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종기 ‘토크 & 네이처’(사진=표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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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선임기자] 2m를 훌쩍 넘긴 150호 크기의 화면을 채운 건 여인의 뒷모습이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뒤통수’다. 시선이 꽂히는 포인트란 얘기다. 당황스럽다. 한 점이어도 사연이 궁금할 판인데 줄지어 뒤태를 드러낸 여인들이라니.
동명연작 ‘토크 & 네이처’(2017)에 대한 작가 정종기(56)의 해명은 의외로 간단하다. “성찰하는 그림”이라서란다. 끊어진 대화, 군중에서 빠진 나, 그래서 내리누르는 어쩔 수 없는 상실·공허감을 인물의 뒷모습에 비춰냈다는 것이다.
머리카락 한 올까지 섬세하게 그려낸 극사실주의적 인물 묘사는 그 앞에 광활하게 펼친 비현실적 배경과 서걱거리는 대치를 이룬다. 쉽게 조화를 이룰 수 없는 척박한 세상살이와 맞닥뜨린 고단한 내면을 놓치지 말라는 건지.
내달 18일까지 서울 용산구 소월로 표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토크 & 네이처’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181.8×227.3㎝. 작가 소장. 표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