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과 동일규제로 묶인 지방銀.."있던 손님마저 뺏길 판"

"중소기업 의무대출 비율 완화하고
지역 밀착형 상품 출시 허용해야"
  • 등록 2018-08-07 오전 5:00:00

    수정 2018-08-07 오전 5:00:00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시중 4개 은행의 총자산은 6개 지방은행의 7배에 달하지만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규모의 경쟁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데다 지방경제 마저 어렵다보니 지방은행은 먹고 살게 없다.” 사석에서 만난 A지방은행장은 지역 경제 침체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중은행과 동일하게 적용되는 규제 탓에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며 지방은행에 대한 규제완화를 우회적으로 호소했다.

‘총자산 7배’ 시중은행과 동일규제

실제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3월말 현재 국내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 4개사의 총자산은 1326조1480억원으로 지방은행(경남·광주·대구·부산·전북·제주) 6개사의 총자산 185조8291억원보다 7배가량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건전성 규제라든가 대출규제 등 영업행위에 대한 규제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규모에 따른 규제 차별화를 할 수 없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지만 지방의 고령화 및 인구 감소, 지역 중소기업 침체 등으로 영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을 감안한 규제 완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 지방은행은 조선, 해운, 철강, 건설, 부동산PF 등 위험업종 여신 비중이 높아 해당 산업의 경기침체가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이 크다. 실제 지방기업의 부도율은 서울지역을 크게 웃돌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시도별 어음부도율을 보면 6월말 기준으로 광주는 1.82%(특이부도 제외시 0.49%), 경남 0.63%, 전북 0.33%, 제주 0.16%, 부산 0.1% 등으로 서울 0.09%를 크게 웃돈다.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대형 제조업체들의 부실화는 지방은행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자본규제 개편방안이 지방은행 경쟁력을 더 악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을 산정할 때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60%를 넘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위험 가중치를 종전 35%에서 70%로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자본규제 개편방안을 마련, 지난 6월 말부터 시행 중이다. 오는 2020년부터는 신(新)예대율 규제가 적용됨에 따라 예대율 산정시 가계대출의 위험 가중치를 15% 높이고 기업대출은 15% 낮아진다. 이는 은행 대출의 가계부채 쏠림을 막기 위한 정책이다.

문제는 지방은행들이 주력 사업인 지역기업 대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가계대출에서 활로를 찾으려 했던 전략이 막혔다는 점이다. 실제 지방은행들은 최근 3~4년새 가계대출 비중을 빠르게 확대해 왔다. 광주은행의 경우 2016년 상반기 38.4%였던 가계대출 비중이 올해는 50.8%까지 확대됐다. 여기에 시중은행들이 기업 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거점지역에서 우량 사업자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확대하면서 일부 기업대출 시장마저 잠식당하고 있다.

조정삼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지방은행들은 경기 침체 및 회복 지연으로 기업여신 확대도 쉽지 않아 총대출성장률이 시중은행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다”며 “규제강화의 직접적인 영향뿐 아니라 이에 따라 촉발된 여수신 확보 경쟁심화는 지방은행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영업기반의 안정성과 수익성이 우려된다는 평가다.

시중銀 대비 역차별 규제도 난무

시중은행 대비 불리한 규모의 경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룰’이 필요하지만 지방은행이 오히려 더 강한 규제를 받는 사례도 있다. 한국은행이 시행하는 중소기업대출 의무비율제도가 대표적이다. 이는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원활하게 하기위해 금융기관의 대출증가액 중 일정비율 이상을 중소기업에 지원하도록 강제화한 것인데 시중은행은 대출 증가액의 45%이상 중소기업에 지원해야 하는 반면 지방은행은 60% 이상 의무비율이 적용되고 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과거 지방은행 설립 취지에 따라 시중은행 보다 높은 의무비율이 적용됐는데 현재까지 그 비율이 유지되고 있다”며 “의무비율을 지키지 못할 경우 미달 금액만큼 1개월간 한국은행의 총액대출한도에서 차감돼 고충이 있다”고 토로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기관 금융대출이용 지원사업 협약’에서 지방은행이 배제되고 있는 것도 역차별 사례다. 건보공단은 업무협약을 맺은 시중은행에 의료기관의 연간 보험급여 지급내역과 채무자압류 정보 등을 제공하고 은행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병·의원, 약국 등 의료기관 대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지방은행은 2년마다 시행되는 협약은행 제안평가 대상에서조차 제외되고 있다. 건보공단이 제안평가 대상을 수도권에 본사를 둔 전국망을 가진 1금융권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방에 있는 의료기관은 편의상 지방은행과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역 의료기관도 소외되지 않도록 건보공단이 지방은행과도 업무협약을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출국만기보험금 송금 및 지급 역시 지방은행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출국만기보험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자가 외국인 근로자를 피보험자 및 수익자로 해 근로계약혜지, 출국 등을 보험금 지급사유로 가입하는 일종의 퇴직보험인데 보험금 취급은행이 시중은행으로 한정돼 있다. 즉 지방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급여계좌가 지방은행인 경우가 대다수인데 보험금의 외화송금 및 현금 수령을 위해 시중은행을 거쳐야 하는 셈이다.

강다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방은행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지원 의무대출 비율 규제를 완화해 지역 내 소매금융 및 대기업 영업기회가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또한 지방은행에 각종 금융상품 취급 허용 방안과 수익증권 판매 등의 업무를 허용하고 지역밀착형 금융상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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