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짝지근해' 김희선, 20년 만에 무너뜨린 벽과 자신감 [인터뷰]①

"관객수로 성적 매기는 영화, 밉다가 나중엔 두렵더라"
"이한 감독 손편지에 감동…'치호'처럼 순수한 사람"
"내 실제 성격과 비슷한 일영, 비속어 연기는 당황"
"칼 없고 피 없고 폭탄 없는 영화…주변 반응에 행복"
  • 등록 2023-08-11 오전 10:27:49

    수정 2023-08-11 오전 10:36:50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달짝지근해’는 저에게 자신감을 얻게 해준 작품이죠. 영화에 대해 갖고 있던 20년의 벽을 한 번에 무너뜨려준.”

배우 김희선, 1990년대부터 약 30년이 흐름 지금까지 트렌디 드라마의 대표주자이자 예능까지 섭렵한 명불허전 ‘미’(美)의 아이콘. 김희선이 ‘화성으로 간 사나이’(2003) 이후 무려 20년 만에 영화 ‘달짝지근해: 7510’(이하 ‘달짝지근해’, 감독 이한)로 스크린 복귀한다.

김희선은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통해 영화 ‘달짝지근해’의 개봉을 앞둔 소감을 털어놨다.

1993년 CF로 데뷔한 김희선은 1990년대, 2000년대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톱스타다. 아울러 ‘앵그리맘’, ‘품위있는 그녀’, ‘앨리스’에 최근작인 ‘내일’과 ‘블랙의 신부’까지 드라마는 물론 ‘섬총사’, ‘우도주막’ 등 예능까지 접수한 ‘자타공인 안방 여왕’으로 현재까지도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영화는 사정이 달랐다. ‘자귀모’와 ‘카라’, ‘비천무’, ‘와니와 준하’ 등 2000년대 초반까지 스크린 주연으로 활약을 펼쳤으나, ‘화성으로 간 사나이’를 마지막으로 무려 20년간 스크린 속 김희선을 볼 수 없었다.

김희선은 “예전에 제가 영화 작품을 했을 땐 관객 수가 곧 성적표였다”며 “그런 걸로 점수를 매기고 욕도 많이 먹어 마음의 상처를 받으니 나도 모르게 스스로 영화에 대한 (마음의) 벽을 쌓아왔던 것 같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그는 “처음엔 몇 백 명이나 되는 스태프들이 고생해 찍고 열심히 촬영했는데 왜 이렇게 봐주시나 (대중의 반응이) 미웠다”며 “아중엔 슬슬 도전이 두렵고 겁이 나더라. 그렇게 드라마를 하게 됐는데 드라마 성적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드라마 쪽에 치우쳐 진 것 같다”고 고백했다.

‘달짝지근해’는 과자밖에 모르는 천재적인 제과 연구원 치호(유해진 분)가 직진밖에 모르는 세상 긍정 마인드의 일영(김희선 분)을 만나면서 인생의 맛이 버라이어티하게 바뀌는 이야기다. ‘달짝지근해’는 충무로의 보물 유해진과 김희선이 처음 만난 작품이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이색적인 조합과 코믹 로맨스 장르에 개봉 전부터 관심이 높다. 시사회 이후 실관람객 및 평단, 언론의 평가도 호평 일색이다. 블록버스터 대작들의 향연 속 유일하게 ‘피’와 ‘폭력’이 없는 ‘달짝지근해’만의 ‘무공해 힐링 로맨스’가 확실한 차별성으로 어필된다는 반응이다. 김희선은 대학생 딸을 둔 미혼모인 대출심사회사 직원 ‘일영’을 연기했다. ‘일영’은 전남편의 폭력, 세간의 편견어린 시선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은 초긍정 캐릭터다. 어딘가 모자르지만 순수한 치호의 가치를 먼저 알아본 일영은 적극적 대시로 치호의 마음을 사로잡아 풋풋하고 순수한 사랑을 하는 인물.

