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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엄마 사랑해’란 문자 내용을 보는데….” 진도 세월호 여객선 침몰사건이 일어난 다음날인 17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우리금융아트홀에서 만난 배우 김자옥(63)은 눈물바람이었다. “배 안에 있을 아이들 생각하니 잠을 못 자겠더라.” 김자옥은 상심에 빠져 있었다.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때도 현장을 찾았다는 김자옥은 진도로 내려가 볼 생각도 하고 있었다. 피해자 가족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나누고 싶어서다. “부모들은 지옥 같은 마음일 거다. 남의 일이 아니다. 이럴 때 우리가 함께 있어야 한다.” 김자옥도 20대 아들을 둔 어머니다. 붉어진 눈에서 모성이 진하게 흘렀다.
김자옥이 오랜만에 악극 ‘봄날은 간다’(5월 1~25일)에 출연한다. 역시 ‘한’(恨)이 서린 작품이다. 남편에게 첫날밤 버림받고 아들까지 월남전에서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낸 명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박복한 여인을 연기하는 김자옥은 “바로 그게 우리 어머니들이 살아온 인생”이라고 말했다. “한을 나누며 같이 울고 싶어서 선택한” 작품이다. 2003년 첫 공연된 악극은 당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1500석 28회)을 꽉 채우며 인기를 누렸다. 추억과 공감의 힘이다.
김자옥도 역경을 딛고 일어섰다. 2012년 발병한 대장암 투병을 거쳐 촬영장으로 돌아왔다. 정신력이 더 강한 배우다. “암은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병”이라며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 같다”고 말한 게 김자옥이다. 1970년 MBC 공채 2기 탤런트로 데뷔해 올해로 배우생활 44년 차. 김자옥은 흘러가는 세월과 함께 배우로 늙어왔다. “절대 변할 수 없는 게 세월”이라며 “그냥 나이에 맞게 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고 연기에 대한 생각을 내놨다. ‘공주’는 없다. 자연스러움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는 배우만 남았다. “여행(tvN ‘꽃보다 누나’) 어땠냐고? 떠날 때부터 ‘아무것도 시키지 마라’고 했다. 여행이잖아. 그래서 씻지도 않고 앉아 있다 하늘 보고 그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