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때가 됐다"…다시 힘받는 주주행동주의

SK, 자사주 2000억원어치 매입·소각 발표
라이프운용 우호적 행동주의 통했다는 평가
소송도 불사…공격적 행동주의 펴는 얼라인운용
업계선 "앞으로도 주주보호 움직임 활성화할 것"
  • 등록 2022-09-05 오전 6:15:00

    수정 2022-09-05 오전 6:15:00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올 들어 자산운용업계가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주행동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행동주의 자산운용사들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목소리를 내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물꼬를 틀 것이란 기대도 커지는 모습이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이 지난달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는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자기주식을 2000억원어치 매입하기로 했다. 이는 시가총액의 1%가 넘는 수준이다.

SK가 이 같이 결정한 데에는 라이프자산운용의 은근한 압박이 통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라이프자산운용은 지난 4월 공개 주주서한을 통해 SK의 기업가치가 저평가됐으며 SK는 이를 해결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SK가 보유한 자사주의 10%인 180만주(2일 종가기준 4041억원)를 소각하라고도 요구했다. SK는 그 절반 수준인 자사주 2000억원어치를 매입한 뒤 내년 3월 전량 소각할 방침이다.

안다자산운용 역시 2일 SK디스커버리를 향해 SK케미칼 주주들의 지분을 제시한 것보다 50% 높은 가격에 사들이라고 요구했다.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을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 1일 종가(9만4600원)보다 높은 주당 10만8800원에 기존 SK케미칼 주주들의 주식을 사들이겠다고 했지만, SK케미칼의 알짜 사업이었다가 물적분할한 SK바이오사이언스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행동주의에 나서는 운용사별로도 스타일은 천차만별이다. SK를 움직인 라이프자산운용을 이끄는 이채원 의장은 주주서한과 컨설팅을 통한 우호적 행동주의를 표방한다. 이 의장은 지난달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주주가치 제고 의지가 없는 기업과는 싸워봤자 절대 바뀌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와는 정반대 전략을 택하는 운용사도 있다. “지배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SM엔터(041510)테인먼트(에스엠)에 최후통첩을 날린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대표적이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에 에스엠이 매년 수백억원어치 일감을 몰아줘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이유다. 이들은 지난달 보낸 주주서한에서 이사회 물갈이 추진도 예고하면서 공격적 행동주의를 실천하고 있다.

업계에선 한국도 때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진 자본시장에서는 이미 행동주의가 광범위하게 확산하는 추세다.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이들이 한국 자산운용사로 유입되는 동시에 한국 기업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주주행동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것이다.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은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해 이익을 편취하는 기업들이 여전히 많기에 앞으로도 주주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주의는 활성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근본적으로는 법 개정을 통해 한국 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김봉기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대주주가 소수주주의 이익을 약탈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고 주가가 회사의 근본 가치를 반영하도록 지배구조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이는 이사회 충실의무에 주주 보호 의무를 추가하는 상법 개정안을 통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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