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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박미애기자] 인간이 되고 싶어 사람의 간을 탐냈던 구미호, “내 다리 내놔”라고 외치며 열녀를 쫓던 외발 귀신의 모습에 이불을 눈 밑까지 덮고 보던 기억이 있다.
‘전설의 고향’이 9년 만에 부활했다. 6일 ‘구미호의 귀환’ 편을 시작으로 한 달간 KBS 2TV를 통해 안방극장을 찾을 예정이다.
무려 10년 전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통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지만 '전설의 고향'은 부활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지니는 작품이다.
◇한국적 공포...'전설' 속 공포가 되살아나다
가장 큰 이유는 ‘전설의 고향’이 한국적 공포를 다룬다는 데 있다. 비단 할리우드 공포물에 없는 머리 푼 처녀귀신이 나온다는 사실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전설의 고향’에는 민족의 정서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미담과 교훈이 담겨 있고, 이 같은 사실은 '전설의 고향'을 말 그대로 한국판 공포물의 전설로 남게 했다.
‘전설의 고향’은 잔혹한 살인마가 등장하는 ‘13일의 금요일’ ‘스크림’ 등의 슬래셔 무비처럼 아무 이유없이 사람을 해하진 않는다. 6일 방송된 ‘구미호의 귀환’도 구미호와 얽힌 한 가문을 통해 인간의 집단적 욕망과 이기심이 만들어내는 폭력에 초점을 맞췄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보다 살아있는 인간이 더 무섭다는 가르침을 보여준 것이다.
◇맥 끊긴 단막극, ‘전설의 고향’으로 부활 타진
돌아온 ‘전설의 고향’이 반가운 또 다른 이유는 단막극이라는 사실에 있다. 지난 봄 개편에서 KBS 2TV ‘드라마시티’가 폐지됐고 이에 따라 지상파 TV에서 단막극은 자취를 감췄다.
총 8편으로 기획된 '전설의 고향'은 단막극의 부활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물론 임시 부활이긴 하지만 가을 개편에 맞춰 재편성이 논의되고 있는 단막극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눈여겨 볼만하다.
◇올 여름, 공포물 품귀현상...그리고 ‘전설의 고향’
여느 때와 달리 올해 여름은 이상하리만치 공포물이 찬밥신세다. 여름만 되면 홍수처럼 쏟아져 나왔던 공포 영화가 올해엔 기껏해야 2편 정도다. 이 같은 사실은 9년만에 다시 찾은 ‘전설의 고향’이 반가운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영상물에 쉽게 노출돼 있는 현대인들에게 ‘전설의 고향’은 어쩌면 기대 이상의 공포를 선물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포와 교훈을 동시에 주는, 게다가 우리 정서에 딱 맞는 한국적 공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기대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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