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주가가 폭락하자 ‘생애 첫 주식 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20~40대 젊은 투자자들이 대거 증시에 첫 발을 내딛으면서 지난 달에만 주식 거래 활동 계좌 수가 무려 86만1829개 증가해 2009년 4월(247만8258개)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초 이후 이달 8일까지 개인투자자는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25조9700억원 가량을 순매수했고 주식 투자에 쓸 대기자금으로 43조원을 쌓아두고 있다.
그동안 주주고령화와 박스권 증시에 주식 회전율이 떨어졌던 시장에도 변화하고 있다. 변동성이 커지고 주식 투자자군이 다양해지면서 회전율이 올라가는 등 증시 활력이 제고되고 있단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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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대신증권, 하나금융투자의 3월 신규 주식 고객 중 20~40대 비중은 70.1%에 달해 3분의 2를 차지했다. 유진투자증권도 20~40대 비중이 77.6%로 높았다. 50대 이상 비중은 20~25%를 보였다.
실제 20~40세대의 증시 진입으로 주식 회전율이 높아지는 등 활기가 도는 모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회전율(시가총액 대비 거래대금 비율)은 작년 8.8%, 45.1%에서 올 3월 18.3%, 93.6%까지 급등해 두 배 가량 증가했다. 시가총액이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주식을 사고 파는 빈도 수가 더 늘어났다. 거래대금은 지난 달 27조6972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지난 달 월 평균 거래대금 역시 18조4922억원으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다.
주가도 올랐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달 중순 1400선대까지 밀렸던 코스피지수는 개인투자자들의 거센 매수세로 최근 1800선을 회복했다. 외국인의 매도물량을 꿋꿋하게 받아내면서 증시 버팀목이 된 것이다.
주식 초보와 노년층 쩐주의 만남..‘삼성전자’로 일치
물론 신규 주식 계좌 수를 기준으로 보면 절대적으로 20~40대 비중이 높지만 최근 개인투자자의 대규모 주식 순매수 규모를 고려하면 투자액으론 50~60대 이상의 영향력이 훨씬 크다는 분석도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주식 투자 머릿 수는 20~30대가 늘려놨으나 투자액을 늘린 것은 50~60대”라고 설명했다. 부를 축적한 50대 이상의 주식 투자 매입이 없이는 설명하기 어려운 숫자의 매수세란 얘기다. 그럼에도 20~40대의 가세로 미래 증시 부담이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생애 첫 주식투자자인 20~40대와 노후 자산을 지켜야 하는 50~60대 이상의 자산가들이 주식시장에 들어오면서 나타나는 가장 큰 현상은 ‘크게 잃지 않는’ 투자다. 연초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에 7조9000억원을 순매수했다. 단순 계산하면 전체 순매수액의 30.4%에 달한다. 삼성전자우(005935)도 1조6500억원 가량 사들였다. 특히 삼성전자는 연간 순이익이 50% 줄었어도 2년 연속 주당 1416원을 배당해왔고 주가가 떨어져 한 때 배당수익률(주당 배당금을 주가로 나눈 비율)이 3.35%(3월 19일, 연 저점 4만2300원 기준)에 달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가 코로나19 위기 초반일 수 있기 때문에 2008년 금융위기 사태를 반추하면 앞으로 유동성 부족 회사들이 도산할 위험이 있다”며 “개인투자자로선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기업이 어디인지를 판단해야 하는데 삼성전자 매수세는 나쁘지 않은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부를 축적한 노년층의 경우 매수세가 신중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코스피 지수가 연 저점(1439.43)에서 25.5%나 오른 데다 삼성전자 또한 14.9% 급등했다. 장선희 KB증권 삼성동금융센터 부지점장은 “연령대 있는 자산들은 은행 예금 대신 노후자산으로 주식을 투자하기 때문에 4만원 초반에선 삼성전자를 매수했으나 최근 코스피 지수가 1600~1750선 중반 이상까지 올라온 이후로는 신중해졌다”고 말했다. 코스피 지수는 1800선 위로 올라섰고, 증시 예탁금은 1일 47조6700억원으로 최고점을 찍고 7일 43조4000억원으로 9.0%, 4조2700억원 가량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