김희선은 “언론 시사 이후 너무 떨어서 10년은 늙은 것 같다”고 토로하면서도 “생각보다 많이들 웃어주셔서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특히 김희선이 연기한 ‘일영’은 실제 김희선의 성격과 비슷한 긍정적이고 당찬 캐릭터다. 영화에선 캐릭터의 발랄함과 실제 김희선의 톡톡 튀는 밝은 에너지가 만나 시너지를 발휘한다. 김희선은 “제 전공을 살리러 온 것 같았다”며 “배우가 모든 장르를 완벽히 소화할 순 없다.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하는게 좋지만, 그 중에서도 자신의 천성에 맞는 캐릭터를 했을 때 가장 연기적으로 어울리지 않나 싶다. 아무래도 저는 일영과 닮은 부분이 많아서인지 사람들이 이질감을 안 느끼고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만에 영화를 하는데 이제까지 보여드리지 않은 장르나 캐릭터를 했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났을 수도 있다”며 “무엇보다 이게 저 혼자의 작업이 아니다. 유해진 오빠라는 아주 큰 ‘빽’이 있는 거잖나. 덕분에 부담없이 맘 편히 임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영’을 연기하며 도전도 많았다. 우선 그렇게 많은 비속어를 쓰며 연기한 게 처음”이라며 “워낙 일영이 미혼모로서 산전수전 다 겪었으니, 웬만한 사람들의 폭언에 눈 하나 까딱 않는 강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혼자 촬영하며 왜 이렇게 내가 상스럽지 자책도 했다”는 하소연으로 웃음을 유발했다.

그런 그도 오랫동안 스크린을 떠나있던 두려움과 걱정에 이한 감독의 캐스팅 제안을 처음엔 거절했었다고. 실제로 이한 감독은 ‘달짝지근해’ 기자간담회에서 김희선에게 캐스팅을 설득하기 위해 A4 용지 2장의 손편지를 직접 써 전달한 일화를 털어놔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희선은 “사실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일영’이 너무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워서 출연하고 싶었다. 그런데 영화가 너무 오랜만이라 선뜻 대답이 안 나오더라”며 “결국 ‘자신이 없다, 죄송하다’고 거절을 했는데 다음날 감독님이 손편지를 주셨다”고 회상했다.

그는 “빽빽이 채워진 A4용지 2장에 김희선이 왜 일영을 해야 하는지 이유가 적혀 있더라. 손편지 마지막 문구가 ‘미팅 당시 방문을 열고 들어선 김희선 씨의 모습이 일영 그 자체였다’였다. 이렇게 나를 원하고 필요로 하시는 감독님이 있는데 내가 뭐라고 여러 사람을 피곤하게 시간끌고 있지 생각이 들더라”며 “바로 전화드려서 ‘사실 일영을 너무 하고 싶다. 끝까지 절 붙잡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손편지 2장 안에 또 다른 편지 한 통이 들어있었는데 감독님이 자신의 손글씨를 제가 못알아 볼까봐 타이핑 버전으로도 첨부하셨더라. 그 정도 정성인데 어떻게 안 할 수가 있겠나”라고 떠올렸다.

이한 감독의 실제 성격이 유해진이 연기한 ‘치호’ 그 자체라고도 전했다. 김희선은 “거짓말이나, 아닌 척을 전혀 못하시는 너무 따뜻하고 순수한 사람”이라며 “얼마나 좋은 분이시냐면 임시완, 고아성, 정우성 그 굵직한 배우분들이 감독님 부탁에 당연한 듯 카메오를 해주셨다. 고아성 배우는 감독님의 전화를 받을 당시 막 해외에 있다 비행기에서 내린 상태였는데 제안 한 번에 ‘네 바로 할게요’라고 수락하셨다더라. 그 정도로 좋으신 분, 말 그대로 최고다”라고 애정과 신뢰를 드러냈다.

든든하고 사려깊은 유해진, 순수하고 따뜻한 이한 감독과 함께한 현장은 ‘행복 에너지’ 그 자체였다고. 그는 “만드는 과정이 좋지 않았다면 이렇게 즐겁게 인터뷰하고 무대인사 다닐 수 없었을 것”이라며 “촬영이 끝나고 헤어질 땐 너무 아쉬웠다. 제가 아쉬워서 ‘진짜 집에 가냐, 맥주 한 잔 콜?’ 던지면 다들 ‘콜!’ 해주는 그런 분위기였다. 편의점에서 1,2,3차를 달릴 만큼 좋았던 현장이었다”고 기억했다.

언론 및 VIP 시사회 이후 주변 사람들에게 가슴 따뜻해지는 응원과 피드백을 많이 얻었다고도 전했다. 김희선은 “‘언니, 이 시대에 정말 딱 필요한 영화야’란 반응이 가장 기분 좋더라”며 “칼 없고 피 없고 폭탄 없는, 아이랑 같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메시지도 받았다. 저도 아이의 엄마로서 앞으로도 아이랑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라고 자랑스러워했다.

한편 ‘달짝지근해’는 8월 15일 개봉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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