세월과 함께 배우로 늙어왔다. “절대 변할 수 없는 게 세월”이라며 “그냥 나이에 맞게 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고 연기에 대한 생각을 내놨다. ‘공주’는 없다. 자연스러움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는 배우만 남았다. “여행(tvN ‘꽃보다 누나’) 어땠냐고? 떠날 때부터 ‘아무것도 시키지 마라’고 했다. 여행이잖아. 그래서 씻지도 않고 앉아 있다 하늘 보고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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