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의 원동력은요"…음악극 '태일'의 특별한 순간

노동운동가 전태일의 삶 그린 작품
배우들, 대본 없는 연기로 관객과 공감대
평범한 청년의 이야기로 관객 웃고 울려
내달 2일까지 대학로 티오엠 2관 공연
  • 등록 2021-04-01 오전 6:00:00

    수정 2021-04-01 오전 6:00: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오늘 저의 원동력은요….”

서울 종로구 대학로 티오엠 2관에서 공연 중인 음악극 ‘태일’에는 특별한 순간이 있다. 출연 배우들이 자신을 살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인지를 정해진 대본 없이 이야기하는 이른바 ‘원동력 타임’이다. 원동력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었지만 내용은 무척 소소하다. 배우들은 공연을 앞두고 일상에서 느낀 소소한 이야기로 관객에게 말을 건넨다.

음악극 ‘태일’의 한 장면(사진=플레이더상상)
지난달 28일 공연에서 배우 진선규는 영화 ‘승리호’를 재미있게 보고 있는 자녀들의 이야기를 자신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진선규는 “아이들이 처음으로 내가 나온 영화, 그것도 착한 역할로 나온 영화를 볼 수 있게 됐다”며 “아이들이 태블릿 PC로 틈날 때마다 ‘승리호’를 보며 좋아하는 모습이 나를 살게 하는 원동력이다”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날 같이 출연한 배우 김국희는 “잘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위로를 얻었던 일상의 경험을 털어놔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태일’의 ‘원동력 타임’은 매 공연 내용이 달라진다. 배우들은 공연을 앞두고 겪은 자신의 크고 작은 경험이나 과거의 기억들, 주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 등 일상의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원동력을 이야기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공연 관계자는 “처음에는 배우들이 ‘원동력 타임’을 굉장히 부담스럽게 생각했지만, 공연이 어느 정도 진행된 지금은 오히려 어떤 이야기를 할지 생각하며 즐기고 있다”고 전했다.

노동운동가 전태일의 삶을 그린 음악극 ‘태일’에서 ‘원동력 타임’이 등장하는 이유가 있다. 극 중 전태일이 서울에 올라와 어머니와 재회하기까지 다소 무거워진 극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동시에 가족을 삶의 원동력으로 여겼던 전태일을 노동운동가가 아닌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인물로 느껴지도록 하는 연출적인 설정이다.

음악극 ‘태일’의 한 장면(사진=플레이더상상)
소극장 공연답게 ‘태일’은 관객과의 소통이 극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든다. 작품에 등장하는 배우는 단 두 명. 각각 ‘태일’의 목소리 역과 ‘태일 외’ 목소리 역을 맡은 배우들은 전태일의 생애를 연기하면서도 틈틈이 관객에게 말을 걸며 전태일의 삶을 기억하게 만든다. 관객은 마스크를 쓰고 있는 탓에 배우들과 직접적으로 대화를 나눌 수는 없지만, 관객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네는 배우들의 친근한 모습으로 전태일이라는 인물을 한층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태일’의 미덕은 실존인물인 전태일이 남긴 유산을 관객에게 강요하거나 하지 않는다. 자신의 돈을 아껴 어린 직공들에게 풀빵을 나눠주고, 세상을 바꾸기 위한 결심을 앞두고 어릴 적 좋아했던 여자애를 찾아가 인사를 전하는, 지극히 평범한 청년 전태일을 그리며 관객의 마음을 웃고 울린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작품은 전태일을 알고 있는 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건으로 막을 내린다. 태일이 달려가고 난 뒤 텅 빈 무대 위를 가득 채운 촛불이 보는 이를 숙연하게 만든다. 박소영 연출, 장우성 작가, 이선영 작곡가의 ‘목소리 프로젝트’ 첫 작품으로 배우 진선규·박정원·강기둥·이봉준이 ‘태일’의 목소리 역, 정운선·한보라·김국희·백은혜가 ‘태일 외’ 목소리 역으로 출연한다. 공연은 오는 5월 2일까지.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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